바다여, 바다여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5
아이리스 머독 지음, 최옥영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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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봤을까 북플에서 봤을까. 읽은 책에 대한 평으로 나와 취향이 비슷하다고 생각한 한 사람이 2014년 읽은 최고의 책이라고 소개했던 것 같아. 내용은 전혀 모르는데 제목도 느낌이 좋았고 낯선 제목인 것도 마음에 들었어. 도곡도서관에서 책 반납하면서 차라투스트라로 인해 즐기지 못한 속도감을 되찾고자 민음사 문학전집 쪽으로 갔고 바다여 바다여 1,2가 보이길래 고민도 없이 잡았지. 아 이 제목 너무 좋다 The Sea, The Sea. 읽으면 읽을수록 참 제목과 내용도 잘 어울려. 캐릭터와 스토리와 문장들이 모두 참 좋다. 그리고 번역도 굉장히 쉽고 깔끔하게 되어있어서 읽기 편해. 다음주 수요일 반납이니 주말 내 2권까지 끝내봐야겠다.

우선 런던에서 크게 성공한 연극 감독 찰스의 삶을 자서전 형식으로 쓴 소설이야. 여성 작가가 남자 주인공의 시점으로 자전소설을 쓴다는 것 부터 신기하다. 1권에서 역사 이전과 역사로 나뉘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 역사라는 기준이 첫사랑이야. 세속적인 삶에서 빠져나와 바닷가 시골로 온 찰스는 매일 좋은 재료로 멋진 요리를 직접 해먹고 집 앞 바다에서 수영을 해. 본인의 어린시절과 부모님, 스쳐간 아니면 아직도 관계된 여자들의 이야기가 나열되고 참 이성적이고 차가운 찰스 앞에 어릴 적 첫사랑이 나타나. 거기서 감정 폭발 시작.

깨달음을 주는 책도 아니고 엄청난 스토리가 있는 책도 아니야(적어도 1권에서는). 그렇지만 난 찰스의 태도가 마음에 들어. 나쁜 남자라고 해야하나 모르겠지만 감정에 솔직하고 대놓고 이기적이야. 뭐 성공도 했고 여유와 작은 재미에 대한 감사도 아는 사람이야. 씨니컬하게 볼 수 있지만 지성과 주관을 갖췄다고 보는게 더 맞을 것 같고. 그런데 그 차디찬 사람이 이 여자 저 여자에 관심과 귀찮음과 열정과 집착을 하는 모습이 참 솔직하고 좋아. 젊다. 나도 나이 들어도 저랬음 좋겠다. 기본적인 태도는 이성적이되 큰 감정에 무너지는 사람이고 싶다.

발췌!!

이제 내 인생의 주요한 사건은 다 지나갔고 `고요 속의 회상`만 남아 있을 뿐이다.

친할아버지는 링컨셔에 살며 채소 재배업을 하셨다.(이것봐. 느닷없이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는데도 첫 문장이 얼마나 훌륭한가! 기다리기만 하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저 괄호 부분까지 발췌다. 재치있다. 괄호에 나오는 대부분의 말들이 너무 좋았다.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이라 그런가ㅋㅋㅋㅋ

농부나 동물 들이 채소를 가져 가진 않을까? 그 문제도 잘 생각해 보아야겠다. 과거의 고민과는 전혀 다른 행복하고 순수한 생각이다.

(사람들은 ˝도대체 거기 내려가서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라고 내게 물었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나 혼자 즐겁게 지내고 있다.
-오 찌밤. 몸에 새기고 싶은 문장이다. 원서에서 어떤 문장으로 쓰였는지를 봐야겠다.

감정이란 정말로 인격의 밑바닥에 존재한다. 혹은 맨 위에 존재한다. 그 중간에서 감정은 연기를 한다. 그러므로 온 세상이 무대인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도덕적 굴레를 조금도 강요하지 않았다. 리지의 타고난 헌신이 그런 구속을 없애 버렸고, 그 덕분에 우리는 최상의 세계에서 살았다. 물론 그녀는 나를 책망한 적이 없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녀에 대한 의무감을 갖지 않기를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 같았다. 그저 내 행복을 위해서 그녀를 이용해주기를 원했다.

결정적인 문제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같이 지내기를 얼마나 갈망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더욱 본질적인 것이며, 정열이나 찬양이나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결혼에 대하여. 백 번 천 번 맞는 말. 사랑과 열정의 정도 차가 아니고. 얼마나 함께 지내고 싶고 조화로울 수 있느냐의 문제.

질투는 아마도 모든 강렬한 감정 중에서 가장 무의식적일 것이다.

미친 오르페우스*처럼 오고 있었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하프 연주가. 저승에서 아내 아우리디케를 데리고 나오려다 도중에 아내를 돌아보지 말라는 약속을 어겨 아내를 영영 잃는다.)
-주석을 보고 처음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읽고싶어졌다. 그렇지만 당장 읽진 않겠지.. 언젠가 읽어야지

나는 젊은 얼굴과 늙은 얼굴, 늙은 얼굴과 젊은 얼굴의 유사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두 얼굴을 연관지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옛 사진에서 뿜어 나오는 청춘과 행복의 압도적인 분위기에 반해 늙은 얼굴은 너무 보기 흉해서 마음이 괴로웠다.
-첫사랑의 사진 속 모습과 나이든 모습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찰스 아저씨. 이게 사랑이려니. 내 사랑이 세월에 잃은 미모에 마음 아파하고 상대가 그 사실을 알까 걱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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