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시골 의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0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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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밥 먹기로 하고 책방에서 기다리다가 평소에 잘 보지 않은 구역에서 이 책을 건졌어. 펼치지도 않은 상태 정가 8000원인데 3000원. 근데 3000원이 없어서 엄마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엄마한테 내 달라고 했어. 5000원 짜리 내더니 불쌍하다고 2000원 가지래. 책을 사들고 우린 조개찜을 먹었지. 너무 맛 없어서 놀랐어. 가끔 필구와 가던 곳이었는데. 너무 싱거워서 조개의 식감이다... 에 억지로 만족하려 애쓰며 씹다 왔어.

프란츠 카프카의 명성은 잘 알고 있지만 막상 카프카스타일은 모르겠어서 시간 나면 꼭 읽어야겠다 생각은 했었거든. 근데 참 호감가게 생긴 얇고 가벼운 책에 대표 단편들을 모아놨다 하니 나 너무 감사하죠. 출퇴근에 읽고 카페에서도 읽고 펍에서도 읽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래 걸렸어. 일주일 정도 잡고 있었나?

변신을 읽기 시작하면서 아! 싶었어. 중학생 때 읽었더라고. 한참 세계문학 좋아해서 집에 있는 전집에서 하나씩 골라 읽었었는데 그 때 읽은 책들이 나의 어딘가 무의식 속에 저장이 되어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세월이 무상한 것만은 아니구나 싶어 과거의 모든 과정을 거친 완성이 지금이니.

제목은 대표작 두 편이지만 총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뤄져있어. 변신 / 유형지에서 / 단식 광대 / 시골 의사 / 판결. 카프카라는 사람이 얼마나 중심이 사람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이 컸는 지가 그냥 느껴졌어. 나는 읽으면서 화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데 카프카는 본인의 시선으로 비주류, 비중심, 주목 받을 일이 없는 캐릭터를 보고 그들의 시선을 글에 옮긴거잖아. 그 캐릭터들이라고 하면.... 가족을 부양하던 세일즈맨, 사형 집행자, 단식광대, 지방의 늙은 의사, 이민자.

되게 덤덤하더라고. 있는 그대로 보고 옮기는 것 같은 느낌. 사실만을 기록하고 있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일말의 동정이나 체면, 가식이 없이 장면을 언어로 바꿔 독자에게 스윽 전달하는 식으로 느껴졌는데 애초에 보고 있는 장면 자체가 후미진 것이라. 화자는 비주류인데 화자가 보는 것은 일반적인 세계이고 결국 비주류 화자를 통해서 객관적으로 한발짝 떨어진 상태에서 세상을 관찰하는 식. 신기하게 실린 모든 글이 그렇더라. 장편도 읽어보고 싶어졌어.

가장 좋았던 건 변신. 그리고 단식광대(이적 단편 소설 지문사냥에 귀지 청소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 편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 주목 받았던 자. 인정 받았던 자의 삶) 두 편이었지만 다섯 편 모두 내가 읽어 왔던 단편과는 확실히 다른 이상이었어. 이래서 카프카 카프카 하는구나. 정도는 완벽히 실감했어. 정말.

추석이 시작되었다. 문학 하나 비문학 하나 읽어야지. 닐리리 신난다. 연휴다. 만끽하자.


발췌(문장가는 아니다. 카프카)

자, 네 멋대로 해봐라! 그는 그림 위에 붙어서 그림을 내주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그림을 내주느니 차라리 너의 얼굴로 뛰어내릴 테다!
-벌레의 협박이었습니다

광대는 곧 군중이 동물 우리를 구경하기 위해서 그곳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러한 경험은 어떠한 완강한 의지나 자기 기만으로도 맞설 수 없을 만큼 강한 괴로움이었다.
-지잉.. 문장이 아니다.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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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해줘, 레너드 피콕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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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새 책 들어오는 날인가봐. 차라투스트라와 갓블레슈로즈워터 반납하러 갔더니 몇 십권의 새 책이 한 곳에 모여있는거야. 아... 그냥 보기만해도 행복했어. 철학서에서 두 세권을 고민하다가 한 권을 골랐고 나머지 하나는 문학에서 찾는데 영 읽고싶은게 없는거야. 거기서 화려해보이는 책이 있었고 펼쳐보니 문장 간격이 되게 넓어서 언뜻보이는 두께보다 훨씬 수월하게 읽힐 것 같았어. 책도 가벼웠고. 그렇게 두 권을 빌려서 바로 카페에서 읽기 시작했는데.....쉣... 반 정도 읽었을 때 코 푼 휴지가 다섯장을 됐을거야. 스타벅스에서 호지티라떼를 마시며 눈물 콧물. 슬픈 내용이라고 하긴 뭐한데 그냥 속이 상해서.

18살 영리한 고등학생 레너드 피콕의 1인칭 시점 소설이야. 18번째 생일에 그간 계획한 친구 살해와 자살을 실행에 옮기려 하면서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줘. 몇 안되는 감사를 전하고 싶은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살면서 있었던 특별한 기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어른들의 무책임과 무관심 무성의 속에서 상처받은 정말 말 그대로 어린 영혼의 이야기.

호밀밭의 파수꾼의 이미지가 있더라. 학생이어서도 그렇고 보통과 섞이지 못하는 부분 때문도 있을거고. 문장이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어 읽는 속도는 빨리 가는데 그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말만하는 담백한 문장들이 오히려 감정을 후벼파는 힘이 느껴졌어. 그리고 주인공 레널드가 실존하는 아이같이 진심으로 느껴졌고 자살 계획한 그날 끝이 어떻게 나려나 궁금하기보단 당장 책을 덮고 달려가서 그 아이가 원하는 말과 관심을 주고 싶었어. 엉망으로 자른 머리카락을 만지며 안아주고 싶었어. 모든게 엉망인 어린 아이의 세계 그 무너진 세계 속에서 죽음이란 게 훨씬 평온할 거라는 믿음.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살아 남아 더 좋은 걸 누리라고 누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말 잘 쓰인 단편 한 권을 읽은 기분이다. 매튜퀵. 이 사람 소설 다 읽고 싶어졌다. 영화화 된다고 하던데 영화화 하기 더 없이 좋을 스케일과 이야기란 느낌이다. 되게 재밌고 좋게 읽었는데 막상 다 읽고나니 영화용 같다는 묘한 아쉬움이 든다. 어쨌든. 올해 읽는 책 중에 제일 쉽게 빠져들고 제일 재밌게 읽는 책. 읽는 중엔 인생 책이다!!! 했는데 문장이 더 수려했음 좋았겠다. 엄청난 만족 후에 묘한 실망이 뒤죽박죽. 뭐지 이 느낌은.

아! 하이라이트는 실버맨 선생님이다. 선생님의 모든 말이 날 울렸다ㅠㅠ

발췌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차별된 점으로 영원히 각인될만한 일을 저질러야 한다. 뭔가 문제가 될 만한 것.

그의 얼굴에 떠오른 슬픈 표정을 보니 나도 모르게 계속 `정말`과 `맹세코` 같이 내가 거짓말 할 때 가끔 쓰는 말들이 튀어나왔다.

어른이 돼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내게 보여줘요.

네 스스로 생각하고 네가 생각하기에 옳은 일을 하되,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따라 하는 건 그렇게 하게 놔두라는 것.

신이 정말 전지전능한 존재인 동시에 애정겹핍에 시달리고 있단 소리야?

어쩌면 한 번씩 우리의 적이 자위하는 모습을 떠올려보기만 해도 세상이 훨씬 더 나은 곳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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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7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허승진 옮김 / 더클래식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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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블레슈, 미스터로즈워터 끝내자마자 얼른 좋은 책을 읽어서 떨어지려하는 독서흥미를 올려야한다 생각에 조급해졌어. 이왕이면 우울하고 축축 쳐지고 찐덕찐덕 감성 돋는 책을 읽고 싶었는데 집에 사놓고 미뤄두던 책들을 보니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는 책이 보이더라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저렴한 맛에 홀려 샀지만 대체로 번역이 언프로페셔널하고 무성의한 더클래식 버전이어서 아마 계속 읽고싶은 책 순서에서 밀려날 위기의 책이었는데 내 기분이 널 살렸다. 근데 어차피 넌 죽었구나. 이미 죽은 널 부여잡은 거였구나.

나 이거 내용도 몰랐어. 난 어쩜 이렇게 무식하지? 아는게 뭐야? 사랑 이야기인지도 몰랐고. 그냥 주인공이 권총자살하고 비극이고 독자들에게도 우울증 전파, 자살을 유행시켰다는 것 정도. 근데 로미오와 줄리엣 뺨 후려치는 절절한 사랑이야기였구나. 월드타워 매장 잠시 봐줄일이 생겨서 독서 시간이 생겼고 2/3쯤 읽고 나머지는 역삼역 승강장 벤치에서 읽었어. 끊을 수가 없어서.

친구에게 꾸준히 편지를 쓰며 본인에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나 기분을 전달하는 형태인데 편지를 받는 사람의 답장이나 그 캐릭터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어서 일기에 더 가깝게 느껴져. 보통의 삶에 지쳐 새로운 지역 새로운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에 약혼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하게 돼. 초기에는 굳이 그 사랑을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외사랑을 즐기고 그 고통 속에서 빠져나오질 않아. 그렇지만 약혼한 남자와 친분을 쌓게 되고 더 깊어져가는 사랑에 잠깐 또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일에 몰두하며 잊어보려하지만 그 일터에서 굴욕적인 일을 겪고 굳이 말하면 실패를 하고 다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그 곳으로 컴백. 사랑은 더더더 깊어만 가는데 이미 그 사이에 그들은 결혼을 했고. 베르테르의 감정을 대부분이 알고있고 자기만 민폐고. 사랑은 순결하고. 어쩌고. 저쩌고. 당신만 생각하며 당신의 손에서 당신을 위해 죽겠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은 베르테르가 가장 좋았지만 평소 생각하는 방법이나 태도는 그 약혼남과 비슷해서. 우울증 속에 괴로워하는 베르테르를 동정하기에 죄책감이 들었어. 저 상황속에 내가 삼자였다면. 아마 나는. 말이 선뜻 안나온다. 베르테르한테 미안해서 ㅋㅋㅋㅋ 암튼 자기 감정 속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미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거야. 그리고 그 사랑도 판타지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죽지 않았다면 사그러들었을 감정이라고 생각했을거고. 근데 중간 중간 우울한 사람을 변호하는 그들의 고통을 설명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걸 보면서 내가 또!! 또!!! 오만했구나 반성도 했어. 그래서 지금 미안한가봐 베르테르한테. 감히 공감은 못해도 함부로 단정짓거나 비난은 안할래.

엄청 재밌지도 엄청 슬프지도 엄청 인상적이지도 않았어. 그냥 아 옛날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자극에 약하고 흥미거리의 분산이 덜 되었을테니 사랑에 대한 감정도 문학으로 받는 영향도 훨씬 컸을테니 그 사람들에겐 상당한 느낌이었을 수 있겠다 막연하게 느끼는 정도? 내가 원한 찐덕함은 이게 아니었는데. 다음엔 뭘 읽지.. 난감하다...


발췌 - 문장이 영 별로인데 그래도 공감이 되거나 흥미로운 부분. 옮겨놓고 보니 더 별로이지만.

​내 생각에 서로 좋은 날들을 망치면서 간섭하는 것보다 괴로운 일은 없을 것 같네. 인생의 한창 좋은 시절 모든 기쁨을 받아들여도 모자랄 젊은 친구들이, 전성기를 망치고 나중에 가서야 그 어리석음을 깨닫고는 소중한 순간들을 보상받는 게 불가능하단 걸 깨달을 때엔 이미 늦어 버린다네.
-그렇다네 근데 말투가 마음에 안든다네

우울함이란 게으름과 무척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분명 그것은 게으름의 일종이죠

˝당신은 우울을 죄악이라 하셨는데 제가 보기엔 그건 좀 과장인 듯 합니다.˝
나는 답했네.
˝결코 그렇지 않아요. 스스로와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죄악이듯 우울도 마찬가지인거죠. 서로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죄악이지 않을까요. 하물며 우리 각자가 누려야 할 기쁨까지 배앗는 상황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지 않나요? 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에 남들에게 티 내지 않고 스스로 견디면서 주변의 흥을 깨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누구인지 알고 싶군요.

인간은 인간일 뿐이라고요. 조금 더 분별력이 있다 한들 격정에 휩싸여 한계로 치닫게 되면 약간의 이성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겁니다.

무한한 충만함 속으로 한껏 녹아들어 가기를 갈망하는 그 순간에도 인간이란 발목이 잡혀​ 차디찬 의식 속으로 다시 끌려오지 않는가.
-여기서 의식은 이성을 말하는거지?

이것이 친절하고 부드러운 마음씨가 깃든,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성실한 애정이란 말인가! 그래, 무엇에나 관심을 보이는 척하고 절대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지! 그건 오히려 권태와 무관심의 표현이란 말이다.

당신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 외에는 다른 즐거움을 알지 못했던, 늘 고통에 시달려 불행하고 불안했던 한 사내의 굳어 버린 육체 위를 서늘한 무덤이 덮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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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
커트 보네거트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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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재미없어서 힘들게 읽었네. 어디선가 보고 읽고싶다고 북플에 체크해뒀었는데 도곡도서관에 깨끗한 상태로 있길래 오! 하고 집어왔지만...... 참 재미없다. 읽다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두께가 나쁘지 않아서 출퇴근 점심시간에 꾸역꾸역 읽어냈어. 장하다. 근데 끝까지 재미없어서 보람없다. 제목만 재밌다.

뭐 삼성가 같은 느낌으로 미국에서 큰 부를 대대로 누리고 있는 로즈워터가의 이야기야. 성이 로즈워터라면 미치지 않는 한 로즈워터 재단에서 한 몫을 할 수 있는데 무샤리라는 변호사보조자가 로즈워터 집안 중 미친 것으로 판단되는 엘리엇 로즈워터가 미쳤다고 입증해서 대리인으로 한탕 해보려는 계획을해. 결국 실패했어(스포 죄송).

무샤리는 그냥 승냥이 같은 느낌이었고 미친사람으로 나오는 엘리엇 캐릭터가 흥미로웠어. 금수저인데 돈과 열정을 없는 사람에게 나눠주고자 하는. 참 별나고 다른데 실제 충분히 있을 법한 캐릭터야. 이타적이게 태어났달까. 그 와중에 엘리엇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와이프도 참 예쁘고.

왜 이 책이 재미없었는지 생각해보니까 나는 등장인물이 많으면 산만해서 지쳐. 이름도 헷갈리고. 그리고 내 삶과 닿아있는 이야기가 좋아 저런 재벌가와 재산을 노리는 누군가의 음모 이런거 재미없어. 없을 법하고 있다해도 나한테 있을 일이 아니니깐. 근데 나한텐 재미없었지만 누군가에겐 꽤 흥미로운 스토리일거라 생각은 들었어.

다음 책은.. 좀 재밌어라.. 뭐가 되려나. 우울하고 진득한 것 읽고싶다. 아 우울하다. 어제부터 이소라가 당기더라니...

의외로 있는 발췌

도대체 인간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거요?
-나도 궁금해서. 나 왜 태어나서 왜 살고있냐.

정상인이란 부유하고 산업화된 사회의 상류계층에서 탈없이 살아가는 사람으로 양심의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부류라고 결론지었다.​

사랑받지 않고 잊히고 싶다면, 이성적으로 행동하라
-뒷통수 댕... 맞은 느낌

순간 저도 모르게 발기한 엘리엇은 자신의 생식기를 나무랐다. ˝맙소사, 넌 왜 이렇게 주책이 없는 거냐?˝
-때찌! 귀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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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듀 2015-09-0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하고 진득한 거...추천해드리고싶은데 저의 읽은 책 서재는 텅 비었다능ㅜㅜ

사랑받지 않고 잊히고 싶다면, 이성적으로 행동하라...저 잘 살고있네요ㅎㅎ

Cindy.K 2015-09-09 23:10   좋아요 0 | URL
아 뭐 찐덕찐덕 우울 폭발하는 거 없을까요.. 사랑받지 않고 잊히고 싶다면 이성적으로 행동하라.. 저는 못살고 있습니다. 철벽 냉정한년.
 
바다여, 바다여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6
아이리스 머독 지음, 최옥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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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책을 다 읽고서 생각한 건. 두 권의 시리즈물에서 1권과 2권의 인상이 이렇게 다른 책은 처음(적어도 내가 읽은 비루한 수의 장편소설 중에서는)이라는 것. 1권이 그저 바다여,바다여가 소개됐듯 불리우듯 `자전 소설`이라고 한다면 2권은 추리소설이고 스릴러고 철학서야. 2권의 사건을 위한 바탕이 1권에서 소개됐다고 봐야하는 게 맞으려나. 속도감이나 안에 담긴 갈등의 정도가 너무나 다르다.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1권 리뷰에서 말했듯. 찰스라는 연극감독의 자전소설. 그가 잃어버린 뺐겨버린 첫사랑을 50이 넘어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그 첫사랑 하틀리가 불행한 결혼생활를 하고있다는 망상과 질투 그녀를 되찾고 싶다는 집착으로 그녀를 뒤쫓고 그녀의 아들을 양자삼겠다고 선언하고 그녀를 감금까지 하게돼. 이렇게만 소개해도 이건 스릴러 맞지?

처음엔 찰스가 좋았어. 열정적인 사랑을 하지만 상처받지 않을만큼 속하는 이성적인 태도가. 대부분의 사람이 그걸 못해서 아파하는데 꼭 좋은 것만 취하게 만들어진 로봇처럼 어찌보면 차갑고 이기적이지만 그래도 본인을 보호하는데는 탁월한 감정조절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됐거든. 그리고 어느 부분들은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서 어지간하게 나쁜 부분까지는 감싸게 됐어. 그런데 2권보니까 시밤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은거야. 이 아저씨 비정상적인 질투심(책에 쓰인 표현 그대로)과 오만함 그리고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외로움으로 처절하고 이상하게 변하거든. 그리고 본인 좋을대로 생각하는 것도 되게 무례하고 불쾌했어. 피치 부부의 관계를 불행하다고 단정짓고 본인이 그녀를 구출해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고 그 싸움에 사활을 거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는데. 타인의 삶과 관계가 불행하다고 확언하는 것부터 철이 덜 든 것이고 오만한 것이고. 그만 좀 했음 싶더라고. 나는 하틀리의 남편 벤이 가장 인간적이라 느꼈어. 그리고 가장... 이성적이다. 나였음 찰스를 죽였을 거야.

아이리스 머독 책이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많이 읽히는 것 같진 않아.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하면 고전이나 유명 소설은 수없이 태그되어있거든. 근데 아이리스 머독은 요즘 뭐라고하냐. 손글씨. 캘리그라피 맞나? 암튼 그걸로 ˝우리는 오로지 사랑을 함으로써 사랑을 배울 수 있다 We can only learn to love by loving˝ 따위나 검색돼. 별로 중요한 말도 아니고 멋진 말도 아니구만. 하찮은이들... 아 이것도 오만함이야 현주야 그만 좀... 다시 아이리스 머독 이야기로 돌아와서. 영국 대표 작가이고 철학 교수이기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에게 연구가 되는 작가래. 이건 마지막에 책 뒤에 나온 작가 소개로 알게됐는데 신기하게도 2권을 읽으면서 철학적 심리학적(이 둘의 차이를 알듯 모르겠다.)이단 생각을 계속 했거든. 많은 주변인물들이 나오는데 그게 다 장치 같은 거야. 문학에서 나오는 스토리를 위한 사람들이 아니라. 찰스의 내면을 실랄하게 까기 위한 장치. 예로들어 하인을 자청하는 길버트는 찰스가 본인 스스로를 우상화 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찰스를 평생에 걸쳐 짝사랑하는 리지는 찰스의 좋은 것만 취하고 갈등은 피하는 이기심과 비겁함을. 성공한 유명 여배우 사팔뜨기 그 여자는 찰스의 광기를 대변하는 동시에 내면의 불안감에 비소를 날리며 자꾸 아픈 구석을 무심히 건드려. 양자로 삼으려했던 소년은 찰스의 희생양으로 그간 (감정적으로) 희생당하고 이용당한 수많은 사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되게 특이해 이 소설. 이런 접근으로 읽어 본적도 없고 읽을 생각도 없었는데. 모든 인물이.. 자아의 한 부분을 담당한다는 느낌이야.

정말 재밌게 읽었다. 다음 책은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 입니다.


발췌

˝난 가끔 나에게 노예근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마 전생에 나는 러시아의 농노였을지도 몰라요. 나는 단순한 일을 하고, 아늑하게 보호를 받으며, 주인의 어깨에 키스하고, 난로 위에서 자는 것을 생각하곤 해요.˝
˝내 집 노예가 되고 싶다는 거야?˝
˝네, 제발 주인님. 좋다면 저 개집에서 살겠습니다.˝
˝좋아, 자네를 고용하겠네.˝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상시키는 이 대화 ㅋㅋ 같은 가치를 가진 각각의 `인격`이라고 보기 힘들다

바다는 즐거웠고 소금물은 희망과 기쁨의 맛이었다.
-이 책은 이런 짧은 문장들이 참 좋다

˝넌 그저 과거를 함께 기억해 줄 사람을 원하는 거야.˝

˝그는 꿈 속의 아이가 될 거야. 당신이 손을 대면 그는 사라질 거라고. 두고봐.˝

˝몇 주 혹은 몇 달이 지나면 모든 것을 다시 돌이켜 생각하고, 다시 느끼고, 잊어버릴 거야. 이런 감정은 영원한 게 아니야. 인간적인 것은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아. 우리에게 영원은 환상일 뿐이지. 그것은 동화에나 있는 일이야.˝

사랑에 빠지는 것은 강박관념의 한 종류이다. 강박관념은 마음이 정상적으로 자연스럽게 굴러가지 못하게 마비시킨다. 자연스럽고 열려 있고 흥미를 느끼고 호기심 넘치는, 존재의 어떤 상태에 대한 설득력 있는 정의가 바로 합리성이다.

사람에 대한 판단은 결코 궁극적이지 못하며, 그 판단은 당장 재고를 요하는 사건의 요지에서 나오는 것이다. 세상살이는 느슨한 결말이며, 희미한 예측이다. 아무리 예술이 우리를 위로하느라고 그렇지 않은 척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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