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시골 의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0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랑 밥 먹기로 하고 책방에서 기다리다가 평소에 잘 보지 않은 구역에서 이 책을 건졌어. 펼치지도 않은 상태 정가 8000원인데 3000원. 근데 3000원이 없어서 엄마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엄마한테 내 달라고 했어. 5000원 짜리 내더니 불쌍하다고 2000원 가지래. 책을 사들고 우린 조개찜을 먹었지. 너무 맛 없어서 놀랐어. 가끔 필구와 가던 곳이었는데. 너무 싱거워서 조개의 식감이다... 에 억지로 만족하려 애쓰며 씹다 왔어.

프란츠 카프카의 명성은 잘 알고 있지만 막상 카프카스타일은 모르겠어서 시간 나면 꼭 읽어야겠다 생각은 했었거든. 근데 참 호감가게 생긴 얇고 가벼운 책에 대표 단편들을 모아놨다 하니 나 너무 감사하죠. 출퇴근에 읽고 카페에서도 읽고 펍에서도 읽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래 걸렸어. 일주일 정도 잡고 있었나?

변신을 읽기 시작하면서 아! 싶었어. 중학생 때 읽었더라고. 한참 세계문학 좋아해서 집에 있는 전집에서 하나씩 골라 읽었었는데 그 때 읽은 책들이 나의 어딘가 무의식 속에 저장이 되어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세월이 무상한 것만은 아니구나 싶어 과거의 모든 과정을 거친 완성이 지금이니.

제목은 대표작 두 편이지만 총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뤄져있어. 변신 / 유형지에서 / 단식 광대 / 시골 의사 / 판결. 카프카라는 사람이 얼마나 중심이 사람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이 컸는 지가 그냥 느껴졌어. 나는 읽으면서 화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데 카프카는 본인의 시선으로 비주류, 비중심, 주목 받을 일이 없는 캐릭터를 보고 그들의 시선을 글에 옮긴거잖아. 그 캐릭터들이라고 하면.... 가족을 부양하던 세일즈맨, 사형 집행자, 단식광대, 지방의 늙은 의사, 이민자.

되게 덤덤하더라고. 있는 그대로 보고 옮기는 것 같은 느낌. 사실만을 기록하고 있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일말의 동정이나 체면, 가식이 없이 장면을 언어로 바꿔 독자에게 스윽 전달하는 식으로 느껴졌는데 애초에 보고 있는 장면 자체가 후미진 것이라. 화자는 비주류인데 화자가 보는 것은 일반적인 세계이고 결국 비주류 화자를 통해서 객관적으로 한발짝 떨어진 상태에서 세상을 관찰하는 식. 신기하게 실린 모든 글이 그렇더라. 장편도 읽어보고 싶어졌어.

가장 좋았던 건 변신. 그리고 단식광대(이적 단편 소설 지문사냥에 귀지 청소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 편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 주목 받았던 자. 인정 받았던 자의 삶) 두 편이었지만 다섯 편 모두 내가 읽어 왔던 단편과는 확실히 다른 이상이었어. 이래서 카프카 카프카 하는구나. 정도는 완벽히 실감했어. 정말.

추석이 시작되었다. 문학 하나 비문학 하나 읽어야지. 닐리리 신난다. 연휴다. 만끽하자.


발췌(문장가는 아니다. 카프카)

자, 네 멋대로 해봐라! 그는 그림 위에 붙어서 그림을 내주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그림을 내주느니 차라리 너의 얼굴로 뛰어내릴 테다!
-벌레의 협박이었습니다

광대는 곧 군중이 동물 우리를 구경하기 위해서 그곳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러한 경험은 어떠한 완강한 의지나 자기 기만으로도 맞설 수 없을 만큼 강한 괴로움이었다.
-지잉.. 문장이 아니다.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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