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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해줘, 레너드 피콕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월요일이 새 책 들어오는 날인가봐. 차라투스트라와 갓블레슈로즈워터 반납하러 갔더니 몇 십권의 새 책이 한 곳에 모여있는거야. 아... 그냥 보기만해도 행복했어. 철학서에서 두 세권을 고민하다가 한 권을 골랐고 나머지 하나는 문학에서 찾는데 영 읽고싶은게 없는거야. 거기서 화려해보이는 책이 있었고 펼쳐보니 문장 간격이 되게 넓어서 언뜻보이는 두께보다 훨씬 수월하게 읽힐 것 같았어. 책도 가벼웠고. 그렇게 두 권을 빌려서 바로 카페에서 읽기 시작했는데.....쉣... 반 정도 읽었을 때 코 푼 휴지가 다섯장을 됐을거야. 스타벅스에서 호지티라떼를 마시며 눈물 콧물. 슬픈 내용이라고 하긴 뭐한데 그냥 속이 상해서.
18살 영리한 고등학생 레너드 피콕의 1인칭 시점 소설이야. 18번째 생일에 그간 계획한 친구 살해와 자살을 실행에 옮기려 하면서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줘. 몇 안되는 감사를 전하고 싶은 친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살면서 있었던 특별한 기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어른들의 무책임과 무관심 무성의 속에서 상처받은 정말 말 그대로 어린 영혼의 이야기.
호밀밭의 파수꾼의 이미지가 있더라. 학생이어서도 그렇고 보통과 섞이지 못하는 부분 때문도 있을거고. 문장이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어 읽는 속도는 빨리 가는데 그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말만하는 담백한 문장들이 오히려 감정을 후벼파는 힘이 느껴졌어. 그리고 주인공 레널드가 실존하는 아이같이 진심으로 느껴졌고 자살 계획한 그날 끝이 어떻게 나려나 궁금하기보단 당장 책을 덮고 달려가서 그 아이가 원하는 말과 관심을 주고 싶었어. 엉망으로 자른 머리카락을 만지며 안아주고 싶었어. 모든게 엉망인 어린 아이의 세계 그 무너진 세계 속에서 죽음이란 게 훨씬 평온할 거라는 믿음.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살아 남아 더 좋은 걸 누리라고 누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말 잘 쓰인 단편 한 권을 읽은 기분이다. 매튜퀵. 이 사람 소설 다 읽고 싶어졌다. 영화화 된다고 하던데 영화화 하기 더 없이 좋을 스케일과 이야기란 느낌이다. 되게 재밌고 좋게 읽었는데 막상 다 읽고나니 영화용 같다는 묘한 아쉬움이 든다. 어쨌든. 올해 읽는 책 중에 제일 쉽게 빠져들고 제일 재밌게 읽는 책. 읽는 중엔 인생 책이다!!! 했는데 문장이 더 수려했음 좋았겠다. 엄청난 만족 후에 묘한 실망이 뒤죽박죽. 뭐지 이 느낌은.
아! 하이라이트는 실버맨 선생님이다. 선생님의 모든 말이 날 울렸다ㅠㅠ
발췌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차별된 점으로 영원히 각인될만한 일을 저질러야 한다. 뭔가 문제가 될 만한 것.
그의 얼굴에 떠오른 슬픈 표정을 보니 나도 모르게 계속 `정말`과 `맹세코` 같이 내가 거짓말 할 때 가끔 쓰는 말들이 튀어나왔다.
어른이 돼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내게 보여줘요.
네 스스로 생각하고 네가 생각하기에 옳은 일을 하되,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따라 하는 건 그렇게 하게 놔두라는 것.
신이 정말 전지전능한 존재인 동시에 애정겹핍에 시달리고 있단 소리야?
어쩌면 한 번씩 우리의 적이 자위하는 모습을 떠올려보기만 해도 세상이 훨씬 더 나은 곳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