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7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허승진 옮김 / 더클래식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갓블레슈, 미스터로즈워터 끝내자마자 얼른 좋은 책을 읽어서 떨어지려하는 독서흥미를 올려야한다 생각에 조급해졌어. 이왕이면 우울하고 축축 쳐지고 찐덕찐덕 감성 돋는 책을 읽고 싶었는데 집에 사놓고 미뤄두던 책들을 보니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는 책이 보이더라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저렴한 맛에 홀려 샀지만 대체로 번역이 언프로페셔널하고 무성의한 더클래식 버전이어서 아마 계속 읽고싶은 책 순서에서 밀려날 위기의 책이었는데 내 기분이 널 살렸다. 근데 어차피 넌 죽었구나. 이미 죽은 널 부여잡은 거였구나.

나 이거 내용도 몰랐어. 난 어쩜 이렇게 무식하지? 아는게 뭐야? 사랑 이야기인지도 몰랐고. 그냥 주인공이 권총자살하고 비극이고 독자들에게도 우울증 전파, 자살을 유행시켰다는 것 정도. 근데 로미오와 줄리엣 뺨 후려치는 절절한 사랑이야기였구나. 월드타워 매장 잠시 봐줄일이 생겨서 독서 시간이 생겼고 2/3쯤 읽고 나머지는 역삼역 승강장 벤치에서 읽었어. 끊을 수가 없어서.

친구에게 꾸준히 편지를 쓰며 본인에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나 기분을 전달하는 형태인데 편지를 받는 사람의 답장이나 그 캐릭터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어서 일기에 더 가깝게 느껴져. 보통의 삶에 지쳐 새로운 지역 새로운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에 약혼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하게 돼. 초기에는 굳이 그 사랑을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외사랑을 즐기고 그 고통 속에서 빠져나오질 않아. 그렇지만 약혼한 남자와 친분을 쌓게 되고 더 깊어져가는 사랑에 잠깐 또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일에 몰두하며 잊어보려하지만 그 일터에서 굴욕적인 일을 겪고 굳이 말하면 실패를 하고 다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그 곳으로 컴백. 사랑은 더더더 깊어만 가는데 이미 그 사이에 그들은 결혼을 했고. 베르테르의 감정을 대부분이 알고있고 자기만 민폐고. 사랑은 순결하고. 어쩌고. 저쩌고. 당신만 생각하며 당신의 손에서 당신을 위해 죽겠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은 베르테르가 가장 좋았지만 평소 생각하는 방법이나 태도는 그 약혼남과 비슷해서. 우울증 속에 괴로워하는 베르테르를 동정하기에 죄책감이 들었어. 저 상황속에 내가 삼자였다면. 아마 나는. 말이 선뜻 안나온다. 베르테르한테 미안해서 ㅋㅋㅋㅋ 암튼 자기 감정 속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미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거야. 그리고 그 사랑도 판타지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죽지 않았다면 사그러들었을 감정이라고 생각했을거고. 근데 중간 중간 우울한 사람을 변호하는 그들의 고통을 설명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걸 보면서 내가 또!! 또!!! 오만했구나 반성도 했어. 그래서 지금 미안한가봐 베르테르한테. 감히 공감은 못해도 함부로 단정짓거나 비난은 안할래.

엄청 재밌지도 엄청 슬프지도 엄청 인상적이지도 않았어. 그냥 아 옛날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자극에 약하고 흥미거리의 분산이 덜 되었을테니 사랑에 대한 감정도 문학으로 받는 영향도 훨씬 컸을테니 그 사람들에겐 상당한 느낌이었을 수 있겠다 막연하게 느끼는 정도? 내가 원한 찐덕함은 이게 아니었는데. 다음엔 뭘 읽지.. 난감하다...


발췌 - 문장이 영 별로인데 그래도 공감이 되거나 흥미로운 부분. 옮겨놓고 보니 더 별로이지만.

​내 생각에 서로 좋은 날들을 망치면서 간섭하는 것보다 괴로운 일은 없을 것 같네. 인생의 한창 좋은 시절 모든 기쁨을 받아들여도 모자랄 젊은 친구들이, 전성기를 망치고 나중에 가서야 그 어리석음을 깨닫고는 소중한 순간들을 보상받는 게 불가능하단 걸 깨달을 때엔 이미 늦어 버린다네.
-그렇다네 근데 말투가 마음에 안든다네

우울함이란 게으름과 무척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분명 그것은 게으름의 일종이죠

˝당신은 우울을 죄악이라 하셨는데 제가 보기엔 그건 좀 과장인 듯 합니다.˝
나는 답했네.
˝결코 그렇지 않아요. 스스로와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죄악이듯 우울도 마찬가지인거죠. 서로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죄악이지 않을까요. 하물며 우리 각자가 누려야 할 기쁨까지 배앗는 상황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지 않나요? 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에 남들에게 티 내지 않고 스스로 견디면서 주변의 흥을 깨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누구인지 알고 싶군요.

인간은 인간일 뿐이라고요. 조금 더 분별력이 있다 한들 격정에 휩싸여 한계로 치닫게 되면 약간의 이성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겁니다.

무한한 충만함 속으로 한껏 녹아들어 가기를 갈망하는 그 순간에도 인간이란 발목이 잡혀​ 차디찬 의식 속으로 다시 끌려오지 않는가.
-여기서 의식은 이성을 말하는거지?

이것이 친절하고 부드러운 마음씨가 깃든,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성실한 애정이란 말인가! 그래, 무엇에나 관심을 보이는 척하고 절대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지! 그건 오히려 권태와 무관심의 표현이란 말이다.

당신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 외에는 다른 즐거움을 알지 못했던, 늘 고통에 시달려 불행하고 불안했던 한 사내의 굳어 버린 육체 위를 서늘한 무덤이 덮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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