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만화 열린책들 세계문학 7
이탈로 칼비노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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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블로그로 알게된 이웃이 이 책에 대한 내 감상이 궁금하다며 선물해주셨어. 좀 묵히다가 이제야 꺼내 읽었는데 엄청 오래 질질 끌며 읽었네. 그 말인 즉슨 내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괜히 미안...

수억년을 살며 우주의 탄생과 변화를 봐온 크프우프크라는 존재가 그간 우주에서 벌어진 일들을 기억해내어 들려주는 이야기야. 공룡도 나오고 물고기의 시작도 나오고 달의 탄생과 온갖 물질이 처음 세상에 나온 상황 등등을 이야기해주는데 동화같기도 하고 성경같기도 해. 내리 존댓말로 이야기를 해주는데 귀엽기도 하고 그 상상력도 엄청 뛰어나서 상당히 재밌을 소설인데...... 안타깝게도 나는 과학 지진아이고 자꾸 태양이어쨌고 행성이 어쨌고 분자고 원자고 염색체고 이야기하는데 죄송합니다 ㅜㅜ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겠어요. 그래도 큰 이야기 흐름이 재밌어서 읽다가도 읽고나면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지 싶은 이런 저능아.

세상들의 기억/ 은하계를 좇아/ 바이오코미케 이렇게 나뉘어져 있는데 세상들의 기억까진 오옷! 신박해! 하며 읽다가 은하계부터 차차 지쳐 바이오코미케에선 끝이나 내자 하며 억지로 읽었습니다.

제목 답게 우주가 주인공인 동화, 만화, 소설이고 아무것에도 편견이 없는 화자(사람일 수도 있고 먼지일 수도 있다)가 세상의 모든 것을 순수하게 바라보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이 곳(우주, 지구, 세상)의 주인은 누구인지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상상력과 재치가 넘치는 이공계 너드 냄새가 폴폴나는 특이한 소설이었다. 분명히 되게 매력있고 재밌을 소설인데 하아.... 나는 어렵습니다. 막 고급 과학용어나 원리가 나온 것도 아니었는데 자존심 상하게도 저는 못 알아 듣습니다. 털썩. 아냐. 다시 책을 슥 훑어봤는데 나한테만 어려운 거 아닐 것 같아. 오다가다 서점 가시는 분 한 번 스윽 페이지 넘겨보고 (이왕이면 후반부)저랑 공감해주세요.

발췌

괴물과 괴물이 아닌 자는 언제나 이웃이었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계속해서 존재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바로 지구의 생명체, 말하지만 지구<의> 그리고 지구<안의> 생명체였던 것입니다. 단지 껍질 위로 솟아오른 생명체를 지향하지는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그것을 지구의 생명체라 부를 수 있다고 믿지만, 그것은 마치 사과의 주름 잡힌 껍질 위에 얼룩처럼 퍼져 가는 곰팡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나는 지금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먼지 속에 질서가 있는 척하고, 체계 안에 하나의 규칙성, 또는 비록 어울리지는 않지만, 어쨌든 측정 가능한 다양한 체계들의 상호 교류가 있는 척하는 놀이랍니다.

나는 홀로 자문합니다. 진정으로 이 세계가 나의 세계일까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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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데미안 (한글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28
헤르만 헤세 지음, 이순학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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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읽었겠거니 했는데 읽어보니 프란츠와의 갈등 부분까지 오옷!하며 재밌게 읽다가 그 다음에 재미없어져서 접었나봐. 초반 프란츠 사건 이후 이어지는 내용은 전혀 모르는 내용들이더라고. 지금껏 알고 있던 데미안은 뭐 거의 프란츠가 엄석대 역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독일판이었다.

화자 싱클레어가 성인이 되어 회상한 청소년-청년기의 고민과 추억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친구이자 멘토, 라이벌 데미안에 대한 기억을 옮긴 성장소설이야. 따뜻하고 안전한 가정을 상징하는 밝은 세계와 거칠고 낯설지만 끌리는 금지된 세계 그 가운데에서 방황하는 어린 싱클레어를 보니 중학생 시절의 내가 떠오르더라. 소위 일진이라 불리던 낯선 친구들과의 어설픈 우정에서 생기는 얄팍한 반항심과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부모님의 보호가 새삼 부끄럽게 느껴지는 그 특별한 시절. 마치 두꺼운 밧줄 위를 나름의 보호를 받으며 한 발 한 발 내딛다가 처음으로 만난 낡아빠진 줄, 그 위를 보호자 없이 걷게된 그 때. 위태하고 설명 안되는 그 이상한 시절. 잊은 줄만 알았던 이런 저런 그 때의 기억들이 데미안을 읽는 내내 끝없이 떠오른다. 참 겁이 많으면서 겁이 없던 날들. 지금은 웃으면서 떠올리는 그 날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는 일부였구나. 중2병이라는 이름으로 비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린 그 나이 그 시기의 아이들의 위태한 과정이 사실은 자아가 만들어지는 혹은 자아를 지키기위한 전투였구나. 흠. 찡하다.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헤르만헤세의 작품이고 그 텀이 짧아서 음 헤르만헤세 스타일을 조금 알 것 같다. 평탄한 일상에서도 풍족한 상황해서도 어떻게 해서든 고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바깥의 소음엔 귀가 닫힌 채 내부에서 터지는 자잘한 소리에 밤낮으로 귀를 기울이는 자아 투쟁가라고 해야하나. 참 피곤한 사람이기도 하고 참 섬세한 사람이기도 하다.

싱클레어와 데미안을 보면서 난 저 나이에 무얼 생각했나 생각해보니 입꼬리가 씰룩댈만큼 참 하찮은 재미와 관계, 그리고 위치에 대한 욕심으로 하루하루 보냈던 것 같다. 더 생산적이어도 됐을 것 같은데...... 뭐 그게 중학생답긴 하지만 쟤들 둘을 보니 난 참 어리다. 이번 책에서도 역시 종교의 가르침에 대한 반항과 고민이 들어있는데 카인과 아벨이라든지 야곱이라든지 성경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인물들이 나온다. 계속 고전만 읽다보니 이것들이 단순히 성경, 종교의 것이 아니고 역사(속 인물들이 겪은 주요한 고민)의 한 부분으로 마치 당연히 알아야하는 지식이나 심지어 성질의 대명사로도 표현되는 걸 많이 본다. 그래서 음. 처음으로 성경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성경책을 읽는 건 아니고 주요 이야기에 대한 정리와 그 이야기에 대한 양측의 해석이 궁금해졌다. 사서 읽긴 뭐하니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지. 새 사무실 근처에 도서관이 있길!

발췌

난 진정, 내 안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그것을 살아 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저마다 삶은 자아를 향해 가는 길이며, 그 길을 추구해 가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고자 끊임없이 추구하는 좁은 길을 암시한다. 지금껏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본 적이 없었음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애쓴다.

용기와 개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건 평범한 사람들이게는 두려움이니까.

자신의 감정을 이성으로 변화시키는 걸 익힌 어른들은 꼬마들에게도 이런 이성이 존재할거라 상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꼬마들의 경험도 무시한다. 하지만 나는 평생에서 그때처럼 절박한 경험과 고민을 한 적이 드물다.

이상이 다시 살아났고 예감과 신비로운 비밀로 가득 찬 삶이 영롱하게 다시 시작되었다. 그것이 나를 다른 이들의 조롱에서 무심하게 해 주었다. 숭배하는 영상의 하인이나 노예일망정 나는 내 자신 속으로 스며들어 갈 수 있게 되었다.

운명과 마음은 하나의 개념에 대한 이름들이다.-노발리스

우리들 마음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들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누군가가 들어있어. 그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너에게 도움이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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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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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일본소설 거기다가 김난주 번역. 제일 책을 많이 읽던 대학생 시절 땐 읽는 책의 80%가 일본 소설이었는데 그 중에 최소 10%는 김난주님 번역이 아니었나 싶다. 믿고 읽는 김난주였는데 오랜만에 읽어도 역시 .... 맛이 산달까. 정말 반가웠다.

무색무취의 한 평범한 교사가 취미생활인 곤충채집을 하러 인적이 드문 모래마을에 갔다가 납치되는 이야기. 탈출을 꿈꾸며 지독한 모래의 공격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얼토당토않은 설정 같지만 하나도 안 웃기다. 정말이지 너무 심각하다. 모래지옥에 대한 표현이나 더위와 습기로 인해 망가진 피부와 그 감각을 묘사하는 부분이 나올 땐 정말 오만상을 찌푸리며 끙끙대며(속으로) 읽었다. 처음 남자가 덫에 걸리는 부분에 오! 설정 신선해! 했는데 어흐 상황이 진행될수록 이거 정말 끔찍하고 괴로운 이야기야. 어머 나 리뷰 쓰면서 나도 모르게 미간 완전 찌푸리고 있었네. 읽는 내내 사막에서 몇 박 며칠 야영한 기분. 간접체험의 끝을 보여주는 묘사다.

그렇게 디테일하고 신선한 비유를 함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부분이 없고 문장은 짤막한 것이 ... 읽는 내내 그 재능에 감탄이 계속 나왔다. 아베 코보. 실제 곤충 채집이 취미라는 아베 코보의 덕후스러운 지식과 상상력이 만들어 낸 걸작. 처음 곤란에 빠지게되는 설정은 비현실적이었지만 거기까지 픽션같았고 그 이후 주인공의 대처, 감정변화, 여인과의 관계에 대한 진행이 그 상황의 누구라도 그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한에 처한 동물의 관찰기 같은 인상을 받았다.

영화화 됐다고 하던데 영화화 되지 않았다고 하면 황당할 정도의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감각적 디테일이 살아있는 정말 정말 잘 쓰인, 소설의 몫을 다한 작품이었다.

앗! 리뷰를 다 쓰고 부제목을 달려고 생각하다가 문득 소설 속에 나오는 곤충 이야기가 떠올랐다. 바껴진 환경에 적응하려 변화한 곤충. 변종을 찾으려 떠난 주인공이 결국 급작하게 바뀐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자의는 아니지만) 어느덧 변종되었구나. 와.....

발췌

버린 성냥을 거스르면서 시계의 초바늘 같은 속도로 모래의 물결이 이동하고 있다.
-비유의 왕, 표현력의 왕으로 임명합니다.

작지 싶어서 별 생각 없이 밟은 뱀의 꼬리가 뜻밖에 커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뱀의 머리가 자기 목덜미에 있더라는 식의 당혹감이다.
-필요이상으로 멀리간 비유인데 뭔지 되게 잘 알 것 같다. 창의적인 비유의 왕으로 임명합니다.

없다고 곤란해질 일은 전혀 없다. 환상의 벽돌을 듬성듬성 쌓아올린 환상의 탑이다. 하기야 없어서는 안 될 것들 뿐이라면, 현실은 슬쩍 손도 댈 수 없는 위험한 유리 세공품이 되어버린다. 요컨대 일상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모두들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 집에 컴퍼스의 중심을 두는 것이다.

과연 시간이 말처럼 뛰어가는 일은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손수레만큼 늦지도 않은 듯하다.
-더 옛날에 계셨다면 이 분 입에서 나온 속담도 수두룩했을 듯하다.

반복은 현재를 채색하고, 그 감촉을 확실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아무런 기약 없이 그저 기다림에 길들어, 드디어 겨울잠의 계절이 끝났는데도 눈이 부셔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구걸도 사흘을 계속하면 그만두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 내부로부터의 부식은 의외로 빨리 진행되는 것인 모양이다.
-나도 모르는 새 나 역시 부식되고 있다. 얼른 5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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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더 레이븐 (한글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1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미란 외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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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의 더 레이븐. 검은 고양이로 익숙한 에드거 엘런 포의 단편집이야. 중학생 때인가 검은 고양이 읽었다가 그 끔찍함에 놀랐었는데 이렇게 다시 읽게 되다니. 셋트로 원숭이 발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네. 그 옛날 학원에서 영어로 읽었던 게 이제와서 기억나는 것도 신기하다. (http://m.blog.naver.com/olivia010516/150190019894)

읽으면서 포의 정신세계도 보통 아니었겠다 싶었어. 시작부터 끝까지 어둡고 축축한 게 내용을 떠나서 그냥 찝찝한 기분이 들더라고. 어제 밤엔 괜히 무서워서 읽다 덮었어(e북이니까 껐어). 역시 제일 재밌었던 건 검은 고양이 그리고 어셔가의 몰락(산 채로 관에 넣어진 여동생이 일주일만에 나타나 오빠를 죽이는 이야기)이고 나머지도 다 꽤 재밌었어. 고전 문학이라고 하기에는 옛날 하이틴 잡지 한 켠에 실리는 `흥미롭고 오싹한 이야기` 정도가 어울리긴 하지만 200년도 더 된 이야기이니 고전문학이라고 하자.

총 여섯 편의 단편 중 세 편에 뒤팽이라는 인물이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나와. 뒤팽의 친구이자 조력자가 뒤팽이 사건 실마리를 풀어내는 과정을 전달하는 식이라서 그런지 읽으면서 계속 셜록이 떠오르더라고. 캐릭터도 되게 비슷해. 사회성이 부족하고 추리를 할 때 생기가 넘치고 감정이 실리지 않은 눈빛과 말들. 그리고 다 읽고 끝에 작품해설을 보니 그 `오귀스트 뒤팽`이 문학사상 최초의 탐정이래.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유명 탐정 캐릭터의 시초가 되었겠어. 재밌다!

시간이 많으면 책을 많이 읽을 줄 알았는데 많아진 건 수면시간 뿐 어느 때보다 게으르고 의미없이 보내고 있다. 근데 이렇게 바닥에 그림자처럼 붙어서 어기적대는 나날도 솔직히 나쁘지 않다.

발췌

사악함이 인간의 원초적 충동의 하나라는 사실 만큼은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 못지않게 확신할 수 있다. 사악함은 인간성을 결정짓는 타고난 본성이자 감정인 것이다.
[출처] [더 레이븐] 검은 고양이는 네로가 아니고 플루토|작성자 강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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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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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과 이혼을 하고 실내장식일을 하며 로제와 길고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 있는 서른아홉의 폴이 여자 주인공. 폴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혼자만의 시간과 자유를 포기하지 못하고 그 이상의 단계에서 벽을 치는 폴의 연상의 연인 로제가 남자주인공1. 폴이 어느 풍족한 집의 인테리어 일을 맡게 되며 알게된 고객의 아들, 스물다섯 살의 젊고 잘생긴 청년 시몽이 남자주인공2. 폴이 애인 로제와의 관계에서 표현할 수 없는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던 차에 낭만과 열정으로 적극적인 구애를 하는 시몽에게 마음 한 켠을 내어주게 돼.

나에게 홀딱 빠진 새로운 애인을 이용해 자존감 살리고 기분 전환한 뒤 기존 애인에게 돌아가는 이 쌀쌀맞은 여자의 감정, 이 씁쓸하고 진부한 이야기.

결국 폴에게 누가 더 좋은 남자일는지 모르겠다. 두 번의 삶이 주어져 각각이랑 한 생 씩 살아봐야만 알겠지. 높은 확률로 그 둘 다 별로이지 않을까. 로제는 결국에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으로 폴을 불행하게 할 것이고, 시몽은 젊은 날의 변덕으로 눈에 띄게 애정의 크기가 달라져 폴을 비참하게 만들테지. 폴의 모든 감정들이 하나하나 이해가 되어서 함께 외롭고 씁쓸해하며 읽었다. 왜 여자는 이렇게 의존적일까? 마음 속까지 독립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여자 주인공 이야기를 읽고 싶다.(`나를 찾아줘`를 읽을 때가 되었다. 나의 히어로!)왜 여자는 이렇게나 주변을 의식하고, 문제 없는 본인을(심지어 훌륭한 상태의 본인을) 초라하게 여기고, 상대에게 습관적으로 자신을 연출할까. 자연스러우면 더 행복해질텐데, 본인 그대로인 것이 왜 그렇게도 어려울까. 왜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지를 못할까. 이 책을 읽으니 그 증상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진다.

굉장히 두께가 얇은 데다 문장 호흡도 짧고 남녀간의 감정 묘사가 전부라 읽기 쉬운 소설이고 특히 대부분의 성인여자가 좋아할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지만 내용이나 분위기나 감정이 비슷한 책들이 너무 여려 권 떠올라서 특별히 좋았다거나 특별히 기억에 남을 것 같지는 않다.

당분간 피해야 할 책 중 하나였는데 줄거리를 전혀 모른 탓에 제목과 표지 속 샤갈에 홀려 읽어버렸네. 남녀 관계를 향한 비관적인 시선의 책은 결혼해서 애기 낳기 전에는 안읽으련다. 자꾸 그것만이 현실같이 느껴지고 매사 부정적이 되어버리잖아. 오늘 불쾌한 소개팅을 하고 들어와서 읽어서 더더욱 짜증나는 것 같기도 하다.

발췌

남자든 아이든, 누구든 상관없었다. 그녀를 필요로 하는 이, 잠들고 깨는 데 그녀의 온기를 필요로 하는 이라면. 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자신의 외모에 여전히 아무 확신도 갖지 못했지만 그는 한시름 놓이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추한 얼굴이 주는 힘 같은 건 가질 수 없겠군.˝
-이건 마치 도리언그레이! 얄밉고 귀엽다.

이제 그녀는 새로 개척하는 대신 갖고 있는 것을 지키려 애쓰고 있었다. 직업을, 그리고 남자를......

여자들은 모든 것을 요구하고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것처럼 보여서 완전히 마음을 놓게 만든 다음, 어느 날 정말 하찮은 이유로 떠나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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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열정 2017-11-04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보면 이 사강의 책은 1900년대의 프랑스 청춘의 삶과 같이 다가오는 책인 것 같네요. 예전에 소피마르소의 영화 ‘라붐‘과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인 것 같아요. 좋은 리뷰 감사^^

Cindy.K 2017-11-10 14:28   좋아요 0 | URL
앗 전 라붐이란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아마 좋은 인상일 것 같아서 감사 먼저 할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