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읽었겠거니 했는데 읽어보니 프란츠와의 갈등 부분까지 오옷!하며 재밌게 읽다가 그 다음에 재미없어져서 접었나봐. 초반 프란츠 사건 이후 이어지는 내용은 전혀 모르는 내용들이더라고. 지금껏 알고 있던 데미안은 뭐 거의 프란츠가 엄석대 역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독일판이었다. 화자 싱클레어가 성인이 되어 회상한 청소년-청년기의 고민과 추억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친구이자 멘토, 라이벌 데미안에 대한 기억을 옮긴 성장소설이야. 따뜻하고 안전한 가정을 상징하는 밝은 세계와 거칠고 낯설지만 끌리는 금지된 세계 그 가운데에서 방황하는 어린 싱클레어를 보니 중학생 시절의 내가 떠오르더라. 소위 일진이라 불리던 낯선 친구들과의 어설픈 우정에서 생기는 얄팍한 반항심과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부모님의 보호가 새삼 부끄럽게 느껴지는 그 특별한 시절. 마치 두꺼운 밧줄 위를 나름의 보호를 받으며 한 발 한 발 내딛다가 처음으로 만난 낡아빠진 줄, 그 위를 보호자 없이 걷게된 그 때. 위태하고 설명 안되는 그 이상한 시절. 잊은 줄만 알았던 이런 저런 그 때의 기억들이 데미안을 읽는 내내 끝없이 떠오른다. 참 겁이 많으면서 겁이 없던 날들. 지금은 웃으면서 떠올리는 그 날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는 일부였구나. 중2병이라는 이름으로 비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린 그 나이 그 시기의 아이들의 위태한 과정이 사실은 자아가 만들어지는 혹은 자아를 지키기위한 전투였구나. 흠. 찡하다.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헤르만헤세의 작품이고 그 텀이 짧아서 음 헤르만헤세 스타일을 조금 알 것 같다. 평탄한 일상에서도 풍족한 상황해서도 어떻게 해서든 고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바깥의 소음엔 귀가 닫힌 채 내부에서 터지는 자잘한 소리에 밤낮으로 귀를 기울이는 자아 투쟁가라고 해야하나. 참 피곤한 사람이기도 하고 참 섬세한 사람이기도 하다. 싱클레어와 데미안을 보면서 난 저 나이에 무얼 생각했나 생각해보니 입꼬리가 씰룩댈만큼 참 하찮은 재미와 관계, 그리고 위치에 대한 욕심으로 하루하루 보냈던 것 같다. 더 생산적이어도 됐을 것 같은데...... 뭐 그게 중학생답긴 하지만 쟤들 둘을 보니 난 참 어리다. 이번 책에서도 역시 종교의 가르침에 대한 반항과 고민이 들어있는데 카인과 아벨이라든지 야곱이라든지 성경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인물들이 나온다. 계속 고전만 읽다보니 이것들이 단순히 성경, 종교의 것이 아니고 역사(속 인물들이 겪은 주요한 고민)의 한 부분으로 마치 당연히 알아야하는 지식이나 심지어 성질의 대명사로도 표현되는 걸 많이 본다. 그래서 음. 처음으로 성경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성경책을 읽는 건 아니고 주요 이야기에 대한 정리와 그 이야기에 대한 양측의 해석이 궁금해졌다. 사서 읽긴 뭐하니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지. 새 사무실 근처에 도서관이 있길! 발췌난 진정, 내 안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그것을 살아 보려 했다.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저마다 삶은 자아를 향해 가는 길이며, 그 길을 추구해 가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고자 끊임없이 추구하는 좁은 길을 암시한다. 지금껏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본 적이 없었음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애쓴다.용기와 개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건 평범한 사람들이게는 두려움이니까.자신의 감정을 이성으로 변화시키는 걸 익힌 어른들은 꼬마들에게도 이런 이성이 존재할거라 상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꼬마들의 경험도 무시한다. 하지만 나는 평생에서 그때처럼 절박한 경험과 고민을 한 적이 드물다.이상이 다시 살아났고 예감과 신비로운 비밀로 가득 찬 삶이 영롱하게 다시 시작되었다. 그것이 나를 다른 이들의 조롱에서 무심하게 해 주었다. 숭배하는 영상의 하인이나 노예일망정 나는 내 자신 속으로 스며들어 갈 수 있게 되었다.운명과 마음은 하나의 개념에 대한 이름들이다.-노발리스우리들 마음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우리들 자신보다 모든 것을 더 잘 해내는 누군가가 들어있어. 그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너에게 도움이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