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도라도, 혹은 사라진 신의 왕국들 시친의 지구연대기 4
제카리아 시친 지음, 이재황 옮김 / AK(이른아침)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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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알고 있겠지만, 중남미대륙 곳곳에 남아있는 고대문명의 흔적들은 상당히 발전된 현대 고고학으로도 그 정확한 실체와 기원을 알 수 없다.  특히 최근 고고학에 Civil Engineering을 접목하여 고대 건축물들의 생성과정을 추론하는 등의 참신한 방법을 통해 최소한 피라미드 같은 거대유적의 건설과정을 현대식으로 풀어내는 시도는 History Channel에서 다룬 바 있다.  하지만, 어떤 논리와 이론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 미스테리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중남미 일대의 고대 유적들이다. 

 

일례로 볼리비아 산에 있는 고대 거석 건축물들은 정확한 연대나 건설자를 전혀 알 수 없을뿐더러,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기술로 그 높은 산까지 거대한 돌을 가져왔는지도 - 석재는 그 일대에서 나는 돌이 아니다! -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섬세한 세공기술 - 돌과 돌 사이에 종이 한장이 들어갈 수 없을만큼 - 까지 현대의 기술로도 재생이 불가능한 건축기술인 것인데, 적어도 우리가 아는 역사에는 중남미 땅에 그토록 고도로 발달했던 문명은 없는 것이다.

 

시친은 여기서 고대 중근동의 외계인-신 일족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새로운 기지를 지금의 중남미 대륙에 만들면서 이 지역의 고대문명이 시작된 것으로 가설을 잡고 이를 온갖 자료와 이를 바탕으로 한 논리로 풀어가는 것이 이번 편의 테마이다.  역시나 좀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고,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논증 역시 문제스럽지만, 그래도 정확한 사료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초고대 문명의 이야기를 써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우리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니지 않는가.  종교는 별개로 치더라도, 현재 우리의 역사가 지구상의 첫 인류의 역사라고 할 수 없는 증거와 기록이 이제는 주류학계에서도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현재의 추세인걸 보면, 전 생애를 바친 시친의 노력은 가상하기까지 하다. 

 

초고대사에 대한 이야기 한 가지 더.

 

대학 때 한 학기동안 수강했던 '그리스 신화'강의에서 들은 것인데, 우리에게 이미 까마득한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자기들의 시대 위의 '고대'가 있었다는 것.  특히 이 고대 그리스의 '고대'에는 고대 그리스에서 규정한 '암흑시대'라는 것이 있었는데, 약 500년의 시간대에 해당하는 시기의 기록과 전승이 모두 그야말로 깡그리 없어졌다는 것이다.  즉 고대 그리스의 윗 시대에 해당하는 어떤 시기에 바다의 백성들로만 알려진 일단의 문명인들 ('도리아'인으로 추정되기도 한다)이 그리스 연안을 돌아다니며 모든 것을 다 없애버린 후 약 50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이나 아무런 기록이 남을 수 없을만큼 문명/문화가 다 파괴되었었던 것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부터 약 420년 정도가 지난 2012년 사이의 시간대에 아무런 기록이 남지 않았다고 상상해보면, 이 500년의 암흑시대라는 것이 얼마나 긴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의 상상력과 보다 liberal한 접근이 없다면 아마도 이런 유사이전의 초고대역사는 풀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친같은 사람의 연구는 -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 매우 소중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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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폐하 율리시즈호 동서 미스터리 북스 82
알리스테어 매클린 지음, 허문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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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간혹,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읽은 책이 알고보니 유명한 작가의 책이었다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왕폐하 율리시즈호'는 비록 정통은 커녕, 미스테리 쟝르에 넣기도 뭐한 책이었지만, 그레고리 펙/안토니 홉킨스 주연으로 너무도 유명한 '나바론의 요새'의 원작자가 쓴 처녀작이기에 큰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정말이지 우연하게 걸린 책인데, 책의 선택부터 구매까지 나의 손이 거의 거치지 않은, 기연을 거쳐 나의 손에 들어와 읽힌 책이다.  

 

처녁작같지 않게 이 책은 매우 정밀한 묘사로 2차대전 당시 대영제국해군의 북해수송작전, 소련을 지원하기 위한, 에서 호위를 맡았던 율리시즈호의 전투를 실감나게 그리고 긴박감 넘치게 보여주고 있다.  현대 military소설의 원조라고 할 수도 있을만치 일체의 다른 것들을 배제한 전투와 작전 위주의 스토리, 그 안에 얽혀있는 휴머니즘을 보면, 톰 클랜시 선생 정도는 가볍게 뛰어 넘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에 '인간사냥' (영화 Payback의 원작)때도 느꼈지만, 참으로 부러운 서양권의 문화 infra를 이 책을 통해 또다시 볼 수 있었다. 정확하게는 작가의 저술약력에 포함된 '나바론의 요새'때문이겠지만, 좋은 영화나 그 밖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은 결국 이렇게 오랜 시간을 통해 쌓인 book culture가 아닌가 싶어, 대한민국의 현대문화사를 생각할 때 부럽기 그지없다.  참으로 잘 쓰여진 책이기에 이 분야의 고전으로 대접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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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
엘러리 퀸 지음, 김성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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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 졸렬한 리뷰들을 읽어왔다면 엘러리 퀸이라는 작가는 2명의 작가가 공동으로 사용한 필명이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니 추리소설 상의 트릭이나 사건 구성부터 등장인물까지 모두 혼자가 아닌 두 명의 작업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특히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은 치밀하게 그리고 주도면밀하게 구성되어 상당한 양의 정보와 힌트에도 불구하고 - 사실 매우 fair한 수준의 트릭/정보 공개 - 끝까지 진범을 짐작할 수 조차 없었다. 

 

어느 작은 마을에서 앙크라고도 불리우는 이집트 십자가 형태를  띈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여기서 멀리 떨어진 다른 장원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살인이 발생한다.  무엇인가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수사팀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뉴욕 경찰의 저명한 베테랑 엘러리 퀸 경감의 아들인 주인공 엘러리 퀸 - 특이하게도 작가의 필명 - 이 우연한 기회에 도움을 제공하고자 참여하는데.

 

종횡으로 얽힌 인물과 사건, 그리고 배경.  게다가 보이는 사건사실이 그대로가 아닌, 그야말로 온갖 변화와 거짓말, 그리고 트릭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건을 추리한다면 머리가 살짝 이상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튼 나는 중반 이후부터는 진지한 추리를 포기했으니 하는 말이다.  머리가 복잡할 때 가라앉히기 위해 읽는 것들 중 하나가 추리소설인데, 이토록 머리를 많이 쓰게 하다니...역시 대가다운 풍모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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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War Z' 스타일의 alternative history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소설은 이미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로 유명세를 떨친 바 있는 Seth Grahame-Smith의 'Abraham Lincoln - Vampire Huner'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대통령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아브라함 링컨의 노예해방이 말 그대로 노예해방이었다는 것인데, 다만 백인의 손에서 흑인 노예들을 구한 것이 아닌, 벰파이어의 손에서 미국을 구한 해방이었다는 것이 주된 테마.  작가의 교묘한 테크닉으로 링컨의 개인사와 미국 역사의 주요장면에 벰파이어들을 삽입하여 놓았고, 은유적으로 쓰여진 링컨의 편지와 일기는 역시 작가가 의도하는 추측이 보여지도록 quote되었기에 '다빈치 코드'이상 실재했던 사건사실을 바탕으로 짜여진 느낌을 충분히 줄 수 있었다.

 

원어로 두 번을 읽었는데, 두 번 다 만족스럽게 읽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한국어 판의 표지는 매우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다.  옆에 보이는 원작의 표지가 훨씬 더 테마에 맞는데, 이 책의 뒷표지를 보면 잘라진 벰파이어의 머리와 도끼를 들고 서있는 링컨의 뒷모습이 나와있다.  표지 디자인만으로 볼때 한국어 판은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겠다.  하지만 같은 스토리일테니까, 번역의 완성도에 따라 몰입도가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어머니를 빼앗아간 벰파이어를 죽인 링컨은 이를 시작으로 개인적인 벰파이어 사냥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한 벰파이어를 쫒다가 도리어 죽기 직전까지 몰린 그를 우연히 구해준 헨리 스터지라는 인물에 의해 링컨의 잠행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어, 종국에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벰파이어의 비밀스러운 압제에서 구하기 위한 전쟁을 시작하게 되는데...

 

작가의 다른 책, 그리고 비슷한 계통의 책들 또한 출간 당시 매우 센세이셔날 했다고 하는데, 아직 읽지는 못했다.  기회가 되는대로 구해보아야 하겠다.  reference를 위해 여기에 일부 올린다.

 

Sense and Sensibility and Sea Monster의 작가의 다른 책 'Android Karenina'는 알라딘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다.  이 역시 꽤나 평이 좋았던 책이기에 언급한다.

 

'벰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은 매우 재미있는 책이면서도 Civil War시대의 미국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책이다.  fact와 fiction이 교묘하게 잘 섞인 책이기에 일독을 권할만 하다.  또한 언제 나오는지 아직 모르지만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는 것 같다.  youtube에서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를 검색하면 trailer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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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냥 동서 미스터리 북스 128
리처드 스타크 지음, 양병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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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냥'은 Richard Stark란 필명으로 Donald Westlake란 작가가 쓴 책으로써 원제는 'The Hunter'이다.  여러개의 시리즈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대략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일인칭 르와르이다.  그런데 읽고 보니, 예전에 Mel Gibson이 감독-주연을 한 'Payback'의 원작인 것이 아닌가.  이름과 일부 detail만 조금 바꾸었을 뿐, 구성과 캐릭터들의 성격까지도 거의 같다.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주인공 (여기서는 Parker, 영화에서는 Porter)은 터프한 건달이다.  갱단에 몸을 담지 않고 한건 올릴 때마다 적당히 돈이 떨어질 때까지 놀면서 다음 건을 물색하는 전형적인 나쁜놈인 것이다 (Payback제작 당시 인터뷰에서 나왔듯이 영화는 - 결국 원작도 - 나쁜 놈들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친구와 애인에게 배신당하고 겨우 목숨만 건진 Parker의 복수와 함께 자기의 돈을 찾기 위한 '인간사냥'이 이 스토리의 전부이다.  

 

책을 읽는 내내 새삼 부러워졌던 것이, 미국의 출판문화, 나아가서 풍부한 책,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수많은 이야기거리들이었다.  사실, 이 나라의 웬만한 영화들을 보면, 영화 그 자체로 제작되는 것 이상, 오리지널 스토리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많다.  대작급의 영화들의 경우 특히 그런 것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유구한 한자문화 및 책문화를 가진 한국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인프라는 약한 것으로 느끼기에 더욱 부러운 것이다.  근현대의 한국은 외세와 이를 이은 독재정치로 인해 다양한 종류의 창작이 압살되었던 것이 큰 이유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자유롭게 스파이 소설, 만화, 탐정, 공상과학, 등등의 다양한 쟝르가 발전하지 못했고, 정권의 시녀같은, 아니면 극단적인 이념에 치우친, 또는 고전의 일부로써밖에 발전하지 못한 지난 100여년의 세월이 이런 차이를 만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진 10년간의 해금시절부터는 우리도 상당히 좋은 자료들과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만들어졌지만, 인프라 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닌만큼, 앞서가는 나라들에 비해 뒤쳐져 있는 것이 아쉬운 것이다.  또한 요즘의 출판계 현실이라는 것이 실용서적이나 기타 fiction보다는 non-fiction계열로 편중되는 것 또한 이런 인프라 형성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심지어는 문학과 고전마저도 시험공부를 위한 것으로 다루어지는 형국이니...

 

어쨌든 전혀 모르고 있었을 'Payback'의 원작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새로운 기분이었다. 

 

이 책에 추가로 실린 '미녀 전문가'라는 소설은 Val Kilmer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던 'The Saint', 예전 70년대 무렵 동명의 TV 시리즈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아무튼 이의 원작인 듯 하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Simon Templar라는 주인공의 이름과 활동, 그리고 스토리의 구성을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 역시 매우 흥미롭게 읽었기에, 기회가 되면 다른 이야기들도 구해서 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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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2-01-30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 전 시간 참 빠르다 벌써 자영업 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