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는 몰랐던 많은 것들을 지난 5개월간 경험하고 느꼈다. 그것은 자기만의 것을 해보지 않고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일들인데, 역시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것들에는 그 나름대로의 한계가 있다. 결국 책으로 읽고 새긴 것들을 체험하는 수준까지 가야만 무엇인가를 온전히 알아낼 수 있는 것이리라.
해서. 난 참으로 많은 고민과 절망, 그리고 그 중간 중간의 성취를 느끼며 지난 5개월을 살아왔다. 7월이 전반적으로 slow한 시기이고, 경기둔화로, 아이들 방학으로, 이런 저런 이유들로 사회 전반에 걸친 휴가덕에 꼬박 한 달을 개점휴업으로 보냈다. 3-4-5-6월까지 꾸준하게 성장하던 신생 법률 사무실이 말하자면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려 영양실조로 한 달간은 성장을 멈춰버렸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좀더 많이 놀고 운동하고 책이나 읽을 것을 간간히 들어오는 상담이나 수임문의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걱정만 하다가 보내 버렸다. 이 역시 남의 회사였다면 전~혀 스트레스 없이 지나갔을 일이다.
8월. 아직까지는 지난 달의 여파가 남아서 그런지, 그렇게 뚜렷하게 active한 것은 없다. 어제도 상담 한 건을 하고 - 주로 무료상담을 하게 된다. 음식점에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오더를 하기 전에 무료로 샘플을 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어도, 이상하게 변호사 사무실에는 '잠깐 뭐좀 물어보려는' 사람들이 많은건지 - 나머지 시간에는 회사 홈피에 올릴 글을 작성하고, 광고배너가 걸린 사이트의 Q&A에 답변을 올렸주었다 (그 사이트에 글도 이젠 가끔 써주게 되는 것이, 후안무치급의 몇몇 변호사들이 24-7으로 그 페이지만 보면서 낚시를 하고 있기에 동류로 취급받게 되는 것이 싫어서이다).
그리고 오늘. 중대한(?) 결심. 좀더 마음 편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에 있으나 부지런하되, 마음을 좀더 자유롭게 놀려두는 것.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전화기만 cell로 돌려놓고 - 내 일의 반 이상은 전화와 인터넷으로 이루어진다. 나머지 반은 공식업무이고 - 자주 가던 카페의 노천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있다. 가끔 길가는 차들을 보면서.
차분하고 욕심없는 담백한 삶과 한 편으로는 빠르고 잘나가는 삶 사이에서의 balance를 잡는 것이 well-being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 - 학원강사였다 - 편하게 살려면 욕심을 버리거나 노력을 하거나 둘 중의 하나인데, 욕심을 버리는 것이 노력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한다. 그러므로 노력을 하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욕심의 끝은 어디인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고등실업자들과 고등학력의 loser들로 채워져가고, 진정한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욕심과 노력 사이의 balance. 이것이 key가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세상의 모든 것 - 선과 악까지도 - 을 두 개의 근원적인, 대립하는 힘의 balancing으로 풀어내려던 고대의 문화가 새삼 진리에 근접해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오늘은 책을 읽고, parking ticket을 처리하고 운동을 하면서, 전화를 기다릴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희망을 버리지 않고서. 그리고 무엇인가 내가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항상 고민하면서 (이 부분은 좀 쉽다. 다행스럽게도 내 전문분야를 필요로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많으니까. 격주로 두 토요일을 보낸 San Francisco에서의 workshop같은게 건수가 있을때마다 이메일로 연락이 온다).
마지막으로 저 정도면 내 다리도 닿을 수 있겠다 싶어 내심 반가운 마음에 주인몰래 찍은 바이크의 사진으로 훨훨 날아다니고 싶은 내 마음을 달래본다.
이런 물건을 타고 게바라 형님의 소싯적처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세상을 보고, 사람사는 냄새를 맡고나면, 다시는 제도권으로 들어가서 허수아비놀음을 하지는 못할 것임을 나는 잘 안다. 어디에 살거나 니어링 부부처럼 살지 않는다면 세상이 돌아가는 법칙을 무시하고 살지는 못하겠지만, 결국 샐러리맨이 아닌 면허를 가진 자영업을 택한 이유가 남보단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어서였으니까. 이렇게 하루씩 시간이 쌓이면서 내공이 쌓이고 이름이 알려지면, 좀더 발전적인 하루를 보내고, 넘치는 의욕과 힘은 주변으로 점차 스며들어 나누어 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 아니 그곳으로 가는 여정에서도 내내 희망을 잃지 않기를.
DREAMing, PALNNing, and WAL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