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거미원숭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사상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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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읽으려고 사무실에서 몇 권인가의 책을 들고 왔는데, 그 중 하나에 포함되어 있던 모양이다.  잡문이라고 하기에도 뭐하고, 하루키가 쓴 광고 카피와 그 비슷한 무엇들을 모아놓은 책이었다.  하루키가 아니라 내가 써서 출판사에 보냈더라면 아마 답변조차 받지 못했을 정도의 글이라고 감히 생각한다만, 하루키라는 작가의 족적의 하나이니 전작을 위해서,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그에게, 그의 속에 깊이, 더 가까기 들어가보기 위해서는 읽어보아야 한다. 

 

물론, 글 중간 중간에 역시 이 다음의 걸작들의 모티브가 되는, 번득이는 듯한 생각들이 엿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이라는 건 그렇게 큰 점수를 줄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사람이 fair할 수 있다면 fair해야하니까.  팔이 안으로 굽는건 현실이겠지만, 그렇게 안으로만 굽는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은 없다. 

 

요즘 책을 살 수는 없고.  해서 logos를 기웃거리면서 이런 저런 '먹거리'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들면 Easton Press의 가죽제본 책을 한 권씩 꺼내오곤 한다.  누군다 돌아가시고 나면 estate sale에서 많은 책이 흘러들어오는 것이리라.  내 책들은 그렇게 흩어지는게 싫다.  그러면, 돈을 많이 벌어서 내 이름으로 된 도서관 하나 정도를 기부하는게 답이 되겠다.  그러면 최소한 향후 2-30년은 책이 흩어지는 걸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죽고나서도 2-30년이라면 그렇게 나쁜 조건은 아니다. 

 

어쨌든, 주말에 읽은 책치고는 좀 내용이 그래서, 어젯밤 FAUST를 잡고 읽은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FAUST같이 희곡으로 쓰인 책이라면 역시 소리를 내서 읽는 것이 제맛이다.  그 덕에 몇 페이지 읽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뭐. 

 

하루키의 책은 이런 저런 묶음과 출판사본으로 다시 나오고 있다.  그런걸 보면 그의 책이 잘 팔리긴 하는 모양이다.  이 책은 그 안에 들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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