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묘점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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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은 논픽션과 픽션을 넘나드는 느낌이 난다.  확실히 그렇다.  전후 일본의 혼란기, 그리고 발전하던 시기의 많은 미결사건들에 대해 독자적인 추리를 하여 써낸 논픽션과 마찬가지로, 그의 픽션은 실제 사건을 염두에 두고 써내려간 것들이 많이 있다고 알고 있다.  이 책도 그런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분명히 어디선가 접한 사례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이런 저런 작품들을 마구 읽어댄 부작용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나처럼, 사건은우연한 기회에 사건에 휘말리는 주인공과, 그를 돕와 좌충우돌하면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조력자에 의해 하나씩 풀려가는데, 그의 많은 다른 작품들처럼 여기서도 어떤 마술적인 추리의 대가가 통쾌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그야말로 발로 뛰면서 얻어내는 정보를 취합하여 추리를 전개하는 것에 현실감이 있다.  이때문에 물론 다소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그건 작품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날로그 시대의 트릭이 그래도 21세기의 독자한테까지 먹히는걸 보면, 세이초는 역시 단순한 재담꾼을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된다.  요즘 같으면 전혀 들어먹히지 못할 트릭을 구사하지만, 그렇게 말도 안되거나 못 봐줄 수준의 트릭이 아닌, 매우 고심하여 만들어 낸 것이 분명한 수준의 트릭을 보면서, 추리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나는 추리소설을 진지하게 파헤쳐가는, detective형 독자가 아닌지라, 그저 서술되는 것을 따라가면서 별 생각없이 읽었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들은 세이초가 펼쳐놓은 구성과 맹점을 넘어가는 승부를 벌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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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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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이라는 이름은 하이킹이나 트레킹에 빠져있는 이곳 분들을 통해 먼저 들었고, 그 다음에는 아마도 홍은택이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하면서 쓴 글에서 보았던 것 같다.  이때만 해도 그냥 그런 글쟁이가 있고, 유난히 몇 사람들이 그를 인용하는구나 정도였는데, 지금은 나도 그의 책을 모두 구해보고 싶어졌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그의 박학다식함도 놀랍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위트있게 표현하는 재주는 가히 입신의 경지라고 느껴진다.  이런 유쾌함을 선사하는 책도 흔하지만은 않은데, 참으로 잘 읽히는 책이다.

 

지난번에 읽은 몇 권을 더해, 이 책은 내가 읽은 브라이슨의 세 번째 책이 된다.  그 전의 두 권이 신변잡기적인 에피소드를 그 특유의 위트로 코믹하게 엮어 놓았다면, 이 책은 - 이들에 비해서는 - 꽤나 거창한 주제와 진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무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고 하지 않는가? 

 

제목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의 역사란 것이 워낙 짧고 좁은데다가 고고학적인 이해나 연구도 거의 수박의 거죽에 머물러 있는 정도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아서, 거의 모든 것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의 책이 그렇다기 보다는,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역사라는 것 자체가 그렇다는 생각.  

 

아마도 대부분은 모르고 지나갈, 많은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들의 뒷얘기들을 용케도 추려서, 주제별로 분류하고 모아서 구성했구나 싶다.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은 이야기들로부터, 인류가 저지른 우스꽝스러운 실수, 그리고 중간중간 섞여있는 교훈적인 이야기들은 이 책에 몰입하게 해주는 좋은 구성요소들이다.  반면, 너무도 다양한 우주, 과학, 인간, 역사 등등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촘촘하게 들어있어, 중간중간 조금 피곤할 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좀 잊을만하면 나오는 브라이슨 특유의 위트있는 표현과 비꼼이 다소 무거운 이야기들도 가볍게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그만의 플러스가 아닌가 싶다.

 

자칫하면 fact의 나열에 불과할 수도 있었던 주제들을 잘 풀어놓은 책이다.  빌 브라이슨의 책은 소장가치가 충분하다고 보는데, 이 책도 두고 나중에 또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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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겨우 두 번째 나눔이지만)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가져가시면 다른 분들이 알 수 있도록 간략한 댓글 남겨주세요.

 

*바로 종료되었습니다.  다음달에 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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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27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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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가즈아키라는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는 일전에 그의 신작, '제노사이드'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스토리의 신선함이나 아이디어, 그 이상 뛰어난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세계관이 마음에 들었던 기억과 함께, 소설을 통해서나마 필요없는 전쟁을 일으키는 장본인들의 응징을 보는 것에 대한 통쾌함이 생각난다.  이 책은 2001년 경의 작품인데, 무려 47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의 근대 추리소설의 선구자 같은 사람인데, 에드거 앨런 포우를 존경한 나머지 이를 필명으로 사용했던 유명한 작가이고, 나 역시 최근 번역판을 통해 다양한 그의 괴작과 기작을 즐긴 바 있다.  그러니 이 상은 추리소설가에게는 굉장히 큰 상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를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작가의 작품이 뛰어나다는 증명이 된다.  이런 권위있는 상을 '돌아가면서' 혹은 '특정 원로작가계파'에 따라 분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바램이 깃든 믿음이 있기에 그런 것이다.

 

추리소설의 특성상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그저 간단하 플롯을 소개한다면, 어느 사람이 곧 사형되는데, 그가 무죄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믿는 의뢰인이 변호사를 섭외하여 이를 통해 재조사를 벌인다는 것이 기본설정.  물론 진실은 훨씬 더 복잡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건, 현대의 추리소설이란 워낙에 독자들의 눈이 밝아진 탓에, 그리고 이미 수많은 트릭이 사용되었기에, 한 두 가지 플롯이나 맹점을 이용한 트릭은 금방 밝혀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소설가는 이중삼중의 트릭을 뒤섞고 트리플 반전 정도는 시전해야 작품이 끝까지 흥미있게 읽힐 수 밖에 없다는 고민을 떠안고 소설을 구성해야 한다는 점. 

 

물론 그저 재미를 위해 만든 소설이라면 간단하게 서술형으로 구성할 수 있겠지만, 뛰어난 추리소설의 묘미를 살리려면 그만큼 서스펜스를 위해 머리를 짜내야 하는 것 같다.  게다가 사회이슈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그 테제자체가 메시지를 떠나 소설의 배경에서 살아 움직이면서 읽는이의 마음에 질문을 던져야 하기에, 더더욱 작품을 제대로 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 

 

그런 의미에서, 심사위원장인 미미여사의 찬사를 아낌없이 받은 이 작품은 그야말로 수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과 한국에서 100만부가 팔리고 2002년에 영화화 된 적이 있다고 하니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걸출한 신예의 등장답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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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하 2013-02-27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추리소설을오랫동안 떠나있었더니 언제부턴가 '사회파'라는 말이 생겼더군요.
근데, 이 사회파란게 단지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게 아닌가봐요.
정확히 사회파에서 다루는 이슈들이 뭘까요?

제노사이드와 이 책, 어떤 것이 더 좋으셨어요?
제노사이드는 의견이 분분한 것 같은데..

transient-guest 2013-02-28 01:46   좋아요 0 | URL
재미로는 제노사이드, 사회이슈로는 13계단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저도 정확한 사회파의 정의는 모르지만, 사회적인 이슈나 사건들을 작품에 반영하는 어떤 '의식'이 배여있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네요.ㅎㅎ-_-:
 

엊그제로써, 드디어 21권으로 나온 '황금가지'사의 괴도신사 뤼팽 시리즈를 모두 읽었다.  처음에는 어릴 때의 단편적인 기억들과 이런저런 기대와 맞물려 조금 낯설기도 하고, 다른 패턴과 전 시대적인 구성 때문인지 몰입이 조금 어려웠으나, 읽어갈수록, 현대의 추리소설과는 다른 낭만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뤼팽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르블랑이라는 작가에 익숙해지면서 작품의 모든 요소들을 하나씩 음미할 수 있었다.  이 시리즈를 다 읽으면 어릴 때 읽었던 뤼팽의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되는데, 가령 그의 시작, 그리고 작품 이곳저곳에서 언급되는 번외의 모험들에 대한 것도 다 볼 수 있다.  기념비적인 작품이면서 후대 의도 캐릭터의 원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만큼, 추리소설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장서가라면 꼭 한질을 구입해서 꺼내어 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이런 뻔뻔스러운 트릭은 처음이다.  같은 사람이 다른 액션을 취하고, 조금 전의 일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듯 행동하는 셋팅이라면, 현대의 작품에서는 바로 다중인격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다시 설들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르블랑의 방식은 조금 다르다. 

 

'두 미소의 여인'이라는 제목은 아리송하고, 의도된 혼란을 주기 위한 장치임에 분명하다.  후기작으로 가면 뤼팽이 사건에 개입하는 계기는 본인과 그리 관련이 없는 일에 우연히 끼어들면서, 돈냄새를 맡고, 나아가서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서 그야말로 '회'가 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깊숙히 사건의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뤼팽은 그 나이에도 여전히 정열적이고 급한 성미를 보인다.  이 즈음해서는 뤼팽은 확실한 의적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본다.

 

뤼팽은 그의 일생을 통해서 도둑 말고도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는데, 사랑을 잃고 자원입대하는 외인부대원, 일차대전 참전용사, 모험가를 제외하고도 숱한 공직을 맡아 활약하기도 했다.  20권은 그런 활동의 한 때였던 마약 수사관으로서의 활약을 그린 작품.

 

21권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아들과 조우하게 되는 뤼팽을 보여준다.  복수심에 불타는 칼리오스트로 부인에게 20년전에 빼앗긴 아들, 그 후 복수를 위해 도둑으로 키워진 아들과 뤼팽의 조우는 그러나 이 시리즈의 finale답게, 유쾌한 happy ending을 끝난다.  역시 프랑스인답다고나 할까?  영국인이었다면 그렇게 끝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거의 일주일이 지나서야 이렇게 간략하게나마 후기를 남기게 되었다.  이제 다음의 목표는 캐드펠과 크리스트 전집이다.  언제고 손에 들어오면 하나씩 읽어가면서 글을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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