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빌 브라이슨이라는 이름은 하이킹이나 트레킹에 빠져있는 이곳 분들을 통해 먼저 들었고, 그 다음에는 아마도 홍은택이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하면서 쓴 글에서 보았던 것 같다.  이때만 해도 그냥 그런 글쟁이가 있고, 유난히 몇 사람들이 그를 인용하는구나 정도였는데, 지금은 나도 그의 책을 모두 구해보고 싶어졌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그의 박학다식함도 놀랍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위트있게 표현하는 재주는 가히 입신의 경지라고 느껴진다.  이런 유쾌함을 선사하는 책도 흔하지만은 않은데, 참으로 잘 읽히는 책이다.

 

지난번에 읽은 몇 권을 더해, 이 책은 내가 읽은 브라이슨의 세 번째 책이 된다.  그 전의 두 권이 신변잡기적인 에피소드를 그 특유의 위트로 코믹하게 엮어 놓았다면, 이 책은 - 이들에 비해서는 - 꽤나 거창한 주제와 진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무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고 하지 않는가? 

 

제목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의 역사란 것이 워낙 짧고 좁은데다가 고고학적인 이해나 연구도 거의 수박의 거죽에 머물러 있는 정도라고 밖에 느껴지지 않아서, 거의 모든 것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의 책이 그렇다기 보다는,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역사라는 것 자체가 그렇다는 생각.  

 

아마도 대부분은 모르고 지나갈, 많은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들의 뒷얘기들을 용케도 추려서, 주제별로 분류하고 모아서 구성했구나 싶다.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은 이야기들로부터, 인류가 저지른 우스꽝스러운 실수, 그리고 중간중간 섞여있는 교훈적인 이야기들은 이 책에 몰입하게 해주는 좋은 구성요소들이다.  반면, 너무도 다양한 우주, 과학, 인간, 역사 등등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촘촘하게 들어있어, 중간중간 조금 피곤할 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좀 잊을만하면 나오는 브라이슨 특유의 위트있는 표현과 비꼼이 다소 무거운 이야기들도 가볍게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그만의 플러스가 아닌가 싶다.

 

자칫하면 fact의 나열에 불과할 수도 있었던 주제들을 잘 풀어놓은 책이다.  빌 브라이슨의 책은 소장가치가 충분하다고 보는데, 이 책도 두고 나중에 또 읽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