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일격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배지은 옮김 / 검은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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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을 보니 제목이 묘하다는 생각이다. 트릭의 방향을 좀 억지러운 변수로 틀어낸 건 맘에 들지 않지만, 엘러리 퀸은 언제나 만나서 정답게 떠들 수 있는 친구처럼 느껴진다. 쌓아올린 그의 다른 작품들도 하나씩 읽어가야지. ‘행복한 책읽기‘에서 든 자신에 대한 회의를 조금이나마 털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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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 김현 일기 1986~1989, 개정판
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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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로 별이 셋. 난 너무 무식해. 언급된 책과 작가들 중 아는 건 다섯 개나 되려나. 많은 사람들이 김현이란 이를 부르기에 나도 친해지고 싶어 다가갔으나 아직은 눈높이가 맞지 않는 대화상대처럼 하나도 친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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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년. 수많은 부침속에서도 다운타운을 지키던,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산타크루즈라는 대학도시의 유일한 대형서점이자 독립서점이던 로고스가 지난 7/22부터 closing sale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된 건 어제 저녁이다.  오후에 심심하기도 해서 잠깐 운전을 하더라도 서점에나 다녀올 생각으로 business hour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찾은 내용.  이렇게해서 또 하나의 icon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많이 씁쓸하다.  렌트가 갑자가 올라가서 그러는 건지, 주인장이 진짜로 은퇴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장사가 잘 되었다고 해도 지금 같은 시절에 누가 그 품이 많이 드는 헌책방을 하겠는가.  아쉬운 마음에 오전운동을 마치고 잠시 들려 세일을 틈타 중고음반과 책 110불어치 정도를 들고 왔다.  그까짓 20%세일은 필요 없으니까 서점이나 계속 이어가 주었으면 하는데. 


오전에 사들인 책들일 목록에 더하고, 함께 사온 CD를 들으면서 점심을 먹은 후 아파트로 돌아왔다. 아침운동을 꽤 빡세게 한 덕분인지 한 4시간 정도 낮잠을 자버렸고, 다저스 류현진과 자이언츠 황재균의 역사적인 대결을 놓쳤다.  결과를 보니 투수전이라서 꽤 지루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아깝다.  


한번 틀고나니 멈추지 않고 '겨울서점'의 방송을 듣게 된다. 무엇인가 꽉 찬 듯한 매력이 있다. 나도 딱 10살만 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젊은 분들의 다양한 모습이 너무 반갑다.  


난 왜 이런 종류의 책을 끊지 못하고 가끔이지만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걸까?  오컬트, 메타과학, UFO, 기공이나 신비로운 무술 등 물질계를 넘는 무엇과의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책의 내용은 거의 소개서, 그리고 자신의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과 왜 넣었는지 모르는 다양한 리모트뷰잉(실험의 결과물이라는) 보고서. 이런 것들이 잘 정리되지 않았기에 중구난방으로 구성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고, 내용도 그냥 그랬다.  내가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건 武에 대한 아련한 지향과 함께 전생의 업인 듯 싶다.


소위 과학적인 분석과는 무관하게, 그리고 작용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우주만큼이나 신비한 것이 뇌라는 걸 떠올리면 리모트뷰잉이라고 칭하는 어떤 현상은 가능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굳이 이걸 해야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 이런 종류의 실험을 해봤는데, 그리 재미는 없더라. 


몬터레이는 살리나스와 함께 스타인벡의 backyard나 마찬가지다. 카멜도 그렇고 사실 완전히 농촌인 살리나스는 그 높은 범죄율만큼이나 별로 좋아하는 도시가 아니지만, 다운타운의 모습을 보건데 스타인벡이 살던 그 시절에는 아마도 아담한 시골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몬터레이와 카멜은 이해 반해서 바닷가에 면한 부촌이고 카멜은 특히 예술가들이 모여산다는 것으로 유명한데, 가보면 아기자기한 겔러리도 많이 있고 괜찮은 맛집도 많이 있어 두어 시간 운전이 아깝지 않다. 보통은 몬터레이로 가서 잠깐 캐너리로를 걷고 카멜로 넘어가면서 몇 군데 포인트을 찍으면 수월하게 여러 곳을 보고 카멜로 갈 수 있다.  


지금은 그 광영이 지나갔고, 통조림공장도 안 돌아가는 것 같지만, 예전엔 아마 공장을 중심으로 오밀조밀 살아가던 사람들로 활기찬 한 때를 보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노동자가 부자인 경우가 없어서 다들 가난하게 살았고, 아예 일을 하지 않고 살던 홈리스 같은 패거리도 있었을 것이고, Lee Chong Market의 주인장처럼 중국에서 온 사람들도 대도시보다는 이런 구석에서 그나마 수월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Lee Chong의 후예들은 지금 엄청난 빌딩과 땅을 소유한 거부로 자라났는데, 부모세대의 고생이 자손들의 부로 자라난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의 한 예가 아닌가 싶다.  이들이 아웅다웅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각각의 캐릭터에 부여된 상징적인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그들이 대리하는 계층을 그대로 보여주는지.  예전에는 뭣도 모르고 스타인벡을 폄하한 적도 있는데, 읽을수록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어로도 구하고 영문으로도 구해서 보관하게 된 계기는 최근의 스타인벡 기념관 방문인데, 아는만큼 다가갈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진리를 또다시 한번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언젠가 그처럼 트럭에 얹는 RV를 구해서 mobile office로 만들어 좀 한가할 땐 나파 같은 곳에 한 일주일 정도 쳐박혀 낮에는 일하고 저녁엔 자연을 즐기고 싶다. 트럭값과 얹는 RV값을 합치면 사실 class A나 B를 사고도 남을 돈이지만 왠지 기념관에 보관중인 스타인벡의 트럭 RV가 탐나는 것이다.


이동진 DJ는 빨책 말고도 푸른밤이라는 MBC FM라디오 DJ를 맡고 있다. 덕분에 팟캐스트로 듣기도 하지만 MBC Mini앱을 받아서 시간을 잘 맞추면 실시간으로 방송을 듣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는데, 그 책사랑과 식견, 꽉찬 지식만큼이나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다.  조금은 아집이 느껴지는 인상이지만, 환갑이 되어도 소년의 감성으로 살아갈 것만 같은 그는 지난 십여년간 낮밤이 뒤바뀐 생활을 한다고 한다.  오전 5시 정도가 취침시간이라고 하는데, 가끔 그 교교한 밤의 마력을 떠올리면 '모르그가의 살인'의 도입부에서 소개된 뒤팽과 화자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그려진다.  


이다혜 작가와의 대담집도 좋았지만, 짧게 여러 꼭지로 정리한 그의 책이야기, 독서론이 더 좋았다.  읽는 내내 그의 잔잔한 디제잉이 떠올랐는데, 그가 쓴 어떤 책은 팬심으로 읽기도 하지만, 이 책은 술술 넘어갔는데, 아마도 그런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목욕하면서 책읽기를 즐긴다고 하는데, 욕조에 미지근한 정도보다 조금 더 따뜻한 정도로 물을 받아놓고 8시간 넘게 앉아서 책을 보기도 한다고 하니 이건 날이 좀더 추워지면 한번 따라해볼 생각이다.  그 전에 나무로 받침대를 하나 짜야할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이번 주말에 모두 읽은 책이다.  생각보다 운동을 하면서 읽는 책이 잘 넘어가지 않고 있는데, '듄'은 그 명성에 비해서는 셋업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  아니면 요즘 계속 운동할 때 SF나 판타지를 읽었기 때문에 변화를 주어야할 때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듄' 말고도 '십이국기', '러브크래프트 전집' 그리고 전민희와 이영도의 책도 쌓여있어서 운동하는 시간에 이렇게 따로 시간을 배정하지 않으면 한달 내내 다른 책을 못 볼 것 같다.


Cyrus님도 그랬지만, 살림지식총서는 참 괜찮은 시리즈 같다.  이런 종류로 시공디스커버리총서랑 다른 몇 가지가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Cyrus님의 수집이야기를 듣고나니 나도?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계가 텍스트보다 먼저 있던 것이 어느새 텍스트가 세계를 앞질러버렸다는, 그리고 이제는 그것들이 마구 뒤엉켜서 어느 것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의미마저 찾기 어렵다는 시작글이 뭔가 심오하다.  배가 불러야 학문도 익힐 수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주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이 짧은 책에 많은 줄이 그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서점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시바타 신이라는, 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을 취재하고 업계전반의 이야기, 서점경영, 이보다 더 나가서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봤다. 몇 가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고, 어느 면에서는 조금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한 말도 있었고, 하지만, 어느새 경영자의 입장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는 어디서든지 영감을 구하고 있기에 곰곰히 새겨볼 수 밖에 없었다. 늘 말하지만 일본의 책문화가 참 부럽다.  장단점이 있지만, 오래된 것을 잘 보존하는 점, 소박하더라도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가는 그들의 문화 혹은 민족성이 돋보이는 것이 특히 책방거리가 아닌가 싶다.


동화선집으로만 보던 유럽의 전래동화를 그림형제가 모은 그대로의 이야기로 보기 시작한 건 대학생때였다.  두꺼운 영문판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었는데, 당시 한국어로는 볼 수 없었던 전래동화가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었다.  물론 더 원전에 가까운 잔혹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런 류의 '원전'과 '행간'을 다루는 것이 유행하기 전이었으니까, 나름 신선한 충격으로 기억한다. 

이 책도 최근에 읽은 다른 책을 통해서 연을 맺게 되었는데, 알쓸신잡처럼 그렇게 잡식수준의 이야기를, 하지만 해박한 지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낸다.  어떤 건 잘 알고 있던 모티브에 바탕했지만, '피리부는 사나이'의 일화를 소년십자군과 연결한 건 전혀 몰랐던 이야기였는데, 이런 이야기가 여러 군데 있었다.  나쁜 버릇이지만, 결국 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가끔씩은 저자의 지식과 나를 견주어보곤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아는 이야기는 그 풀이가 즐거웠고 모르던 이야기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된 기분에 즐겁게 본 책이다.  


세 권 정도가 쌓이면 페이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보통 여섯 권이 넘도록 정리하지 않으니 점점 더 게을러지고 읽던 당시의 느낌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자영업자인 주제라서 책읽기와 메모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그나마 밑줄치고 마커로 highlight하는 정도면 다행이다. 그래, 벌어먹으면서 책도 사서 보고 운동도 하고, 참 다행이다.  아직까지는 그렇게 살고 있으니,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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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31 14: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랑 독서 취향, 편력이 비슷한 분들을 만나면 반갑고 기분이 좋아요. 오컬트에는 색다른 이야기가 많아요. 그런 이야기가 허무맹랑하고, 비과학적이긴 해도 일단 들어보면 재미있어요. 맹신만 하지 않는다면 오컬트도 서브컬처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본처럼 오컬트가 잘 다져진 문화의 토양이 될 수 있어요. ^^

transient-guest 2017-07-31 15:07   좋아요 1 | URL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일단 가짜도 많지만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분명히 있고 과학으로 규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천성이 게으른 덕분에 깊이 빠지지는 않습니다만 ㅎㅎㅎ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명작 동화에 숨은 역사 찾기
박신영 지음 / 페이퍼로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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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꽤 잘 건진 듯. 전래동화의 행간을 짚어가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시대상을, 그리고 역사속에서의 추론을 잘 버무린 것 같다. 이것도 다른 책에서 이어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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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7-07-31 0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분 책중에 조금 나중에 나온 삐딱해도 괜찮아를 읽었어요. 전래동화의 숨은 의미와 그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을 풀이해 놓은 것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신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고 인어공주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야기 등의 풀이는 요즘도 가끔씩 꺼내보면서 정신을 똑바로 차립니다.

transient-guest 2017-07-31 11:22   좋아요 0 | URL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건드리고 지나가는 단계를 넘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면이 좋습니다.
 
책과 세계 살림지식총서 85
강유원 지음 / 살림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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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지식총서 말고, 저자가 쓴 다른 책이 궁금해지는 입문서. 교과서처럼 마킹을 하면서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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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31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중고서점에 방문할 때 반드시 확인하는 책이 ‘살림지식총서’입니다. 요즘 이 책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

transient-guest 2017-07-31 13:22   좋아요 0 | URL
은근히 매력이 있어요 살림지식총서. 저도 개론이나 소개를 위해 책을 구하고 나서 보면 살림지식총서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