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어떤 회사가 있다. LA에 있고 지점도 많이 거느린 중견기업수준의 규모를 자랑한다. 이민 일세대가 일구어낸 대단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부지런한 한국인이 세운 회사답게 법적으로 지정된 어지간한 연방휴일은 거의 지키지 않고, 오전에 30분 일찍 와서 오후에 30분 늦게 가는 것이 회사의 업무방침이다. 주말에도 토요일에는 오전근무를 시킨다.  아무래도 영어가 약하다보니 실력이 있어도 본토회사에는 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직원들의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 회사는 사람을 절대로 자르지 않는다. 그저 나갈 때까지 괴롭힌다.  온갖 업무적인 스트레스를 주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맘고생을 시킨다.  못 견디고 퇴사할 때까지 그렇게 기다려준다.  직원을 자르는 건 원래 at-will-termination계약이라고 해서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가능하다 (물론 불법적인 이유나 다른 사적인 건으로는 위법이다).  그런데 이렇게 직원을 자르면 그 직원은 6-12개월간 정부에서 일부를 지원하고 고용주가 평소에 적립하는 unemployment 연금을 신청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고용주는 결과적으로는 평소에 부담하는 적립금액이 조금 올라간다, 아주 조금.  불법적으로 오버타임을 강요하고 사람을 괴롭히면서까지 아낀 돈으로 이룬 이민 일세대의 성공신화. 눈물겹기 그지없다.


영리한 민족성을 보여주는 듯, 사장도 회사의 업무방침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걸 안다. 그렇기에 노동법전문 - 고용주의 편에서의 - 로펌을 하나 끼고 아예 고용과 노동법위반에 따른 문제를 위임해서 처리하고 있다.  역시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문제가 날 수도 있고 조용히 끝날 수도 있으니 마구잡이로 법을 위반하다.  그랬다가 가끔 당찬 직원이 퇴사 후 고용/노동법위반으로 민사소송을 걸면, 로펌을 통해 시간을 끈다.  대충 1-2년은 쉽게 질질 끌다가, 나중에 합의하면 그만이다.  바로 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사실 큰 건도 아니라서 sue하는 쪽이나 defense하는 쪽이나 결국 합의로 귀결될 것을 안다.  다만, 그걸 질질 끄는 것이다. 지쳐 나가떨어지거나 묻어두거나.  시간이 많이 지나간 후 만불정도로 낙찰을 보면, 변호사와 소송인이 나눠 갖게 되니 액수도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살다보면 흐지부지 되는 것이다.  


이 회사의 사장은 지금도 열심히 한민족의 위상을 드높이며 이민 일세대의 성공을 자랑하고 있다.


사례 2:


부띠끄로펌을 지향하는 한 로펌이 있다. 창업 당시부터 교묘한 감언이설로 여럿을 꼬셔 회사를 차리고 적은 월급으로 부려먹다가 자리가 잡히면서 다시 창업멤버들을 내보낸 회사다. 창업 때 함께 키워서 잘 살자고 쥐꼬리만큼씩 지분을 나눠주기는 했었고 그 가치를 엄청 부풀려 이야기를 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함께 클 수 없는 업무환경을 의도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결국 나머지 구성원들은 나가던가 낮은 대우를 감수하던가 두 가지 선택의 길만 주어졌을 뿐이다.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나가던 시점에 하필이면 대표의 경영방만으로 회사의 전체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졌었고, 그나마 갖고 있던 지분의 값어치는 원래보다 훨씬 낮게 평가된 상태로 buy-out되었다.  여전히 돈이 되는 사람, 도움이 될 사람에겐 간과 쓸개를 내줄것처럼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막 대한다는 소문이다.  전형적인 386으로써 자신이 보는 자기의 모습은 노빠, 하지만 남들이 보는 그의 행실은 MB에 가깝다는 이야기.  


이런 사례들이 한인성공신화의 대다수라고 말하면 무리가 있겠지만, 적지 않은 수라고는 단언할 수 있다.  사실 소상공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노동력착취는 어쩔 수도 없고 남에게 강요하는 것도 아니라서 크게 탓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마인드는 사업규모의 성장에 비례해서 함께 커져야 하는건데, 적지 않은 경우 마인드는 그대로 소상공인의 마인드에 머물러, 아니 자신의 대우는 높아지고 일은 적게하면서 직원대우는 소상공의 마인드를 가져가니 문제다.  


내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다짐한 것이 있다. 준비가 되어 제대로 사람대우를 해줄 때까지 함부로 다른 이를 데려다 쓰지 않겠다는 것.  저임금으로 사람을 데려다 부품처럼 끼워맞춰가면서 사업을 했더라면 나도 지금쯤은 직원이 2-3은 되었을 것 같다.  그랬으면 happy했을까?  모르겠다.  살면서 부조리와 비합리가 성공하는 걸 적지 않게 보다 보면 사람이 지치기는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내 이상을 실현할 날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아니면 그냥 이렇게 혼자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저런 일에 갑자기 보고 들은 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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