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을 미루는 건 나의 가장 나쁜 습관이다. 꾸준함과 끈기는 어느 정도 내 자신이 인정할 수 있고, 현재의 커리어가 그 결과를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가끔, 혹은 슬럼프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은 일이 한번 막히면 도무지 해결이 되지 않고 도리어 이것을 밀어내려는 시도라는 핑계로 업무 전반이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건 이를 해결하려는 몸부림이라고 생각되는데, 최근 막힌 지점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10월 중으로는 업무를 정상화하고 기왕 좀 slow된 김에 11-12월은 마무리를 하면서 회사의 홈페이지작업을 본격적으로 해볼 생각이다.  잘 되어야 할텐데... 


사실관계오류.

1. 19세기 말 미국이 초강대국이라는 저자의 표현: 미국에 세계의 강대국으로 올라서는 건 1차대전 이후, 그리고 2차대전으로 명실상부한 세계의 한 축이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구한말의 미국은 대개 2등강국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일반이고, 세계정세에 큰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니었다.  당시 미국이 '건국 1세기만에 세계의 초강대국으로' 성장했다는 건 정확하지 않다.


2. 19세기 말 러시아제국은 군사대국으로 인정받고 있었고, 적어도 러일전쟁을 전후한 시기의 차르는 이 대국의 절대권력이었다.  아관파천 당시 차르가 농민반란과 혁명가들에게 쫓겨 사실상 크레믈린에서 나오지 못했다는 건 심각한 오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3. 김두한의 국회오물투척사건: 이승만에게 던졌다는 식으로 표현하는데, 김두한의 국회오물투척사건은 1966년 사카린밀수사건 당시의 일이다. 앞서 두 가지는 정세분석이나 해석에 따른 차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은 어떤 변명의 소지도 없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많이는 아니지만, 사실관계오류 및 역사의 부정확한 해석이 눈에 거슬리고, 배경은 모르겠지만, 박헌영 보다는 역사적인 사건을 묘사하는데 치중하면서 특정국가나 세력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건 평전에 어울리지 않는다.  저자의 약력으로 조금 추측하는 것이지만 사건과 인물에 치중하는 면보다는 역사적인 해석에 대한 비분강개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쓰인 책 같다.  중간에 당시의 정세를 설명하면서 필요이상으로 길게 가져간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했고, 박헌영보다는 그를 둘러싼 주변의 이야기에 더 사잇길로 빠져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런 점은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된다.  분명한 건, 이념대립으로 지금까지도 심각한 문제가 있고 당시부터 보면 새로운 조국건설에 매진했을 능력있는 기린아들, 그리고 일반인들까지 엄청난 희생을 치뤘다는 거다.  김일성도 이승만도 첫째도 둘째도 그들의 권력장악과 유지를 최우선으로 두었고 그 과정에서 방해가 되는 사람들은 각각의 적으로 규정하고 몰아냈던 것.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사례라고 봐야겠다.  책은 아쉽고 인물은 더 궁금하다.


엘러리 퀸도 거의 다 읽어간다.  두어 권 정도 빠진 걸 사들이고 나면 컬렉션은 완성이고 지금 몇 권까지 해서 다 읽으면 이 거장의 작품도 대부분을 읽은 것이 된다.  전작은 항상 지루하면서도 즐거운데 늘 어떤 closure의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다음은 아마 최근 출판이 재개된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가 될 수도 있고 잠깐 읽다가 내려놓았던 Dune시리즈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쟁여놓은 몇 권의 SF거장 컬렉션 - 하인라인, 필립 딕, 아시모프 등 - 일 수도 있다.  늘 읽는 속도보다 사들이는 속도가 훨씬 빨라서 읽을 책이 부족하지 않은 건 나름 축복.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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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11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재성이라는 저자의 약력을 보니까 역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형 저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본업이 소설가인데, 역사 인물의 삶을 조명한 책들을 많이 펴냈더군요. 이 사람이 쓴 책은 신중히 살펴봐야겠어요.

transient-guest 2017-10-12 00:20   좋아요 0 | URL
저도 찾아보니 아주 다작이고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책도 많이 포함되어 있더라구요. 그런데 이념적인 면으로 충실하고 어쩌면 아직도 한국에서는 다루기 힘든 인물이나 소재들을 책으로 펴내는 등 의미가 있지만, ‘박헌영 평전‘을 보니 다른 책은 고민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