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도, 정유라도 뭐도 똥도 닭도 개도 소도 모두 영장이 기각되는 뺑이치는 대한민국.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 빼고는 바뀐 것이 하나도 없는 나라 같다. 여전히 토건족은 삽질로 돈을 벌고 싶어하고 언론사의 기레기들도 납작 엎드린 시늉을 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고, 더 썩기도 힘들만큼 진물이 흐르는 군부는 그들대로 다양한 경로로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 검찰과 법원 또한 개혁의 대상인 바, 아직까지는 그들의 세력이 너무도 굳건히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 판사가 욕을 많이 먹기는 하지만, 검사가 제대로 기소장을 썼는지도 확인이 되어야 한다. 내가 볼 땐 좀 저속한 표현이지만 둘이 배가 맞았기에 영장이 기각된 것 같지만, 그건 어디까지난 추정일 뿐. 문재인 정부에 꾸준히 인내심을 갖고 힘을 모아주어야 하는 또다른 이유가 아닌가 싶다. status quo가 바뀌려면 큰 일이 일어나야 하는데, 내 생각으로는 군부와 검찰, 법원을 한칼에 수술하고 정신없이 몰아쳐가야 원하는 개혁을 시작이라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감사하게도 이 책을 읽고 나시 다시금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마음이 생겼다. 그만큼 읽은 책의 영향을 아니 받을 도리가 없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때문에 내 기준에서 조금 모자라는 내용으로 기대를 배신당하게 되면 한동안 비슷한 장르나 소재를 다룬 책을 멀리하게 된다. 잔잔한 일상의 에세이지만 오랜 시간 책읽기와 사들이기, 이 두 가지 행위와 함께 살아온 사람의 모습의 울림이 있다. 신변잡기적인 가족과의 이야기는 뭐랄까 한국 사회에서 50대의 남자가 차지하는 위치는 이런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등 조금 negative(?)한 영향이 있지만, 별 것 아닌 이야기로 생각할 것들을 던져주는 걸 보면, 역시 한 세월을 책과 함께 보낸 사람의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벌이가 적당한 보통의 공무원이 의외로 평생 책을 읽으면서 살아가기에 나쁘지 않은 직업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걸 아주 이른 나이에 간파했던 이가 장정일 작가였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글로 성공한 덕분에 작가로 살면서 원하는 책을 맘껏 읽으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역시 나같은 보통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무언가를 보는 자들은 저만치 앞서 나가는 것이다. 돈과 공간에 대한 고민은 늘어나는 책과 책읽기의 기쁨과 비례해서 늘어나는데, 책이란 것이 생명이 있다면 내가 책을 위해 일을 하고 살아가도록 교묘히 조종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어쩌면 그렇게 매트릭스의 세상에서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건 망상이지만.
한때 싸이홈피를 도배하던 그림들 중 하나의 작가가 아닌가 싶다. 다른 화가들도 많이 있었겠지만, 특정 한 시기를 분명 클림트의 그림은 좀 멋을 부리거나 머리에 뭔가 든 것을 피력하려는 듯한 이들의 홈피에서 볼 수 있었다. 이젠 다 옛날 이야기지만. 그때부터 늘 궁금했던 것 같다. 이 그림을 그린 이. '클림트'라는 이름만 보면, last name인데도 그림그리는 여자를 떠올리곤 했는데, '구스타프'라는 이름을 알고 난 지금도 가끔 그의 그림을 보면 여자화가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소설을 통해 역사적인 사실이나 인물의 모습을 극적으로 들여다보는 건 늘 즐겁다. 그림을 감상하는 재주가 부족하기 때문에 중간에 조금 지겨운 부분도 있었지만, 괜찮은 이야기.
간만에 일본추리소설을 읽었다. 서구의 고전이나 현대의 작품들과는 늘 다른 느낌을 주는, 너무도 일본적이고 일본의 색채와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런 소설은 늘 읽는 내내 나를 즐겁게 한다. 후배를 심하게 괴롭히던 부장대리를 날려 버린 탓에 퇴사를 면하는 대시 유명한 방송인을 수행해서 출장을 다녀오게 된 주인공이 마주치는 연쇄살인사건. 폭설로 길이 끊긴 산장에서 전개되는 밀실트릭도 일품이지만, 그 기막힌 반전은 역시 사람을 쉽게 믿으면 sucker가 된다는 세상의 진리를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매사에 감성이 풍부하고 격정적인, 좋게 말하면 passionate한 주인공은 그 감정적인 면 덕분에 사고를 치고, 사고에 휘말리고, 엉뚱한 일을 당하게 된 것이라고 봐야 하는데, 이 사기(?)는 꽤 오랫동안 읽는 사람을 엉뚱한 곳으로 내모는 등 꽤 재미있는 트릭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노조활동에 대한 약간의 편견이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투쟁이 어느새 본질은 빠지고 싸움을 위한 싸움이 되어가는 모습을 잘 그려낸 것 같다. 스타인벡이 그렇다고 부르주아의 이념에 빠져 있던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늘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소재로 좋은 책을 써왔던 Salinas가 배출한 대문호라는 걸 생각하면 이 정도의 주관적으로 느끼는 편견은 좀 잊고 책을 즐길 수도 있겠다.
아주 평범한 다수의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 중 공짜는 하나도 없었다는 새각을 많이 했다. 누군가가 우리보다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을 요구하고 희생을 했기 때문에 갖게 된 수많은 권리를 소중히 누리고 발전시키면서 이에 수반되는 의무 또한 이행하는 간단한 진리가 시민의식의 출발이 아닐까.
어쩌다 보니 머리를 식히려고 책을 마구 읽고 마구 써내버렸다. 일단 밀린 건 없다.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