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한 시간이다.  지난 5년 내내 보아왔지만, 언제나처럼 일거리와 고객자료는 한꺼번에, 한 시기에 모두 들어온다.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이미 행적적인 관리와 기존의 고객관리 등으로 늘 할 것이 많은데, 이렇게 한번에 모든 것이 들어오면 정말이지, 갑자기 스트레스 지수가 확 올라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덕분에 늦잠을 자버리고, 회사로 가다가 핸들을 꺾어 서점으로 왔다.  


이렇게 평일 아침에 오는 것도 어쩌다 보니 매우 뜸했었다.  업무량을 잘 배분하고 꾸준히 일을 진행해서 이번 주처럼 갑자기 한꺼번에 일이 몰리는 걸 막으려고 그렇게 노력을 하건만, 늘 결과는 같다. 도저히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정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책은 근근히 계속 읽어나가고 있지만, 남기는 건 몰아서 한번에 해야하고, 덕분에 페이퍼로 길게 풀어보는 시점에는 이미 중요한 내용과 느낌의 태반이 기억의 궁전 깊은 곳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책과 미디어를 나누어 보관하고 있는데, 금년 중반을 넘어가면서 회사의 performance를 보고, 작은 방 하나를 더 빌릴 생각이다.  창문도 필요하지 않고, 그저 회사의 서류와 문서를 보관하기 위한 공간을 생각했었는데, 문을 제외한 사면이 벽으로 둘러싸인 inner office라면 모든 벽에 높은 책장을 조립해서 설치하고 책을 보관하는 공간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싶다.  사는 공간에, 그리고 사무실에는 너무 무겁게 많은 책을 두지 말고, 이렇게 한 군데 몰아서 보관할 수 있다면 그 inner office야말로 힐링센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책장 하나에 대략 300권 정도가 들어간다고 하면, 15개를 설치하면 가진 책을 제대로 펼쳐서 보관할 수 있겠다.  여기에 사무실과 집에 조금씩 보관하는 양을 생각하면, 이 정도면 부모님 댁의 내 방은 깔끔한 guest room으로 정리하고, 집과 사무실로 조금 더 넉넉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겠다.  물론 약간의 공간은 보관 중인 예전 케이스파일을 넣어놔야 하겠지만, 그래도 10 X 10 정도만 되더라도 넉넉할 것 같다.  9월 정도에 알아봐야겠다는 생각.


나이가 들면서 더욱 만화책과 게임이 좋아진다.  게임의 경우에는 새로운 것들도 좋지만, 아무래도 어린 시절 동경하던 16비트 시절의 롬팩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RPG를 좋아해서 D&D RPG나 diablo시리즈를 즐겼고 상대적으로 소홀하던 JRPG를 좀더 파보고 싶어 ebay를 뒤지고 다닌다.  덕은 양덕이라고 요즘 롬팩도 home-brew가 많아서 영어버전의 '성검전설', 미국엔 다른 방식으로 나왔던 파이널 판타지 4-5-6, 드래곤퀘스트 등을 롬팩으로 구할 수 있다.  지하공간이 있는 집은 이 부근에서 구할 수가 없어 아쉽기 그지 없다.  동부나 중서부 같으면 집의 평면이 거의 비례하는 공간이 지하에 있어 많은 원주민 남자들은 이를 man cave로 만들던데.  이곳에선 그림의 떡.


그런 공간이 있다면 서재까지 겸해서 지난 시간 모아들인 모든 것들을 보관하고 즐길 수 있을텐데.  열심히 일하고는 있지만, 원하는 걸 하지 못하는 한심한 일상이 갑자기 슬프다.  아저씨라니...


우연한 기회에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책 3권을 읽게 되었는데, 마침 따로 읽고 있는 켄 폴렛의 소설이 또 2차대전을 무대로 한 것이다.  덕분에 논픽션과 픽션의 세계가 적절히 얽혀 아주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일도 뭐도, 결국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힘들면 조금 천천히 하면 된다.  사실 하루에 꾸준히 한 케이스씩을 정리하면 결국 한 주면 밀리지 않고 모든 업무를 꼼꼼하게 처리할 수 있다. group study의 큰 장점은 여럿이 떠들면서 나오는 다양한 아이디어라고 하는데, 혼자서 글고 주절거리는 것도 가끔은 비슷한 효과를 낸다.


이제 일하러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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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02 0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만화가 좋아요. 자기 전에 책을 읽었는데, 이제는 책 대신에 만화를 봅니다. 만화가 재미있어서 새벽까지 정주행할 때가 있어요. ^^

transient-guest 2017-06-02 07:1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부담이 없이 즐겁게 읽어서 더욱 자주 만화책을 찾게 됩니다. 재미도 있고 만화에 따라서는 잠깐이지만 위로도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