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월의 첫째 날이다. 20대 후반엔가 택시기사님이 나이에 정비례해서 시간이 지나가는 속도가 빠르게 느껴진다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한국에 나가서 다닐 때 택시기사님들하고 대화하는 것을 은근히 즐긴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정치 이야기를 빼면 나름 좋은 대화를 할 수 있고 뉴스나 신문이 아닌 말 그대로 아주 생생한 민심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본 건 벌써 5년이나 되어간다. 또 얼마나 많이 변했을지.
이 책을 끝으로 시오노 나나미는 거의 졸업했다고 본다. 로마인 이야기로 시작한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국내에 번역된 것들은 거의 다 읽은 것 같은데, 최근에 와서 보면 정치색도 맘에 들지 않고 내용도 많이 식상하다. 정치색은 사실 그간의 글을 보면 충분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어야 하는데, 그 시절에도 그랬도 지금도 그런 것이 책은 그저 재미있게 읽을 뿐 비평의 시각이 부족하기 때문에 작가의 정치색까지 볼 정도로 행간을 짚어내는 능력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할리가 없으니 원래 그랬던 사람인데 교묘하게 포장되었기도 하고, 애써 그런 사관은 외면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꼰대가 되어 노골적인 일본의 팽창과 천박한 근대사관을 드러내는 바람에 이젠 매우 obvious해진 것이다. 다시 이 사람의 책을 사게 될지는 모르겠다. 로마인 이야기를 비롯해서 과거에 재미있게 읽은 책은 여전히 상당한 명작이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최근 7-8년의 글은 읽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 피곤하고 지겹게 읽었다고 기억된다.
이동진-김중혁의 대담을 좋아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이동진 혼자서 말하는 것, 책을 읽는 그의 잔잔하고 익숙한 DJ-ing을 좋아하는 것이다. 김중혁 작가의 책을 좋아는 하지만, 은근 눌변이라서 듣고 있으면 조금 답답하거니와, 가끔은 shallow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어서 역시 똘똘이 스머프 같은 책벌레-장서가이자 영화광인 이동진 DJ의 '빨간 책방'이 좋다. 이 책은 그런 팬심으로 산 책이다. 어차피 예전에 나온 '빨간 책방'의 책처럼 대담집 100%의 느낌이 강할 것이란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사들인 것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 그간 방송된 팟캐스트에서 잘 나온, 그리고 흥미있는 주제와 책이 다뤄졌던 부분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책으로 꾸렸기 때문에 특별히 강한 인상을 남긴 글은 없었다. 좋은 점은 역시 reference된 책의 목록이다. 흥미가는 책이 꽤 있다.
이런 책은 한숨에 읽어내면 좋다. 긴 호흡으로 읽을만큼 어렵지도 않고, 잔잔한 내용을 읽다보면 잠깐이지만 다른 세상에 있는 듯 쉬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리 프리터 문화가 발달했고 기초임금이 높아서 큰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알바로 충분히 살 수 있다는 일본이지만 '편의점 인간'에서 나오는 것처럼 생각하는 만큼 petty job으로 먹고사는 인생이 만만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이 책에서 다뤄지는 주인공의 모습도 그저 하나의 cliche라고 봐야하겠지만, 그래도 SF나 판타지를 읽는 것처럼, 조금 더 slow하고 조금 덜 원하고, 소소하게 만족하면서 살 수 있는 인생은 그 나름대로 축복이 아닌가 싶다. 벌수록 더 벌어야할 것 같은 불안함을 달래주지 못하는 대도시의 삶이 싫어진지도 꽤 됐다. 그저 대안이 좀 없어 결정하기 어려울 뿐인데, 늘 고민은 하고 있다. 표지도 예쁘고 가끔 꺼내먹기 좋은 책.
어제 두 건의 주문이 도착했는데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책이 많이 와서 쉬는 시간에 조금씩 읽고 있다. 머리가 복잡할 때엔 만화나 추리소설, 무협지, 활극 같은 것이 역시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