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다음 주까지 휴가를 보낼 계획이라서 공식적인 새해 휴일인 오늘 회사에 잠깐 나와서 일거리를 챙기고 서점에 나와있다.  새해 첫날인 어제 운동을 했고, 책도 조금 읽었으니 2017년의 시작으로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2017년에도 건강하게 열심히 일하면서 즐겁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신년에는 항상 좋은 꿈을 꾸기를 기대하는데, 어젯밤에는 조금 mixed dream이지만, 몇 가지 기억하는 좋은 꿈을 꾸었다.  한번 신나게 살아보자.


연휴에 비가 오는 날씨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서점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카페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엔 충분한, 딱 그런 정도로 '외로운' 영혼들이 새해 벽두부터 책과 커피를 즐기면서 잠시 도피중이다.  나도 그들 중 하나인가?  타고난 성격에 조금은 외로움을 갖고 있고, 쉽게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어렵고, 또 인연을 잡고 있지 못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혼자 노는 걸 즐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겐 사람도 좋지만 나 혼자만의 시간 또한 무척 소중하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다룬 책이다.  전도유망한 의사, 이제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끝내고 미국의학계의 최전선에서 멋진 커리어를 시작하기 직전, 말기암을 선고받은 저자가 남은 22개월 정도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영문학석사출신, 이후 다시 의학공부를 위해 의예과정을 마친 후 medical school에 진학한, 그야말로 융합이 뭔지를 몸으로 보여준 사람답게 글이 아주 명문이다.  인문학적인 소양이 풍부하고 많은 책을 읽고 고민한 덕분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위트있는 

멋진 문장과 대화를 구사하고 의학계 최고의 석학이 될 뻔한 이 사람은 그러나 지금 세상을 떠났다.  하늘은 준재와 미인을 시기하고 질투한다더니...

남은 시간동안의 성찰과 가족에 대한 마음, 삶의 회고 등이 짧지만 단단한 이 책 한 권에 담겨있다.  문득 삶에 지칠 때, 화가 날 때, 감사해하지 못함을 느낄 때, 이런 저런 순간마다 한번 꺼내어 볼 책.  


다소 아스트랄한 책이다.  SF로 분류되어 있는 작가지만, SF와 판타지의 장르가 섞여 있는 서사를 갖고 있다.  이주하는 사람들을 따라 신대륙에 이식된 구대륙의 오래된 신들, 이미 신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 정확히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진 - 방황하는 그들이 마지막 전쟁을 시작하려 하고, 상대는 현대의 신, TV와 컴퓨터, 전화 같은 문명의 이기들이다.  그 가운데 갖힌 주인공.  그리고 이 모든 것을 manipulate하는 존재가 있고...등등.  이야기는 재미있었다는 정도만 기억에 남고,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다른 것들을 은유하는지 잡아내는 건 할 수 없었다.  


천명관 작가의 신작.  '나의 삼촌 브루스 리'의 이야기와 비슷한 어투와 구조를 갖고 있는, 이상하게 얽힌 뒷골목 양아치들의 이야기.  꼬이고 꼬인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한번에 쓸어버리는 결말은 조금 실망스럽지만, 꽤 그럴듯하게 - 늘 작가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것이지만 - 영화적인 비쥬얼을 글로 옮긴 듯 풀어낸다.  기본 이상의 재미를 주는데, 임팩트는 조금 적다고 할까?  '나의 삼촌 브루스 리'를 비롯한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 느낀 묵직한 시대감이나 울림은 없었고, 포창마차에서 시덥잖은 안주로 소주를 마시면서, 아니면 옛날 대학가의 어느 허름한 고깃집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면서 듣는, 구라빨 좋고 좀 놀아본 듯한 형들의 ~카더라 통신을 듣는 맛이다.  나쁘지 않지만 조금 부족한.  저자가 직접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썼다는 말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아마 영화판을 돌면서 천명관 작가가 이런 저런 경로로 입수(?)한 뒷담화를 구성한 것이겠지?


조금 더 서점에서 노닥거리다가 gym에 가서 간단하게 팔 운동 몇 가지를 하고 사이클링을 해볼 생각이다.  그간 트레드밀에서 뛰거나 좀더 편안한 자전거 (뒷받침이 있는) 기계를 돌려봤는데, 얼마전 15분간 사이클링을 하고 그 운동량과 burn에 반해버렸기 때문.  수영과 함께 사이클링을 기존의 러닝에 잘 mix하면 weight와 함께 좋은 효과를 발휘할 듯.  


2017년은 나라의 쓰레기를 치우고, 나의 잉여들도 치우고, 멋진 한 해를 보내보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01-0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는 t-guest님의 잉여들이 나라의 쓰레기보다 먼저 치워질 것 같습니다. ^^;;

몬스터 2017-01-03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ransient guest님의 빤따스틱 2017년을 위해, 화이팅 !!!
when breath becomes air 관심이 가요. 살아있는 동안은 건강함이 제일인데 , 잃어보기 전에는 잊고 살기 쉬운 것이라 평소 더 신경을 써야겠죠?

휴가 잘 보내세요. ( 저는 오늘로서 2주 휴가 끝입니다. 빛의 속도로 지나간 느낌 lo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