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땐 엘니뇨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왔었는데, 금년에는 반작용인 라니냐 때문인지 영 비가 오지 않고 있다.  덕분에 해가 뜨면 날씨가 꽤 따뜻해지는데, 이래서야 가을기분을 느낄 수가 없다. 하지만 엉뚱한 이유로 가을의 우울이 계속되고는 있는데, 모두 트럼프 탓이다.  그래도 오전에 일찍 출근해서 여러 가지의 자투리 업무를 끝냈고, 내일은 조금 더 큼직한 한 건을 정리하려고 한다.  그럭저럭 삶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적당한 추리와 감동을 주려고 노력은 하는데, 영 재미가 없다.  다음 번에,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만나면 또 다른 느낌으로 마주칠 수 있겠지만, 2016년 11월에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열심히 읽고 느끼려고 노력했으나 시리즈의 첫 번째를 읽었을 때의 나쁘지 않았던 정도에서 오히려 더 흥미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라이트 노벨 계열은 확실히 작가, 작품, 모티브에 따라 편차가 심한 것 같다.


'빅 히스토리'라는 개념이 나온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팟캐스트를 듣다가 이 책과 개념에 대한 소개를 듣고 궁금해서 읽어봤다.  일단 사실상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다 넣은 히스토리라는, 무척 방대하고 포괄적인 역사학으로써의 접근은 매우 흥미를 준다.  그런데, 테제에 대한 관심과는 별개로 난 이 책을 그리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다.  내가 원래 강의나 강연을 책을 엮은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현장에서는 아무리 좋았을 내용이라도 그 느낌을 쏙 빼고 담담한 필체로 서술할 수 밖에 없는 책의 한계 때문인지, 수박 겉핣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학문의 분야로써, 그리고 향후 우리라는, 그러니까 인류라는 종을 생각하는데 있어 상당한 패러다임 shift와 관점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유망하고 재미있는 하나의 field가 될 것 같다는 인상은 충분히 받았다.  이런 survey계통으로 가닥을 잡으면 이제는 specific으로 가야 하는데, 아직 새로운 접근이라서 책이 많이 나와있을지는 모르겠다. 


마 우울증이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그저 운동을 놓지 않고, 책도 계속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의무감을 갖고 하루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때는 그저 견뎌내고 살아남는 것이 답이다.  이제 슬슬 많은 것들을 한번 정도는 뒤돌아볼 시기에 들어선다.  이와 함께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서도, 아니 그런 것들로 인해 어쩌면 나중에는 후회할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년 이맘때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다자이 오사무 전집 - 3권으로 나온 열림원판 - 을 읽고 있으며 소세키는 잠깐 멈췄다.  둘 다 읽으면서 정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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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17 0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부터 트럼프 당선을 예견했다고 주장하는 우파들은 뭣이 중헌지 모르고, 클린턴 당선 예측한 언론과 지식인들을 비판하느라 여념이 없어요. 그걸로 구실 삼아 좌파를 까는 중입니다. 박ㄹ혜를 까지도 못한 것들이 지들 하고 싶은 말은 잘 해요.

transient-guest 2016-11-17 00:41   좋아요 0 | URL
완전 거짓말로 들립니다. 미국에서도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한 사람은 몇 안 됩니다. 가금 유투브로 보면 아주 가관이에요, 그 패널들...뭘 얘기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떠들어댑디다. 트럼프 당선을 예측한 교수가 1-2년 내의 트럼프의 탄핵을 예언(?)했습니다. 공화당 주류가 팬스를 원하고 있고, 트럼프 자신이 (1) 국가안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짓을 하거나 (2) 뒤로 돈을 벌다가 (가카처럼) 탄핵될 구실을 준다고 하네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2016-11-17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8 0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