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로 책을 읽다가 보면 읽은 책이 무엇인지 가끔은 까맣게 잊고 지나갈 때가 있다. 사실 한 권을 읽고 깊이 음미하면서 정리하는 것이 후기를 남기는 왕도(?) 같은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늘 아침까지도 그렇게 한 권의 책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책을 읽다가 빗소리가 듣고 싶어 관련앱을 찾았다. 네 가지 소리가 옵션인 앱을 다운 받아서 하루 종일 빗소리를 들으며 일하고 있다. 은근히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 특히 카페에서 듣는 빗소리를 시뮬레이션 한 옵션이 맘에 드는데, 마침 마지막 무더위로 해가 쨍쨍하게 내려꽂는 오늘 같은 날 그렇게 걸으니 한 순간 두 개의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양 아주 특별한 기분을 느낀다.
이건 cyrus님의 서재에서 리뷰를 보고 나서 마침 주문하려던 다른 책들과 함께 구했다. 나찌의 분서에 대항하는 의미로, 사상적 무기로, 참전이 본격화되면서는 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군인들의 사기와 여가를 위해서 시작된 책모으기 운동이 본격화 되면서 아예 전쟁터에서 보기 편하도록 상대적으로 싼 값에 휴대성과 보급성을 향상한 새로운 edition이 만들어진 것이 진중문고의 탄생이었다.
미국이 2차대전에 뛰어들면서 어제까지 학교를 다니거나 일을 하던, 그때까지 외국이라고는 가본 적도 없는 수 많은 젊은이들이 갑자기 기초훈련을 받고 유럽과 태평양으로 가게 되었다. 전쟁 초기엔 엄청난 사상자가 나올 수 밖에 없었고, 심지어는 유럽에서의 승리 후 파병부대를 다시 태평양 전선으로 보내면서 또다시 엄청산 희생이 따랐기에 여가시간을 달리 보낼 방법이 없었던 군인들에게 책과 아이스크림, 그리고 어쩌다 주어지는 샤워시간은 사기진작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군대로 보내진 책은 또한 야전병원의 부상병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심각한 부상을 입고 사지를 절단해야 했던, 고작해야 18-26살 사이의 많은 젊은이들은 책을 읽음으로써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진중문고'라는 것을 아마존에서 찾아보니 책의 상태에 비해서 꽤나 고가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 언젠가 한 권 정도는 이 책을 읽은 기념으로, 그리고 나찌가 시작했고, 일본과 소련, 중공이 이어갔었던 끔찍한 지식말살과 분서를 이겨낸 '책'에게 바치는 마음으로 진중문고 edition을 구해서 보관할 생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60년이 넘어 분단이 고착화되고 있는, 아니 분단을 이용하는 세력이 점령한 남과 북의 현실,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국방부 '불온'서적 selection이 너무나 마음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중문고'의 이야기를 통해 얻은 희망이 있다면 사특한 세력의 시대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것, 책과 책을 통해 퍼지는 진실과 진리를 영원히 조작하고 탄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믿기로 했다.
지금의 내 커리어에 너무도 맞아 떨어지는 제목이라서 충동구매를 했지만, 내용은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책을 읽으면 심각한 일반화의 오류가 눈에 들어온다. 또한 논리를 너무 비약시키는 점이 없지 않은데, 역시 어쩐지 결론을 정해놓고 쓴 책이란 느낌이 들고, 이 때문에 causation과 correlation을 자주 혼동하는 것 같다. 비록 저자는 최대한 평형감각을 유지하려 애를 쓴 흔적이 보이지만.
혼자 일하는 것에 대한 예찬을 많이 하는데, 방법론의 접근은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누구나 다 '창업'하거나 '컨설팅'을 하면서 먹고 살 수는 없기에, 한번 정도는 '혼자' 일하라는 투의 말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내가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분명히 조직생활에 어울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고, 50:50으로 이 균형이 완벽한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얼마나 잘 적응을 하느냐는 것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직생활도 잘 해내는 사람이 있고, 적성에 맞는 생활도 인간관계나 사회적응의 문제로 어렵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조직생활을 잘 하는 사람이라면 혼자서 일하는 것도 금방 할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다만, 굳이 나누자면 조직생활이 개인사업보다 훨씬 힘든 점이 있다고 보는데, 혼자 일하면 모든 것이 자신의 일이지만, 그 외엔 생각할 필요가 없다면, 조직에선 자신의 일도 있고, 조직의 일도 자신의 일이기에 이론상 여럿이 나눠하는 일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일을 하는 때가 종종 있고, 직장 안에서의 인간관계는 역시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혼자 일하는 즐거움의 큰 portion은 역시 financial reward에 있는데, 오롯히 성과는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물론, risk도 혼자 이겨내야하고, 가끔은 같이 의논할 사람이 없다는 것도 큰 어려움이긴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필요에 따라 읽어볼 만한 책.
예전에 한참 머리에 바람이 가득 들어, 연예/영화/저작권법을 하겠다고 생각하던 시절에 잠깐 당시 한국에서 잘 나가던 연예법 전문법인에서 1-2개월 정도 인턴을 했었다. 그때 알았던 멘토와 최근에 facebook으로 연결이 되어 근황을 알게 되었는데, 책을 한 권 쓰셨다고 보내주셨다. 기억하기로는 감성이 남달랐고, 문화적 소양이 풍부했던 분인데, 이런 책을 쓸만큼 대단한 전문지식과 경험, 글솜씨, 그리고 악기까지 잘 다루시니 재주가 참 많은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프리랜서 변호사로 뉴욕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시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만나서 좀더 많은 얘기를 나누었으면 한다.
음악에 대한 추억과 개인의 이야기, 그리고 청중 또는 fan으로서 축적된 지식과 감성을 서양음악사의 대표적인 고전작곡가, 연주가, 지휘가, 성악가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풀어냈기에 간혹 보이는 이런 계통의 책에서 느껴지는 지겨움이나 현학적이고 교조적인 부분이 전혀 없어, 음악에 대한 책이면서도, 저자와 편안하게 "내가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어"라면서 담소를 나눈 느낌이다. 참고서나 입문서를 생각한다면 문학수 기자의 '더 클래식' 시리즈가 좀더 구체적인데, 이 책은 클래식에 흥미를 갓 느끼는 사람이 좀더 클래식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해줄 것 같다. 저자의 풍부한 감성과 깊고 넓은 지식에 비해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오페라 부분의 이야기는 기실 거의 이해하지 못했지만, 뒷날의 즐거움으로 남겨둘까 한다.

유명작가의 인터뷰, 그들의 인생의 책, 이런 것들과 다양한 anecdote을 버무린 이야기. 그런데, 신문기자의 책이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어디 weekly 칼럼 같은 걸 위해 쓴 것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책보다는 딱 신문지상의 글을 읽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원래 관심이 좀 있었던 작가들 - 김영하, 김중혁, 은희경, 정유정 같은 - 의 이야기는 팟캐스트 같은 매체로 이미 들은 부분도 있었지만, 정유정 작가가 추구하는 길은 그의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주었다. 게다가 조너선 프랜즌이라는 걸출한 작가는,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나의 레이더망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에 소개를 받았으니 꽤 이득을 본 셈이다. 전혀 모르는 분들의 이야기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못했고, 공감하지 못하는 점도 있었지만, 그건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크게 신경쓰진 않는다. 우연히 구한 책인데, 좋은 것들을 얻었다고 생각하니 슬며시 기분이 좋아진다.
어제 내친 김에 시마다 소지의 다른 책들을 모두 구매해버렸다. 한 달이면 오는데, 어떻게 기다리나...사놓고 읽지 않고 있는 책은 넘친다만...움베르토 에코의 5만권에 비하면 10%도 안될 것 같다. 사놓고 읽지 않는 책이라해도 언젠가는 읽거나 참고하거나 읽은 듯 내용을 조금씩 알게 될 책이니까 guilty free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