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읽은 '독서 실력'에서 이어서 '책의 역습'을 읽었다. 사실 장바구니에 넣을 때에도 긴가민가했었는데, 결론적으로 새로운 이론을 이야기한다는 점은 plus지만, 내용상 내가 크게 공감할 수 없었기에 조금 건성으로 읽어낸 부분은 minus. 책이란 매체를 전통적인 의미에서 보는 종이책이란 것 외에도 다양한 의미로 재해석했고, 이에 따라 책의 미래가 밝다고 역설하고, 요즘 유행하기 시작한 실험적인 서점 plus alpha를 예찬한다. 그런데, 논리를 펼치는 과정에서 어쩌면 주객이 전도된 것은 아닌가 하는생각도 드는것이다. 옷가게에서, 음식점에서 sales 테제를 잡은 책팔기를 서점이라 할 수 있을런지, 또 그런 시도, 서점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변해가는 시장환경에 따라 서점의 identity를 다른 업종과 겹쳐 hybrid형태로 가져간다든가 하는 건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다. 앞서 읽은 책과 비교하니 어쩌면 그리도 서로의 대착점에 있는건지. 분명, 저자가 얘기하는 부분은 현실과 세태를 반영한다만, 꼬장꼬장한 원론적인 독서를 이야기할 때 어쩐히 불편하다.
어떻게 하다보니 현암사의 나쓰메 소세키 전집 14권을 사면서 이를 전후하여 소세키에 대한 책을 먼저 두 권씩이나 읽게 되었다. 앞서 읽은 '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가 정말 '가뿐'한 책이었다면, 강상중 교수의 책은 이 책에서 선별된 나쓰메 소세키의 유명저작 - 나는 고양이소로이다, 산시로, 마음, 그 후 등 - 의 행간을 짚어보고 보다 깊은 discussion을 유도하는 내용으로 매우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내용으로 보나, 깊이 및 흥미로 보나 한 수 위인 셈이다. 이와나미 신서의 한 권으로 나왔는데, 사이토 다카시가 그랬던가, 이와나미 신서 150권을 읽으면 기본적인 교양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이와나미 시리즈로 AK북스가 내놓기 시작한 문고본을 한 권씩 모으게 되었는데, 실사구시에 목적을 둔 주제를 선정하는 등 다소 내 기준에서는 지겨울 수도 있는 책들 중 이런 책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무척 반갑다. '가뿐하게...'보다는 이 책이 나쓰메 소세키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본의 근대소설의 선구자로 꼽히는 나쓰메 소세키는 식민지시절 한국의 문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한국의 근대소설이나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소세키의 대표작 몇 권 정도는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읽고나서 정리하지 못한 탓에, 그리고 띄엄띄엄 쉬다 읽었기 때문에 딱히 정리할 것이 남아있지 않다. 그냥 일단 읽었다는 취지로 남기는데, 조금 한가한 날 다시 뒤적거리면서 읽던 날의 기억을 떠올려볼 생각이다.
스토너 또한 읽던 새벽에서 아침까지의 감동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쓸 수 없었고, 좀더 깊이 알기 위해 영문으로 읽으려는 생각에 영문판도 구입했으나 그 뒤로 다른 책과 일정에 밀려 감감 무소식이다. 역시 나중을 위해 기록만 해두기로 한다. 은근히 내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지길 기대하면서 아버지에게 추천했으나 읽은 후의 반응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로 돌아왔으니 사람마다 역시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자신의 삶을 투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는 그런 의미로 여러 가지 생각을 했고, 좀더 personal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이렇게 쓰고나니 후기를 쓰는 것이 살짝 두렵다. 홀딱 벗고 남들 앞에 서있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니까...
뭔가 시끌벅적한 것이 한국이나 여기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괜찮았는데 행여 트럼프가 당선이라도 된다면...생각하기도 싫다. 갑작스런 힐러리의 건강문제가 가뜩이나 공화당의 끈질기고도 위선적인 이메일사건공격으로 머리가 아픈 선거전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그냥 벼락이라도 맞고 트럼프가 사라지는 걸 기대해본다. 정말이지 살아있어야 세상에 피해만 끼치는 사람들이 있다고 보는 편인데, 트럼프나 박근혜나 그 일당이나...이명박이나...귀신은 뭐하는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