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을 이념에 입각하지 않고, 비교적 사실에 근거하여 간략하게 정리한 책이다.  맥아더의 불통, 판세오판 같은 건 진보적인 사관에 의해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한데, 짧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어떤 것이 그의 오판이었는지 등을 정리한 것이 눈이 쏙 들어온다. 거의 신화처럼 전쟁사에 전해지는 인천상륙작전 같은 경우도 그간 배워온 대로 맥아더의 귀신같은 용병과 작전이 빛을 발한, 마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능가하는 대첩이 아니고, 북한군도 충분히 예상하던, 하지만 전력부족으로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전투라는 건, 처음으로 접한 관점이다.  게다가 '맹우' 미국이 사실은 전쟁 내내 적정시점에서 이를 끝내거나 전세가 불리할 때에는 한반도를 포기하는 것을 고려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쟝샤오위안 선생의 '고양이의 서재'를 읽은 이래 병학에도 관심을 갖기로 하여, 조금씩 전쟁사에 대한 책을 모으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한국전쟁에 대한 책도 구해야할 것이다.  지금은 2차대전이나 중동전쟁, 국공내전, 스페인내전 같은 굵직한 (quite literally) 책을 구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구할 책도, 관심가는 분야도 늘어나고 있으니, 나노기술로 건강과 수명을 늘릴 수 있고, 먹고사는 것에 걱정이 없다면 언젠가는 생활을 단순화해서 책읽기/공부, 운동/단련, 수면, 먹고 뱉기(?), 정해진 횟수의 여행 정도로 딱 나눠서 일상을 보내면 좋겠다.  연초에 Big Island에 가서 휴가를 보내면서 오전 4-7 정도에 필요한 일을 조금씩 했는데, 평소의 4-6시간 분량의 일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집중력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역시 중고 RV를 개조해서 사무실로 바꾸고 완벽한 유비쿼터스환경을 구현하면 조금 slow한 시기엔 일거리를 싸들고 어디든지 가서 4시간 정도 오전에 바짝 일하고 나머지는 책을 읽고 산책을 하면서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비록 적극적인 독립투쟁은 아니었지만,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민족투쟁을 가산을 기울여 이뤄낸 사람이 간송 전형필이다.  그 덕분에 많은 문화재 - 팔려나간 건 훨씬 더 많지만 - 가 한국땅에 온전히 남을 수 있었다.  아리조나의 그림애호가 이충렬씨가 극화한 간송 전형필의 일생인데, 소설만큼이나 흥미있는 삶이다.  다만 극화하지 않은 fact만으로 구성된 간송의 삶 또한 꽤 궁금하여, 나중에 다른 책도 구해볼 생각이다. 

일제시대를 살아내면서 어렵게 구하고, 한국전쟁의 초반, 서울이 공산군의 치하에 들어갔어도 이런 저런 기연과 협조로 지켜낸 - 심지어는 피난도 가지 않고 - 문화재가 1.4후퇴 때문에 사방으로 흩어지는 장면에서는 내 마음도 안타깝기 그지 없었는데, 일제치하에서 그렇게 많던 조선의 부자들 중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문화유산을 지켜낸 사람이 - 치부를 위함이 아닌 - 간송 한 분 밖에 없다는 사실도 참 그렇다.  간송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독립투사들의 영령이 만군장교가 18년 동안 대통령을 해먹다 총맞아 죽고나서 34년 후 그 딸내미가 다시 대권을 도둑질한 걸 보면 아마 누워 있다가도 벌떡 일어날 것만 같다.  언젠가 이 땅에서 반출된 모든 문화재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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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2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문화재를 돈 많은 일본인들에게 몰래 팔아 넘긴 친일파들이 있었을 겁니다.

transient-guest 2016-08-25 00:16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향촌 친일파, 면서기부터 귀족작위를 받은 집안까지 천태만상이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