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의 글이 길어져서 책읽기의 흔적은 따로 남기기로 했다.  지난 주간을 거쳐 이번 주말까지 읽은 책을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당연히 1992년에 나온 영화로 먼저 접했고, 아름다운 몬태나 주의 경관에 매료되어 여러 번 본 기억이 있다.  당시만 해도 파릇새청춘 같은 브래드 피트의 모습은 1994년에 나온 '가을의 전설'이라는, 오역의 흑역사에 길이 남는 번역으로 소개된 'Legends of the Fall'이전에 이미 뭇여성들의 맘을 설레게 했을 것이다.  책을 쥔 것은 꽤 최근의 일이었고, 운동을 하면서 틈틈히 읽는 바람에 깊이 상상하며 읽지는 못했는데, 이건 영화로 먼저 본 책을 읽게 되면 종종 발생하는 상상의 제약의 탓도 조금은 있다.  같은 저자의 중편 두 권이 추가되어 있는데, 같은 번역자의 손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흐르는 강물처럼'의 번역은 다른 두 작품보다 훨씬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적어도 번역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고, 관련전공이라면 'Registered Nurse'를 '등록간호사'라고 번역하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을까?  여기에 문맥이 이상하게 이어지는 등, 문장의 진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거나, 적어도 옮기는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부분들이 꽤 있어서 영화를 읽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더 고생을 했을 것 같다.  책표지도 좋고, 하드커버라는 점도 맘에 들지만, 역시 번역은 좀더 정확하고 부드럽게 되어야 한다.  


가볍게 물 흐르듯 읽을 수 있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의 하나.  꽤 오래전에 쓰인 듯 컴퓨터나 mobile phone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고, 부자나리의 차에 설치된 카폰 정도가 최고의 tech인 것으로 보아 최소한 80년대 혹은 그 이전의 설정이 아닌가 싶다.  역시 경찰소설로 보면 무난하고, 추리기믹도 별로 없지만,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나 이에 따른 전개는 앞서의 'Ice'에서도 본 바, 무척 탁월하다.  읽으면서 계속 신기한 것은 어린 시절 '추리백과'같은 것으로 접한 전설의 87분서를 읽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암사에서 출판한 나쓰메 소세키 전집 14권을 모두 구하면서 함께 구입했다.  개론서나 입문서 정도로 보면 무난한데, 촌철살인의 정리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그저 나쓰메 소세키를 읽기 위한 준비운동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그 후', '도련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산시로'는 다른 출판사의 판본으로 갖고 있고 여러 번 읽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전집을 구하는 건 또 다른 얘기라서 꽤 오래 망설이다가 이번에 모두 갖추게 되었다.  


이들을 읽으면서 부쩍 속도와 힘이 붙어 그간 조금씩 읽으면서 미루고 있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도 어젯밤에 완독했다.  밑줄을 그은 곳이 매 페이지에 있을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데, 저자가 하려는 얘기, 그러니까, 이론과 논증 말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확실히 와닿지는 않는다.  일단 이건 별도로 다른 리뷰로 정리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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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6-08-2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르는 강물처럼...저도 영화 봤습니다. 한 때 물량을 퍼풋는 영화를 좋아했던 지라...그때 이 영화를 보니 지루해서 죽는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명작이더군요..원작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기회되면 원작을 구하고 싶네요.

쏘세키 전집 14권을 모두 소장하시다뉘...ㄷㄷㄷ 저는 4권만 있고, 아직 한 권도 읽지 못했는데...대단하심돠!

transient-guest 2016-08-24 03:17   좋아요 0 | URL
영문은 좋은데, 국문번역은 좀 문제가 있습니다. 소세키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식민지시절 조선의 문인들도 많은 영향을 받았을만큼 근대문학에서 빼놓기 힘든 작가라고 알고 있어 늘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