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했어야 했다.  8시 반에 퇴근해서 잠깐 쉬고 9시에 운동을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늘어지고, 그렇게 있다가 옷을 갈아입고 문을 나서다가 그냥 주저앉았던 것이다.  나는 어쩌다가 그렇게 힘든 일정을 소화하지만 대형회사의 내 친구는 늘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한다.  아마도 일종의 익숙함과 함께 근육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그랬고, 8시까지 일을 하는 날에는 5시 정도에 바닥을 친 체력과 머리가 6시부터 서서히 다시 오름세를 타고 조금 무리를 하면 11시까지는 유지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내가 사무실에 있는 시간은 거의 모든 human interaction이 배제된 철저히 일만 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기업형 로펌에서 미팅과 자잘한 대화까지 계산하면 아무리 시간이 길고 업무의 지중도가 높은 대형로펌 특유의 나날들이지만 어떤 의미로는 나보다 나은 스케줄일 수도 있다.  나의 상황은 좀 다른데, 잡다한 인간관계와 관련업무로 빠지는 시간이 없는 순수한 업무시간이 나의 하루인 것.  오늘 같은 날은 9시 부터 8시 반.  아침과 점심 모두 배가 고픈 것을 느낄 때 과일이나 빵을 조금씩 먹었고, 커피는 세 잔을 마셨으며 콜라를 한 병 마셨다.  한니발의 휴식에 대하여 시오노 나나미가 인용했던 로마인의 글이 떠오르는 하루가 아닌가...


리뷰는 덕분에 beyond 불평 stage가 되어 꾸준히 미뤄지고 있다.  요즘처럼 느린 속도에도 불구하고 네 권 정도가 밀린 것 같고, 이번 주 업무일정과 독서를 생각하면 더욱 많은 책이 후기 없이 남겨지게 될 것이다.  후기라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도 느낌도 가물가물해지는 등, 바로 작성하지 못하면 그만큼 정확하지 못한 기억에 의지한 시늉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말이다.  


지금도 무엇인가 책에 대해 몇 자라도 적으려고 페이퍼를 열고 이렇게 푸념만 하고 있다.  더 나쁜 건, 이렇게 페이퍼를 열었음에도 결국에는 책에 대한 이야기는 남기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머리가 터지기 직전...


한국의 내 또래들은 어떻게 이런 나날들을 견뎌왔을까?  99%는 나보다 더 힘들게 더 어려운 조건에서 일하고 살아왔을 것인데...벌이와 상관 없이...


당신들...너무나 존경스럽고 안쓰럽다...덜어냄도 보탬도 없이 정말 그렇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