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혐의로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환송으로 나온 모 배우가 있다.  좋은게 좋은거니까, 아니면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니까, 역시 뭐 다 좋다.  그런데, 법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 아나 있는데, 이 사건에 관련하여 성매매 알선혐의로 재판을 받고 형을 살고 나온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모 배우의 매니저였다고 하는데, 오늘 기사를 보니 이 자는 또 같은 짓을 해서 검찰수사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 자의 형사건과 모 배우의 무죄건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유를 보자.


1.  이 자가 형을 살게 된 근거는 모 배우의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혐의다.  

2.  고로 이 자의 죄는 모 배우의 행위가 단순한 애정행각이나 다른 것이 아닌 '성매매'라는데 근거한다.  성매매가 없으면 이를 알선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3. 그런데, 이 자는 성매매알선으로 처벌을 받았고, 모 배우의 행위는 '성매매'가 아니라는 판결이 난 것이다.


쉽게 말해서 내가 총기소지죄로 처벌을 받았는데, 다른 재판에서는 내가 소지한 것이 총기가 아니라는 판결이 난 것과 같다.  이게 말이 되는가?


여러 가지 절차적인 문제, 정치적인 편향성, 권력추구 등 너무도 많은 문제가 대한민국 사법부 구석구석을 감싸고 있지만, 절차에 있어 판사에게 부여되는 권한이 너무도 막강하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라고 본다.  지금처럼 판사가 법리적 해석과 적용, 그리고 사건사실의 판단을 함께 하는 것은 더구나 한국처럼 법조인이란 것이 사회경험이나 다른 것은 별로 없고, 그저 머리털 나고서 지금까지 4지선다형 문제만 열심히 풀어온 자들임을 볼 때 매우 큰 무리가 있다.   개인이 경험하는 사건사고, 이를 근거로 형성된 심리, 철학, 사고방식 등은 개개인에 있어 제한적이고 편차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심원제를 채택한 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가 많이 부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심원들에게 사건사실의 판단을 맡기는 것은 재판부에 모든 권한을 맡기는 것보다는 더 나은 제도라고 본다.  다른 나라들의 판사들이 바보라서 배심원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니란 얘기다.


한국에서도 선택적으로 배심원제가 도입되고 있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이를 더욱 확대하여 종국에는 모든 재판과정에서 판사는 법리를, 배심원단은 fact를 다루게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기울어진 판이 조금이라도 공정해질 것이다.  지금이 제도에서는 로비를 하든, 압력을 가하든, 권력으로 회유하든, 돈을 주든, 판사 하나면 잘 설득하면 뻔히 보이는 사실도 묻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사건사실에 유권해석을 적용하여 상황을 모두 조각조각 분리하고 취사선택하여 (1) 특정행위가 불법이다, (2) 하지만 A의 행위는 이 특정행위가 아니다, 또는 특정행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3) 고로 A는 무죄다 라는 식을 판결을 특히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의 뇌물사건 또는 다른 비리사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최소한 절차적으로는 이런 탓이 아닌가 싶다.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빼앗기 위해서는 이들의 비정치화와 함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하는데, 이에 못지 않게 판사들에게서 fact를 심판할 권한을 빼앗아서 시민들에게 주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늘 나오는 얘기가 있다.  검경수사기소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한국에서는 그렇게 하면 지방토호들과 경찰과 조폭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검사들은 말하고, 판사들은 시민의식의 미성숙과 비전문성을 말한다.  그런데, 해먹기로 하면, 그 자리와 권력의 위중함에 있어 검사 한 명이 경찰 열 명이상으로 더 많이 해먹고, 더 많은 해악을 끼친다.  마찬가지로 판사들, 특히 지역사회의 향토세력과 결탁한 이들은 아마도 검사 열 명까지는 아니라도, 다섯 명 정도가 해먹는 수준과 강도로 법을 망치고 있을 수도 있다.  


직접선거를 이야기할 때 5공 시절, 꽤나 진보적이라는 식자들도 늘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일단 5천불 이상이 되면 그렇게 할 수 있고, 지금은 때가 아니란 소리를 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검경수사권 문제가 배심원제도문제를 그런 맥락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한 마디로 개소리만도 못한 것이다.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고, 배우고 고치고 익히는 과정이 있으며, 이를 통해 제도와 절차가 보완되며 자리를 잡는 것이다.  이제라도 배심원제도고 100% 도입되었으면 하고, 검경수사기소권 의 분리도 이뤄져야 한다.  검찰과 법원의 중립성과 탈권력지향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잠깐 기사를 읽다가 떠오른 생각을 두서 없이 정리해서 말이 될런지 모르겠다만, 속칭 '석궁테러'사건도 그랬고, 판사들이 함부로 재단하여 있는 fact를 걸러내거나 없는 fact를 끼워넣는 행태를 보는 것은 정말 괴롭다.  그만 괴롭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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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6-03-0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합니다!

transient-guest 2016-03-08 03: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