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을 완독하고 나서, 몇 권 남은 캐드펠을 위주로 다른 책을 한 권씩 읽어가고 있다.  이번 주는 너무 일에 시달렸기 때문에 보통은 책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가 없었고, 그저 운동을 하면서 bulk를 읽어냈을 뿐이다.  


시공사의 책은 그간 나온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을 모으는 맘에 사둔 것을 이제 읽은 것인데, 이전에 본 동서미스테리북스의 '혼징살인사건"과 같은 이야기지만, 책의 구성은 조금 다르다.  알고서 둘 다 구한 것은 아닌데, 새삼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시공사의 요코미조 세이시의 "혼진살인사건"에는 이 작품 외에도 '도르래 우물은 왜 자꾸 삐걱거리나'와 '흑묘정 사건'이 같이 들어있고, 동서의 요꼬미조 세이시의 '혼징살인사건'에는 '나비부인 살인사건'이라는 작품이 포함되어 있으니, 한 가지 이야기는 겹치지는 두 권을 샀기 때문에 세 개의 작품을 더  얻은 셈이다.  한참 잘 나오다가 주춤한 시공사의 요코미조 세이시 작품출간이 재개되었으면 한다.  


다른 작가들도 그런 경우가 있는데, 요코미조 세이시는 자신을 작중인물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하는 기법을 쓰고, 밀실살인사건을 좋아하는 듯, 해박한 서양작품의 예를 들어가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그리고 독자와의 두뇌싸움을 거는데, 공정한 승부를 위해 독자에게 주어지지 않은 요소가 데우스 마키나로 등장하지 않고, 있었던 것들로 치밀한 추리를 하여 답을 얻어내도록 승부를 걸어온다. 생긴것도 작가답게 생긴, 약간 정비석 선생을 연상시키는 외모인데, 그가 탄생시킨 긴다이치 코스케는 일본최고탐정 3인방에 드는 동시에 훗날 활약하는 김전일의 할아버지가 되는 추리소설사에 있어 큰 의미가 있는 사람이다.  외모의 묘사를 보면 당당함과 검술실력을 뺀 사카모토 료마가 떠오르는데, 비슷하게 더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당시에는 드문 미국에서 대학교를 나온 엘리트에 어울리게 두뇌활동을 중시하는 그의 추리는 포와로를 연상시킨다.  물론 포와로처럼 깔끔을 떨지는 않지만.


사람을 바꿔치기 하는 듯한 언급으로 정신을 홀려놓고, 진실은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는 이중기법, 거기에 노가다를 연상시키는 트릭으로 범인의 정체를 감싸버리는 수법은 이 책을 두 번째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번에 간파하기에는 무리였다.  마쓰모토 세이초보다는 좀더 소설적인 재미를 강조하기 때문에 진지함이나 정치사회적인 반영도는 떨어지지만, 내가 좋아하는 에도가와 란포, 마쓰모토 세이초와 함께 일본추리소설에 들어가려면 꼭 읽어봐야하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없었다면 미미여사도, 히가시노 게이고도, 그 누구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만큼, 이들의 존재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캐드펠 16권.  역시 사건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면서, 정작 범인과 범행은 교묘하게 숨겨놓은 수법을 간파하지 못했다.  이단자도, 상속녀도, 상속녀를 사랑하게 된 충복도, 자리에 연연하는 인간들도, 모두 트릭이다.  범인은 그들 중에 없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 순간의 욕심으로 인해 결국은 우발적인 살인까지 행하게 되는데, 살인범이나 살해당한 사람이나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는 우발적인 욕심과 불안감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겠다.  죄는 순간의 유혹에서 오는 경우가 더 많고, 이것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인생과 일상이 범죄와 불법행위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김무성이, 이인수가, 김문기가, 조용기가, 이루 셀 수 없는 수 많은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처음부터 저런 삶을 살지는 않았을 것인데 (물론 집안내력을 볼 때 그 자질과 교육에 있어 남들보다 앞선 인간들도 있겠지만), 분명히 한번의 시작이 있었고,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왔을 것이다.  죄없이 사는 것은 참 어렵다.  욕심을 버리는 것은 더욱 어렵고. 


로맹 가리는 4월이나 5월에 진지하게 한 달간 파볼 생각이다.  책이 오면 한 군데 쌓아놓고, 쓰인 순서대로 읽을 것이다.


빌 브라이슨의 신간은 한 페이씩 읽어나가고 있는데, 여기에 '축의 시대'도 반 정도 읽었고, 읽다 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있다.  이래저래 책에서 책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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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2016-02-2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드펠 시리즈 얘기가 재밌어요. 책보다 tran님 해석이 더 재밌어요. 더 들려주세요~ㅎㅎ
로맹 가리는 뜨거운 사람이었단 생각이 들어요. `진 세버그와 숨가쁜 사랑`이란 책은 평전이라기 보단 가십성 기사같은 느낌이 더 많이 들지만 로맹 가리란 사람이나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

transient-guest 2016-02-22 21:42   좋아요 0 | URL
로맹 가리 인생의 미스테리는 과연 그가 이룬 것들이 그의 온전한 마음에서 비롯된 성취인지, 어머니의 바램이 투영된 것인지에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새벽의 약속`을 보면 그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더라구요. 말씀처럼 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진 세버그,.,`도 봤고, 이번에 다른 책도 주문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