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드디어 영화도 보았다.  언제나 그렇다고 보는데, 영화가 책보다 더 나은 경우는 드물다.  이 경우도 영화가 꽤 괜찮기는 했지만, 책의 세밀한 묘사와 다소 느리지만, 역시 훨씬 더 차분하고 꾸준한 전개를 영화라는 매체의 시간적인 제약 때문인지, 많이 잘라낸 부분이 이미 책을 읽은 사람이 보기에는 조금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그래도 맷 데이먼의 연기는 늘 훌륭했고, 다른 조연들도 다들 이름값을 하는 배우들이라서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내가 만약에 마크 와트니처럼 혼자서 극한환경에 갑자기 남겨진 상태였다면 아마도 패닉과 안정을 거쳐 일종의 포기를 하고 그저 최후의 순간이 추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선에서 딱 주저앉았을 것 같다.  물론 사람의 목숨이라는 것이 워낙 질겨서 이런 저런 수단을 강구할지도 모르겠지만, 거기에는 엄청난 전제가 따르는데, 일단 매우 충실했고 강도가 높았을 반복훈련, 모든 것을 혼자 해낼 수 있는, 역시 훈련을 통한 지식습득, 그리고 한 가지 이상의 practical한 전문지식이 기본적으로 탑재된 상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자연상태에서의 인간은 정말 약한 존재인데, 가끔씩 Discovery채널에서 해주는 Survivorman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오지에 남겨지면 2-3일 안에 죽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또다른 얘기라서 반복훈련이 누락된 지식습득은 이런 갑작스러운 극한상황에서는 크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추운 것과 더운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늘 추운 것을 선택한다.  벗는 것은 한계가 있고, 더운 날씨에는 아무리 벗어도 덥기 때문이고, 추운 날씨에는 그럭저럭 옷을 껴입고 무엇인가를 덮고 있으면 따뜻해질 수 있기 때문인데, 지구에 가까운 태양계의 행성들 중 금성보다는 화성이 미래이주계획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 같다.  화성보다 훨씬 가까운 금성은, 태양과의 거리가 지구보다 조금 더 가까운 덕분에 사람이 살 수 없는 엄청나게 뜨거운 곳이니까 (여기에 비하면 단테가 묘사한 지옥은 산들바람이 부는 공원에서의 산책 같을 것이라고 아시모프가 (비슷한 소리를) 말한 것이 기억난다).  어쨌든, 미국을 선두로 한 선진국의 우주항공계획은 내가 60-70대가 되는 시점에는 사람을 화성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러와 극우의 준동이 약속이나 하는 것처럼 서로를 자극하고 보완해가는 것이 21세기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것 같은 마당에, 그나마 무엇인가 조금은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이다, 우주로 간다는 것은.  NSAS뿐 아니라 Space X를 비롯한 민간기업도 이 경쟁에 뛰어들어 초기의 열세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아직도 희망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와트니가 살아 남았던 것은 계속 무엇인가를 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희망에 가득차 있다가 절망하는 조울을 반복했더라면 그는 죽었을 것이다.  농사를 지었던 것도, 매일 하루의 일과를 만들어 처리했던 것도, 꾸준한 시도를 했던 것도 그 자체로 와트니를 살린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저 그렇게 계속 움직였기 때문에 그 와중에 새로운 것을 찾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그런 행동이 모여서 그를 헤르메스호로 올려 보냈던 것이다.  물론 온 지구의 서포트와 헤르메스호 승무원들의 희생도 큰 몫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와트니가 준비되지 않았더라면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물이 넘치도록 부어질 수 있더라도 그릇이 작거나 깨져있으면 소용이 없는 것처럼, 와트니는 좋은 상황이 왔을때 이것을 잡을 수 있도록 계속 무엇인가를 했던 것이다.  매우 현실적인 자세와 함께. 


다른 나라에서는 우주항공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조 단위의 돈이 투자되고 당장 회수할 수 없더라도 펀딩이 끊기지 않는데, 정치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이 애비시대로 돌아간 듯한 병신년의 한국에서는 내수시장 따먹기, 이전투구, 계층과 세대간 뿐만 아니라 계층과 세대 안에서의 싸움으로 바쁘다.  여기에 대통령르 참칭하는 어떤 녀자는 정신을 집중하면 바위를 뚫는다는 미친 소리를 씨부리면서 나라를 팔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심함 이상의 비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비록 내가 이제는 한국이란 나라보다는 이곳에 더 깊은 연고를 갖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프다.  이 절망적인 상황은 우주의 기운이 천배로 다가와도 뒤엎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끔 생각한다.  내 전문분야를 키워서 맘이 맞는 사람들을 하나씩 둘씩 이곳으로 이주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하나?  그렇게 다 빠져나오면 어떻게 하지?  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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