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정신 - 로봇시대 개막, 신 인류의 조건
한재권 지음 / 월간로봇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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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약 10년 후에는 정말 재미있는 세상을 보게 될 것입니다'.  세계유수기업의 top 공학자인 고객이 즐겨 쓰던 말이다.  엄청난 스피드와 에너지효율, 그리고 저비용을 자랑하는 차세대 반도체, 알루미늄을 강철만큼 단단하게 만드는 기술, 수소전지, 태양광 발전기, 등등.  그간 내 사무실을 거쳐간 한국계 공학자들이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분야다.


현재 한국과 일본, 중국, 유럽과 미국의 유수기관에서는 로봇공학,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거나 연관된 분야의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기술적인 수준, 그리고 양적인 투자와 노하우를 볼 때 아직까지는 미국이 선두에 있는데, 기술개발이나 리서치 면에서 아무리 다른 나라들이 뛰어나더라도 이를 아우르는 마켓과 정책, 그리고 투자, 나아가서 유수의 학자, 연구원, 개발자나 공학도가 미국에 와서 살게 만드는 국가사회적인 인프라는 중국조차도 아직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되는 날이 오기는 할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이야기를 나누어본 top 10%급의 공학자나 과학자들, 토니 세바 같은 사람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한재권 박사에 따르면 그렇다.  이들은 이미 향후 10년이면 무인자동차의 시대가 온다는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으며 효율성 때문에라도 기존의 화석연료는 에너지산업에서 그 주도권을 재생에너지에 물려줄 것이라고 한다.  실리콘 밸리 한 가운데 살면서 보면 확실히 그럴것만 같다.  하지만, 이것이 중서부나 동부의 한적한 옛 도시에 살면서도 그렇게 받아들여질까?  


한재권 박사가 유학생활을 하면서 버지니아 공대의 로봇팀을 세계 유수대회의 top을 끌어올렸듯이 미국의 유수기관과 학교에서 한국계 학생들은 상당히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로봇공학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 카이스트나 서울대학교의 실력도 수준급이지만, 범국가 또는 범학계나 업계수준의 대규모 funding이나 인식을 보면 미국이 역시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로봇이 실생활에 도입되면 과연 우리는 더 행복해질까?  일단 엄청난 숫자의 일자리가 사라져버릴 것이다.  많은 대체 일자리가 나오겠지만, 없어진 직종과 숫자에 대비하면 미미한 정도라고 본다.  그리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로봇이 활성화되면 전문직도 거의 다 사라질 수 있다.  그 어느 외과의사보다도 더 정확한 집도, 그 어느 인간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엄청난 정보를 취합하여 분석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  변호사도 마찬가지.  엄청난 법률과 판례와 용례를 분석하여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적용가능한 수준의 통계치로 뽑아내는 로봇 변호사를 인간 변호사가 당해낼 수 있을까?  운전도, 수리도, 생산도 모두 로봇이 담당하고 이 로봇의 관리조차도 로봇이 담당하게 되는 시대가 되면, 어쩌면 그 시대는 인간 이후 다른 종으로 넘어가는 진화학적 과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이미 그 훨씬 전에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은 쓸모가 없어지고 어떤 일도 할 수 없고, 그러나 수익분배에 인색한 극소수, 전 세계적으로 1%로 채 안될, 자본가에 의해 목숨만 부지할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게 되거나 그 상태에서 서서히 수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퇴보할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기술문명의 발전에 비례한 나눔의 패러다임의 세계화가 시급하다.  아무리 좋은 것을 많이 만들고, 아무리 일을 적게해도 된다한들, 절대다수가 그 결과로 가난해지고 쓸모없어진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물론 한재권 박사에게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는 공학자로서 그의 본분에 충실하게 사람을 위한 원대한 로봇개발의 꿈을 하루씩 이루어가고 있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니까.  보다 더 현실적이기도 하고, 철학적일 로봇개발에서 파생되는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들 모두의 몫이다.  


로봇이 생활의 모든 노동을, 그리고 생산까지 책임져준다면 그때야말로 우리는 진정한 사민주의와 나눔을 통한 공생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가난해지는 과거의 실패한 공산주의가 아닌 모든 사람이 부유해졌기 때문에 더 이상 소유나 재산의 개념이 큰 의미가 없는 그런 시대가 오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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