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간은 최근의 그 어느 주간보다도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은 한 주가 아닌 듯 싶다.  그간 몸도 아파서 덜 읽고, 이래 저래 바쁜 탓에 못 읽고 하면서 푸념을 늘어놓았지만, 이번 주는 책 한 권을 보는 것이 어렵기 그지없다.  생각해보니 계속 조금씩 읽고는 있는데, 끝내지 못하는 자투리 독서만 이어지는 것이 까닭이다.  화성인은 이제 탈출할 곳으로 떠났고, 이덕일 소장은 여전히 매국사학세력과 일전을 펼지고 있으며, 정도전은 새로운 세상을 열 고민과 이방원의 책동으로 불안해하고 있는데, 질세라 새로이 이 그룹에 들어온 스티븐 킹은 단편모음집에 충실하게 (1) 폐쇄된 휴계소에 멈춰 있는 자동차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유인해서 잡아먹거나 (2) 차를 세워둔 채 잠시 마켓에 들어간 후 심장마비로 죽어버리고 있다.  시간이 없이 뒤적거리고만 냅두는 월스트리트 저널과 TIME, 그리고 Economist도 빼놓을 수 없다.  


조정래 선생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내 나름대로의 문자의 감옥에 갖혀서 갇혀서(틀린 맞춤법을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문서와 씨름하고 상담하고, 일처리를 하다가 집에 들어오면 그저 TV앞에 앉아 있으면 족하다.  갑자기 TV 시리즈로 나온 Limitless에 푹 빠져서 재방송을 정주행 하고, 내친김에 Grind, The Scorpions season 2를 내리 보고나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것처럼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그리고 자는거다.  여기에 운동을 겨우 끼워넣고 하루를 보내고 나니 벌써 이번 주의 목요일이다.  이번 해도 이제 다 지나가는 거다.  한 살 더 먹는다고 철이 드는 것도 아니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꼬박 꼬박 해가 저물고 생일이 지나면 그만큼 노년에 가까워진다.  모아놓은 게임과 미디어 소프트를 보면 아직 한창인데, 어느덧 덕후 아저씨가 되어버린 듯.  


그래도 충실하게 꾸준히 애거서 크리스트의 전집을 한 권씩 소화해나가고 있다.  어제 그렇게 근육운동을 하고 자전거 20분, 기계위에서 뛰다 걷가 40분을 버티면서 65권을 읽었다.    


이제는 정말 늙은 미스 마플이 친구의 부탁으로 그녀의 여동생이 살고 있는 곳으로 온다.  순전히 친구의 불길한 예감에서 비롯된 방문인데, 오자마자 음모에 휩싸이는걸 보면 미스 마플도 천상 팔자가 김전일인 듯.  언제나처럼 사건은 해결되지만, 이번에는 유달리 결말에서 찝찝한 느낌을 받았다.  사건의 해결이 언제나 신나는 활극의 종장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포와로는 중간에 죽여버렸는데, 다른 인물들도 하나씩 정리되려나 하는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 고작 14권만 남은 시리즈다.  내 조바심에도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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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11-13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후아저씨.. 괜찮은데요? 후훗.

transient-guest 2015-11-13 09:13   좋아요 0 | URL
배가 더 나오고 옆으로 퍼지면 변신로봇이 되는 것입니다.-_-:

2015-11-13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3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서기 2015-11-13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65권 째, 우와 대단하십니다.

transient-guest 2015-11-14 03:38   좋아요 0 | URL
2년 넘게 걸리네요. 79권까지 모두 끝내면 최소 한번은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