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데 이토 준지는 천재임이 틀림없다. 호러쟝르를 즐기지는 않지만 단순한 호러와는 차원이 다른 이토 준지의 서리얼한 작품세계는 정말 특이하다. 특히 이 세계관이 기괴한 것은 작품 속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이 노멀한 사회현상이나 이상작용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즉 등장인물들은 그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공포를 느낄 지언정, 그것이 이 세상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저 이상한,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그것이 이토 준지의 작품을 매우 서리얼하게 만드는 것 같다. 써머타임이 해제되어 통상의 퇴근시간이 되면 거리는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하루 종일 비가 오던 흐린 날씨. 이런 날 하필이면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지난 주에 받은 그의 신간 단편집 몇 권을 읽어버렸다. 어떻게 집에 가지?
예전에 이토 준지 호러 컬렉션으로 나왔던 작품이 이토준지 공포박물관이라는 새로운 시리즈로 나왔는데, 이것도 빼놓지 말자.
추운 겨울에 먹는 냉면의 맛이 각별한 것처럼, 쌀쌀해진 늦가을에 들여다보는 이토 준지도 꽤나 좋다. 다만 가능하면 집에 가족이 함께 있을때 읽도록 하자. 괜히 밤에 자다가 온갖 무서운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가위에 눌려 고생할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