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국에 온 후 처음으로 친구가 한국에서 놀러온 지난 2주간 즐겁게 주지육림에 빠져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부어대는 시간을 보냈다.  내일 그녀석이 가고나면 다시 건강하고 지겨운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2주간 얼마나 부어댔는지, 집에 쟁여놓았던 거의 모든 재고가 바닥이 나고야 말았고, 그녀석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오픈하지 않았을 빈티지도 다 먹어버렸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을 읽다보면 크게 다소 지겨운 스토리 또는 처음부터 확 잡아끄는 전개로 나뉘는 것 같다.  보통 미스 마플이나 포와로, 그리고 토미와 터펜스 베레스퍼드 부부가 나오는 이야기들은 아주 잘 읽어지는데, 가끔씩 미스 마플은 단편에 더 어울리기는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는 오랫만에 베레스퍼드 부부와 만나서 그들의 모험을 즐겼다.  추리보다는 확실히 액션/어드벤처에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는 1차대전 당시 젊은 그들이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독일스파이를 잡기 위해 함께 뛰던 시절부터 노년의 지금까지 이어지는데, 나이를 먹어도 호기심은 주체할 수 없는 터펜스와 여전히 정보부에 선이 닿아있는 토미의 이야기는 몇 번 더 나와주어도 좋겠다.   살인이나 사건의 단서를 의심하자마자 심심한 일상을 잠시나마 벗어날 생각을 하는 할머니가 과연 정상일지는 모르겠지만, 노년의 터펜스는 처음 크리스티의 세계에 등장하던 발랄한 모습 그대로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이번에 영화화되는 빅스톤갭의 작은책방.  석탄채굴의 경기가 지나간 폐광촌은 아니지만, 한국에도 충북 괴산하고도 산골에 이런 작은책방이 있다.  예쁜 곳에 예쁜 모습으로 지어졌지만, 철저한 영업 마인드를 갖고 살아남기 위해 유지되는 이 서점의 주인은 은퇴한 부부인데,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구상을 갖고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쳐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이들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작은 서점들의 모습과 그들만의 고민, 그리고 살아남기위한 노하우를 보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인데, 여기에다 서점운영초기에 발생한 문제점과 이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마인드셋을 잡아가는 에피소드는 이상+현실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서점이든, 무엇이든, 결국은 살기 위한 방편일 수 밖에 없고, 이런 영리행위는 아무리 포장을 해도 결국 돈이 벌어지지 않으면 이어갈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파악과 행동이 없다면 오래 갈 수가 없다.  이런 의미로 자기 일에 대해서 '난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사람을 나는 결코 인간적으로나 일적으로나 신뢰할 수가 없다.  계속되는 이야기가 조금은 지겹기도 하지만, 이런 모습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준 책이다.


여전히 한홍구 교수의 책과 구데리안은 생각을 가다듬고 있다.  딱 무엇인가 잡힐 때 예전에 읽고 역시 미뤄버린 American Sniper와 함께 리뷰를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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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1 03: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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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1 04: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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