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대다수는 누구나 먹고살기 위한 일을 한다. 그게 직업이든, 단순한 특기든, 아니면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서 이미 상당한 유산을 받아서 이를 관리하고, 투자하는 일이든, 대다수의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한 행위, 그러니까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일을 한다. 그러니까,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거다. 이 level에서는 배고픈 초원의 사자가 사냥을 하는 것, 다람쥐가 도토리를 들고 뛰어가는 것이나, 우리 행위나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는 이토록 자연스러운 일에 '생계형'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다소 저급하고 세속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생계형 가수, 생계형 아이돌, 생계형 작가, 생계형 예술가 등등. 생계를 위해서 자신의 의지를 굽히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져서 그런 것 같은데, 생계형이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계형 정치인이나 생계형 성공학 강사는 예외로 치고 싶지만...
서진 작가는 자신을 생계형 작가라고 말한다. 글을 쓰고, 강연을 다니면서 먹고살고, 돈이 모이면 여행을 다니고, 그 여행은 다시 책이 되고, 글이 되며, 강연꺼리가 된다.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한 구석이 메인 챗바퀴 같은 삶을 사는 나란 사람이 보면 이런 자유는 부럽기 그지없는 삶의 이상향이 아닌가 싶다.
길게 남길만한 감상은 없지만, 하와이에서 살고 싶은 맘이 더 강해졌다. 기껏 두 달간 살다 온 그의 글이고, 현지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닌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하와이의 모습이지만, 금년 4월에 다녀온 오하우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여기에 가서 정착하려면 우선적으로는 면허를 다시 따야하고 돈도 모아야한다. 게다가 회사를 옮기는 비용과 리스크는 말도 못할만큼 높고, 막상 갔는데, 생계형 변호사가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워 진다거나 이주 후 6개월이면 겪게 된다는 island fever에 걸려 육지를 그리워하게 된다면 이건 큰 문제가 아닌가. 그래도 이제 남은 인생에서 한번 정도 해볼 수 있는 모험의 대상이 기왕이면 하와이로의 이주였으면 한다. 내심 일도 서부시간에 맞춰 하와이 시간 오전 6-2시까지만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운동을 하고, 놀고, 배우고, 책읽고 살면 딱이지 싶다. 특별한 재주는 없지만, 아침형 인간이라서 오히려 오전 일찍 일하는게 훨씬 능률이 높은 나라면 이런 스케줄로 큰 먹거리 걱정없이 살 수 있다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일단 면허시험공부를 다시 해야 하는데, 그 지겨운 시험공부, 그것도 10년도 넘도록 들여다보지 않은, 아마도 엄청 변했을 과목과 내용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 것이 경제적인 또는 professional한 이유보다 더 큰 걸림돌이다.

이건 더 할 얘기가 없다. 읽는 내내 그의 노마딕한 삶이 부러웠고, 부산 광안리와 하와이, 뉴욕, 그리고 그가 언급한 모든 것들, 모든 곳이 궁금해졌다. 나도 지금부터 준비하면 3-5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렇게 유유자적할 수 있을까? 일단 나란 인간이 스타크래프트를 해도 심시티를 하면서 안정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선호하는 타입이라서 어느 정도 준비가 필요하다. 리스크와 나는 거리가 먼 사람이기 때문에. 피아노는 중학교 이후로는 멀리 했지만, 다시 배우고 싶은데, 우선은 기타부터 다시 강습을 받고 연습을 해야지 싶다. 하나씩 해나가는 것. 꾸준히 하는 것. 이 두개가 가장 중요하다.
서진작가는 소설도 몇 권 썼다는데, 난 아직 못 읽어봤고, 그가 쓴 뉴욕서점순례기만 먼저 봤다. 맘에 드는 책. 그런데 절판되어서 그런지 reference가 뜨지 않는다. 그냥 그의 다른 책 몇 권을 save해놨다.
다른 책들은 또 다음에 정리해야지 싶은게, 이번 두 권과 느낌이 너무 다르다. '포트레이트 인 재즈'와 '칠왕국의 기사'는 곧 다른 페이퍼로 써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