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었던 책을 정리하면서 개발새발 느낀 것들을 써내려가려면, 확실히 특정한 시간대에 늘 머무는 익숙한 장소를 떠난 변화를 주면 좋다. 한가한 스케줄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오후 이른 시간에 땡땡이를 치고 있다. 급하지 않은 행정적인 일은 조금 미뤘고, 본격적인 여름휴가시즌이 시작된 덕분인지 잘 울리지 않는 전화기로 인해 가능해진 임시적인 미니휴가라고도 볼 수 있겠다. 나이를 먹으면서 가족이 생기면서 오롯히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때가 많은 나에겐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책고민을 하면서 많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 읽었다. 그 와중에 서재를 통해 좋은 분들도 알게 되었고, 고수의 내면을 읽어볼 수도 있었으며 간혹 성공학이나 자계서 같이 쓰인 책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책을 찾아서 읽다가 생긴일이다. 이번에도 우연한 기회에 두 권의 책 이야기를 접했는데, 한 권은 맘먹고 한 책 이야기를 모았다면 다른 한 권은 책을 통해서 사회물정에 대한 직설을 풀어냈다는 점이 재미있다.
일전에 읽은 저자의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보다는 덜 처연하고 쓸쓸했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상상하는 이런 저런 밝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사회의 모습을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 역시 저자답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책에서 말하는 사상이나 법칙, 그러니까 이치적으로는 맞는 이야기들이 어떻게 현실에서 일어나는지를 적나라하게 짚어 풀어가는 것이다. 그 와중에 보여지는 수많은 역설들과 찜찜한 이야기를 읽는 것으로써, 또다른 독서와 배움의 자세를 볼 수 있었다면 조금 심한 보탬이 될까? 역시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고, 온갖 일들이 특정한 법칙과 이념, 그리고 사상과는 무관하게 버무려지는 곳이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 저자가 말하는 풍요로운 삶, 그냥 부유한 삶이나 부자로 사는 것이 아닌, 진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조금씩은 영리해질 필요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책속에 배운 것들을 남기지 말고, 감상에 푹 빠져 현실을 잊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말 그대로 세상물정을 깨우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저자는. 알면 당하지 않을 수 있고, 당하더라도 충격을 훨씬 덜 받을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염세주의나 냉소적인 사고를 갖게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순진하고 무지한 삶의 자세에서 조금 더 강하고 능동적인 사고로 나아가는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겠다.
앞서와는 달리 이는 순전히 책을 읽고 후기를 떠올리고 라디오로 방송한 것을 추린 책이다. 김탁환 작가를 지금의 그로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 수 많은 책들을 선별하였고, 방송 직전까지 다시 읽고 하고 싶은 말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좋은 책들을 많이 소개해주고 '읽어가겠다'는 말처럼 강한 읽음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듯 여기에 소개된 많은 책들은 그가 두번 세번, 많은 경우 네다섯번도 읽은 책들이다. 어제도 썼지만, 완독 이후 다시 읽지 않고 모셔두는 책들이 대부분인 요즘 한번 정도 생각해 볼 독서의 자세라고도 생각된다. 이런 가벼운 글 말고, 그렇게 깊이 여러 번 우린 책을 다시 글로 풀어낼 때 정말 좋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문득 생각을 했다. 어느 나이가 되면, 더 이상 책을 사들이지 말고 갖고 있는 것들을 다시 읽고, 또 읽자고. 그러다 보면 지금 보다는 훨씬 더 나은 읽기를 보게 되지 않을까? 문제는 궁금증이고 수집벽인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