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쌓여갈수록 느끼는 행복, 그리고 계속 주문하게 되는 중증중독, 이런 것들이 함께 읽을 책이 많다는 기쁨 이상의 불안과 무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내 오랜 일상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빨리 읽고, 잘 봐도, 남들처럼 나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하는 처지, 그리고 운동과 다른 레져생활, 식사와 수면까지 주어진 24시간 내에 나누어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읽은 책 < 구매한 책의 구도는 로또에 맞지 않는 한, 당분간은 계속 될 예정이다.
동서미스터리문고의 구성은 꽤 좋은데, 상당히 많은 수의 작가들, 그리고 그들의 대표적인 작품들로 꾸려져 있어, 이 시리즈가 아니었으면 만나기 힘든 다양한 작품과 작가를 만날 수 있다. 탐정이라면 슈퍼히어로의 동격처럼 느껴지는 홈즈나 포와로 말고도 평범한 경감이 평범한 엉성함과 재치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런 작품이 그렇다고 보겠다. 꽤 유명하니까 이 구성에 포함이 되었겠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역시 내 스스로는 달리 만날 계기가 없었을 작품과 작가를 만나는 이런 소소한 재미 때문에 동서미스터리문고를 하나씩 모으게 되는 것이다. 요즘에야 전집으로 유명한 작품들이 완역되어 나오고 있지만, 그것도 역시 매우 유명한 소수에 한해서라고 보기 때문에, 더더욱 이 시리즈는 구매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시리즈의 세 번째. 역시 재미있게 한 작품씩 읽어나가고 있다. 위성을 통한 전 지구적인 TV방송, 화상전화, 등등, 클라크의 작품들을 보면 정말 대단한 혜안, 그러니까 거의 Science 예언자에 가까울 정도로 구체적인 내용의 예시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도가 되면 단순한 작가라고 하기엔 표현이 모자라다. 이런 사람과 잠깐 동시대를 살았음에 감사해야 할까? 그나저나 왜 2015년인 지금도 우리는 항성간은 커녕 달 말고는 가본 적이 없는 것일까?
이 책 역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통해서 소개 받게 된 일본 작가의 작품이다. 이 시대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런 작품은 근대 일본역사나 사회를 연구함에 있어 좋은 자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반면에 작품으로써의 재미는 조금 부족하지 않은가 싶지만, 그렇게 구린 옛스러움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깊은 내면의 이야기가 가끔 반짝 나타나는데, 주의를 기울여 읽고 음미해야만 그 흔적을 잡을 수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시리즈를 구매할 계획이다.
쓰고 나면 몰려드는 후회. 게으름의 흔적과도 같은 짧은 끼적거림. 언제나 그렇듯, 98%부족한 감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