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누나가 읽을 수 있도록 책을 집에 두고 왔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는 기억을 다시 더듬을 방법이 지금은 없다.  좀더 후기를 미루려다가 더욱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란 걱정, 특히 느낌까지도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듯 하여 급하게 짧은 정리를 하기로 했다.


세부적인 내용의 줄거리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히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아이들의 이야기인 측면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이야기들은 상당부분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강하게 남는다.  친구가 된 아이의 집이 강을 떠도는 작부의 배라는 설정, 아버지의 커리어를 위한 이사도 그렇고, 지금은 단편 7-8개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 되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읽은 책은 비록 지금은 대단한 무엇인가를 남겨주지 못했지만, 우연하게 어느 날, 기분에 따라 다시 읽게 되는 몇 년 후에는 아마도 다른 느낌으로 신선하게 다시 다가올 것임을 알기에 조급해하지는 않기로 했다.  


나의 독서취향이나 접근방법, 그리고 글쓰기는 딱 이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읽기는 그런대로 불만이 없는데, 글쓰기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상하게 대학생 시절만큼의 글이 나오질 않는다.  로스쿨 기간동안 책읽기의 단절이 있었고, 아무래도 역사를 공부하면서 essay를 써내던 학부시절보다는 업무적인 글쓰기만 계속 하게 되어 그런 것인지, 아무튼, 줄거리와 내 마음, 그리고 생각이 버무려진 글을 쓰고 싶은데, 현실은 주구장창 내 생각만 이야기하고 있는거다.  문제다.


영화로만 알고 있었고, 동양인 비하가 흔했던 옛 시절의 분장만 기억나는 이 작품이 소설이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으로 알 수 있었다.

대단한 작품이라고는 말 할 수 없겠지만, 당시 서양사람들이 갖고 있던 동양사람에 대한 편견을 교묘하게 인물의 장점으로 부각시킨 점, 그리고 비록 하와이 사람이지만, 어쨌든 중국계를 주인공으로 만든 점은 특이한 점이다.  작품에서도 나오지만 뻑하면 '차이나 맨'을 씨부려더던 시절을 무대로 삼아 신비스러운 느낌의 경감 찰리 챈은 겸손하게 그러나 냉철하게 자신만의 수사를 펼치는 것을 보는건 매우 즐겁다.  추리가 논리적이거나 하지는 않고, brain game도 없으니, 그저 classic을 즐기는 마음으로, 마치 편하게 누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이야기를 즐기면 딱 좋겠다.



마음만 바쁘고 실상 일은 게으르게 풀어간 2월 한 달이었다.  책읽기도 딱 그 정도.  3월부터는 조금 더 달라져야 한다.  밀린 일도 빨리 처리하여 원상태를 회복시키고, 더 열심한 마음으로 업무를 대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부터는 더 잘 할게요"라고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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