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나 영화, 음악 같이 널리 여러 사람에게 선택되고 즐겨지는 것을 과연 나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누구나 한 두가지 정도는 자기만의 그 무엇, 그러니까 어떤 의미로든 나만의 것으로 하고 싶은 책이나 영화 또는 음악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로도스도전기는 나에게 그런 의미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재패니메이션이 세계를 재패하기 전에 친구한테서 카피를 떠온 비디오 테이프는 SLP로 6시간을 꽉 채운 만화가 들어있었다. 그런데 그 만화는 내가 태어나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높은 수준의 작화와 스토리라인을 보여주었고, 기억하기로는 쉬지 않고 그 자리에서 모두 감상해버렸던 것 같다. 그 작품이 '로도스도전기'다. 소설로 있는줄은 몰랐고, 게임으로는 일본판으로 나온것이 몇 개 있는데, 예전에 ebay를 통해 일본에서 구한 SFC판하고 DC로 미국판이 발매된 영웅기사전 부분을 갖고 있다. 만화책도 있고, DVD는 미국판과 한국판을 OVA로, 그리고 추후 원전의 일부분을 떼어다 충실하게 각색한 TV시리즈도 갖고있다.
이번에 정식판으로 나온 소설을 다시 구해서 읽었는데, 번역수준은 예전에 헌책방에서 구한 것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정식판답게 작가의 인사와 일러스트레이션이 예쁘게 추가되었고, 손에 딱 들어오는 사이즈라서 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든다.
고등학교시절, 어렵게 공부하던 대학교, 그리고 그 이후에도 '로도스도전기' 힘들때 한번씩 틀어보게 되는 작품이 되어주었다. 기사가 되기위해 마을을 떠나면서 각오를 다지기 위해 살던 집을 태워버리는 장면, 여기에 오버랩되는 주인공의 얼굴과 클래식음악까지 무언가 각오를 다지거나 맘을 다잡을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이 이 부분이다. '로도스도전기'를 떠올리면 언제나 이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그 뒤로도 원전에 해당하는 D&D계열의 작품들이나 어슐러 르귄의 작품을 비롯하여 많은 판타지 소설을 읽었다. 그 나름대로 신선하고 재미있는 녀석들이 많았지만, 판타지하면 나에게는 '로도스도전기'이다. 아무리 '반지의 제왕'이 최고의 작품성과 originality를 보여주는 고전문학의 반열에 올라가있는 작품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로도스도전기'가 최고의 판타지소설이다.
어쩌면 이는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접했다는 것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한 것은 아마도 고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내 인생의 여정에서 한때를 차지했고, 그 뒤로도 문득 펼쳐보게되는 추억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애니메이션버전은 OVA가 더 dramatic하지만, 영웅기사전이 원전의 일부분을 더 정확하게 가져왔다고 할 수 있겠다. 어쩌면 OVA가 나오던 시점에는 소설이 완결되지 않았기에 창작이 곁들여졌고 이 부분을 나중에 영웅기사전에서 좀더 보완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애니메이션 역시 그 시절 보았던 그대로 OVA가 내것이다.
모든 책이 세상을, 사회를 반영할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모든 책이 심각한 내용이거나 심오한 해석의 대상이 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다. 어떤 책이든 대부분의 책은 그 나름대로 읽는 이에 따라 깊은 의미가 될 수도 있고, 추억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