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시간을 좀 많이 갖고 책을 읽고 있다.  그래야 이번 주말까지의 시한부 조건이겠지만.  미뤄둔 문학을 읽어야 하는데, 손은 손쉬운 책으로 간다.  내용이 깊은 책은 높은 수준의 집중을 필요로 하는데, 집중이 발생하는 시점까지 참고 읽다보면 점점 그 시점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그간 가벼운 소설위주의 독서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집중발생시점까지의 시간이 늘어났고, 그에 따라 차분하게 앉아있을 시간 외에도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간 많은 소설들이 드라마로 또는 영화로 각색되어 나왔는데, 간혹 드라마로 유명해진 것을 책으로 각색해서 나온 것들도 있을정도다.  이번에는 손예진과 감우성이 주연한 '연애시대', 그리고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영화 '미인도'의 원작들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둘 다 왠지 내용을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에 중고도서가 나온 것을 마침 구매한 것이다.  새 책으로 샀을지는 의문이다.


드라마는 2006년에 나왔는데, 책은 2010년에 나온 것으로 되어있다.  어쩌면 드라마의 소재로 당시에는 한국에 소개되어 있지 않던 책을 각색했는데, 막상 드라마가 뜨고 나서 그 책에 대한 수요가 뒤늦게 발견된 것인지도.  아니면, 이 2010년에 재출간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보니 드라마는 원전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가 만들어진 것을 알겠다.  조금은 무리한 설정이 없지는 않은 소설인데, 이런 부분은 오히려 그대로 두었고, 여자 주인공의 역할이나 캐릭터가 원작보다는 조금 더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인데, 이건 한국의 정서라기 보다는 손예진이라는 배우 때문이었을 것 같다.  그럭저럭 무난한데, 과연 사랑했던 사람들이 아이의 사산이라는 사건앞에서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이혼 후에도 다시 만남을 지속하다가 합쳐질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 사이에 맺어진 다른 짧은 인연이나 시도에서 받는 타인의 상처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기대하지 말것.  드라마는 마냥 재미있게 봤었는데, 책으로 보니 이 두사람은 참으로 무책임하기 이를데가 없다.  


드라마도 영화도 모두 감상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설은 오롯히 나만의 이미지로 꾸려갈 수 있었다.  위의 '연애시대'와는 다른 점.  


상당히 파격적인 구상인데, 현실성은 그다지 없어보이지만, 교묘하게 그 파격을 소설 후반부까지 감춰둔 것은 지금보니 곳곳에 실마리를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알지 못했다.  


김홍도와 신윤복을 중심에 두고 조선 후기의 화풍을 가지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빚은 것 같다.  '뿌리깊은 나무'보다도 더 멋진 드라마 또는 영화화가 가능한 작품인데, 잘은 몰라도 '뿌리깊은 나무'의 드라마적인 완성도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은 3일을 마무리하면 다시 up-hill이다.  2015년에는 더욱 정진하고 깊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성장도 기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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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4-12-31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도 책과 더불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transient-guest 2015-01-01 01: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님께서도 두루두루 하시는 일도 독서도 생활도 모두 잘 되기를 기원합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