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구입해서 잠시 다른 책을 내려놓고 바로 읽어냈다.  그만큼 친숙한 구성과 전개, 결말, 쉬운 단어 및 문장이 법률스릴러의 무협지같은 존 그리샴 소설의 매력이나 한계가 아닌가 싶다.  


주인공 사만다는 뉴욕의 top 로펌의 부동산/회계분과의 3년차 변호사이다.  주당 100시간대의 billing hour는 기본인데, working hour가 아닌 billing hour가 주당 100시간이라면 working hour는 최하 120시간대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full-time에 해당하는 40시간을 billing하려면 기실 50시간대 이상의 업무시간은 나와야 그 정도를 순수하게 client billing hour로 쓸 수 있는데, billing이 100시간이라면 지난 3년간 사만다의 인생은 회사와 아파트를 오가는 생활이었다는 것.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서 누구나 원하는 Partner로의 신분상승을 꿈꾸던 그녀는 다른 수천명의 associate변호사들과 함께 2008년 리만브라더스의 파산과 함께 다가온 불경의 희생양이 되어 회사를 임시휴직하게 된다.  임시휴직의 조건으로 1년간 법률자문봉사를 하기 위해 애팔라치아 깊숙한 coal country로 들어간 그녀는 거기서 인생의 전화점을 맞게 된다.  


이 정도면 매우 흔한 그리샴 소설의 플롯이 된다.  지난 번에 읽은 Litigator처럼 큰 회사에 다니던 전도유망한 일반직 변호사가 어떤 계기로 다운타운 마천루에서 갑자기 길거리로 떨어지는 시작은 요 근래 그리샴 소설의 일반적인 시작이 아닌가 싶다.  점점 세상과 사람에 눈을 떠가면서 새로운 사명감이 생기는 주인공은 그러나 다른 작품들보다는 조금은 차별되어 책 후반부까지도 어떻게든 맘속 깊은 곳에서 오는 calling에서 멀어지고 싶어한다는 점이 조금은 다르고, 중간의 shocking한 대반전, 그리고 open-ended인 결말까지 약간은 기존의 작품들과 다르긴 했다.  그리샴 특유의 justice is served의 결말이 아니라서 조금은 아쉽기도 하지만, 그 나름대로는 계속 써먹은 플롯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봐줄 수 있겠다.  


무협지라고 말했듯이 매우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인만큼, 한번 읽고 나면 남는 것은 많이 없지만, 늘 덩치 큰 bully와 싸우는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점이 맘에 들거니와, 초기작들처럼 오래 가는 스토리는 아니라도 기본에 충실한 재미를 주는 책이다.  아직은 번역되어 들어오지는 않은 듯 한데, 곧 한국어로도 출간이 될 것 같다.  


흔하게 나오지는 않는 편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중고 몇 권을 구입한 관계로 지난 책에 이어 읽게 된 작품이다.  추리소설을 이런 방향으로도 구성하여 이야기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는데, 특정인물의 기억이 타인에 의해 재구성된다는 기본플롯은 유독 일본의 소설에서, 추리소설이 아니라도, 또는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듯한 느낌이다.  무엇인지는 확실하게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일본인 또는 문화 특유의 오리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리학도 주인공은 오래전 헤어진 여자친구의 부탁으로 함께 어떤 장소로 함께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잊혀진 기억을 찾기 위한 과거사건의 재구성을 하게 된다.  단서는 집, 동네, 일기장, 오래된 물건.  옛날에 있었던 어떤 사건을 계기로 재구성 또는 재배치 또는 리셋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기억을 찾아가는 것이 이 추리의 주안점이다.  여기에는 특별한 사회적 이슈나 살인자가 등장하지 않지만, 괴괴하니 오래된 빈 집, 그것도 예전에 있었던 오리지널의 레플리카로써의 빈 집에서 이루어지는 과거사냥이 나름 괴기스러운 느낌을 준다.  역시 쉽게 읽은 책인데, 시간을 때우기에는 더없이 좋은 책이다.


연말로 접어들면 내가 하는 일은 말 그대로 연말모드에 들어가는데, 남은 2개월간 line-up된 project가 몇 개 있기는 하지만, 별다른 일이 없다면 이렇게 남은 한해가 흘러갈 것이다.  자영업 3년차인데, 계속 자라나는 업무량이 즐겁기만 하다.  힘들면 힘든대로 모두 내 하기 나름이고 나의 일이니 싫은 사람과 일하는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은 큰 플러스가 된다.  덕분에 이번 해에도 무난한 목표량을 채울 듯 싶다. 책을 너무 많이 사들였다는 건 역시 다시 반성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골프 같은데 돈과 시간을 물쓰듯 하는 내 나이또래의 한인 남자들의 삶을 보면, 책읽기는 점잖고 남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취미라고 하겠다.


최근에 아마존을 통해 구한 Shirer의 책들 다수가 사무실에 있어 당분간은 다른 책들과 함께 이들을 보고 있을 것 같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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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2014-11-05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존 그리샴 소설에 관심이 가요. 전에 어떤 분이 `독서도 취미가 될 수 있다`하신 기억이 있는데 저도 이제 생존 차원이 아니라 취미 차원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일이 자라나는 것 같으시다니 저도 좋네요. 싫은 사람과 같이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부럽구요. 다행히 전 아직까지 nice한 사람들을 만나서 회사생활에 만족하고 있지만요. 문득 책읽기가 취미인 사람과 사는 사람은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transient-guest 2014-11-06 03:55   좋아요 0 | URL
쉽게 읽히는 소설이고 가끔은 통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이 많아서 그리샴 소설은 즐겨 읽습니다. 즐기는 독서의 맛과 공부로써의 독서의 맛은 많은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이 두 가지의 경계가 허물어진 옛 선비스러운 독서는 많은 분들이 지향하는 지점이기도 할 것이구요. 끝으로 사람이 사는 모습은 제각각 다르면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