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지로는 일본의 유명작가이다. '철도원'이나 '바람의 검 신선조'의 원작 작가이기도 하여 한국에서도 꽤 많이 알려져 있고, 다수의 작품들이 번역되어 들어와 있다. 다른 일본작가들과 마찬가지로 호불호가 꽤 갈리는 편인 것으로 아는데, 나는 이 작가를 좋아하여 기회가 되는대로 작품을 구해 읽는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주제를 다루는 이 작가의 인생유전도 그 작품만큼 드라마틱 한데, 꽤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다가 집안이 몰락하여 일설에 따르면 야쿠자 생활을 한 적이 있을만큼 험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몰락한 유력집안의 자식이 좋은 작가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말을 듣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하는데, 이 역시 믿거나 말거나.
요즘 한국에서는 '으~~~리' 마케팅이 반짝성업 중인 것 같다. 살이 너무 불어나서 데뷔초의 샤프한 모습이나 전성기의 단단함과는 거리가 먼 김보성의, 고생 끝 CF전성기가 돌아온 것인지 아무튼 사방이 '의리' 투성이다. 이는 물론 그만큼 '의리'를 찾아볼 수 없는 사회상을 거꾸로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무엇인가 외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기실 내적으로는 결핍상태인 경우가 종종 있기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쉽게 보면 보수, 가치, 자유, 법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왕왕 그런 것들과는 정 반대의 삶을 사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리라.
'총을 몰래 팔아서 돈을 만들어 오라는' 보스의 말을 잘못 이해하여 경쟁 패밀리의 보스를 제거하고 형을 살다 나온 듣보잡 조직의 듣보잡 똘마니. 현대에 살고 있으되, 머리는 2.26사건의 황도파로 남은 자위대 하사. 그리고 장래를 촉망받는 수재출신의 관료로써 상관의 죄를 뒤집어 쓰고 모든 것을 잃은 전직 공무원. 퇴직형사에 의해 모인 이들 셋이 벌이는 좌충우돌 '의리'와 '정의'로운 모험담이 아사다 지로 특유의 입담과 해학으로 재미있게 쓰였다.
어제 저녁부터 읽기 시작해서 밤에 두 권을 다 끝냈을만큼 쉽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이 책은 가벼운 reading으로 손색이 없다. 게다가 2.26정신을, 그러니까 '천황' 어쩌고, '대일본제국' 어쩌고 하는 정신을 가진 자위대 하사가 혼자 난동을 피우는 이유가 '일본의 이라크 파병'은 '평화헌법'을위반하고 정치적인 거래에 따라 죄없는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기 때문이라는 reasoning은 풍자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만큼 교묘한 사건과 이념의 twist 그 자체같다.
갑자기 어제 CNN에서 다룬 현재 이라크 사태가 생각이 난다. 앤더슨 쿠퍼가 인터뷰한 정세전문가가 생각이 난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부터 지금의 사태를 예견하고 예언해온 사람인데, 체이니 전부통령의 견해에 대해 '그는 신뢰할 수 없는 위선자'라고 말한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4대강의 두고 이를 반대해온 전문가가 TV에 나와서 이명박은 '위선적인 사기꾼'이라고 말한 것보다도 더한 수위의 발언이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그것이 용인되는 미국, 그 이상, 이 발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는 미국의 문화이다.
유교덕치와 도덕을 운운하는 자들의 속내에는 엄격한 법치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다. 물론 사람이 그 모양이니 법치도 그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의 현실을 볼 때 이것도 옛날 이야기 같지만, 그래도 법이란 것은 어떤 명확한 가치와 척도를 갖고 세상을 다스리는 것인데 반해, 덕치와 도덕이나 종교적인 가치에 기반한 사회정의라는 것은 모호하고 추상적이기 그지없어 늘 abuse되고 manipulate되기 마련이다. 적어도 작금의 한국에는 합리적인 법제와 엄격하고 평등한 적용이 필요하다. 이 토대에 비로소 도덕도, 덕치도, 문화도 팍팍한 법제를 보다 더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윤활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딕 체이니가 저 발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는 이유는 그가 착하거나 너그러워서가 아니라, 그 고소를 할 수 없는, 또는 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환경 때문일게다 (아무렴 일각에서는 부시보다 더 나쁜 놈으로 체이니를 꼽는데 말이다).
'으리' 이야기에서 참 멀리도 와 버렸다.
오늘도 축구는 이어지고, 창극이는 창중이처럼 버티고, 나는 일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