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자정을 넘긴, 그러니까 매우 늦은 밤이다. 평일의 보통 이 시간은 자고 있을 시간인데, 오늘은 이렇게 홀로 부엌 테이블 앞에 앉아서 인터넷을 돌아다니고 있다.
미국에 처음와서는 이곳의 겨울이 춥다고 느끼지 않았고, 12월에도 창문을 열어놓고 자곤 했었다. 그러다가 한 3년 정도가 지나면서 겨울이 춥다고 느끼기 시작함과 동시에 봄마다 꽃가루 알러지에 시달리는 신세가 됐다. 한 해도 그냥 지나침 없이 그렇게 2개월 정도를 고생하는데, 금년에는 다른 무엇보다도 호흡기 알러지가 심한 것 같다. 자려고 누우면 어김없이 기침이 나고 목안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은 소리가 나기 일쑤라서 가라앉을 때까지 거실에 누워있기도 하고, 이렇게 혼자서 다른 일을 하면서 주의를 돌리게 된다.
원래 아침잠이 없는 편이라서 밤이 되면 금방 잠이 드는데, 바쁘거나 신경을 많이 쓰는 일상이니만큼, 휴식을 위한 시간인데, 요즘은 밤이 무섭다. 병원을 가면 처방약이나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아 줄 것인데, 정말 다른 방법은 없나 고민된다.
최근에 중고로 구한 추리소설들 중 하나인데 특이하게도 서양권의 작가가 중국의 야담을 근거로 만들어낸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펄 벅의 작품들을 보면 중국인보다도 더 뛰어난 중국의 이야기를 보게 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외국인이 생각하는 중국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 같다. 그 솜씨는 훌륭하지만 어쩐지 70년대 헐리우드에서 만든, 백인이 중국인으로 분장하고 나오는 영화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한 가지 사건에서 여러 다른 사건으로, 그러나 연결된 인물들과 인과관계를 엮어내는 것은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목에 모든 clue가 담겨 있음은 책을 다 읽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내일 새벽에 운동을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늦게 자면 어렵겠다는 생각. 오전부터 미팅과 처리할 일이 많아서 점심때의 운동은 조금 부담스럽고, 어쩌나...
야행성이 아니라서 학교 때도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일은 드물었는데...
책이라도 한 권 잡을까 하다가 워낙 피곤하고 집중하여 무엇을 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기에 그냥 이렇게 알러지를 가라앉혀가고 있다. 황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지만, 매년 오는 꽃가루 알러지가 정말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