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질로 정권을 갈취한 무리들의 머리에서는 나올 것이 딱 그 정도인 것 같다. 이런 중차대한, 슬프고도 심각한 시국에 또다시 '조작'이 심하게 의심되는 박근혜씨의 '유가족 위로'작업을 한 것을 보면 말이다. 머리에 든 것은 똥이요, 가슴에 든 것은 모리배의 음모 뿐인가. 구조작업은 뒷전으로 하고 사진이나 찍던 놈, 라면이나 먹던 놈, 브리핑으로 시간을 빼앗던 놈에 해경, 해수부와 잡스러운 조직이 종횡으로 연결된 마피아까지 정말 갈때까지 간 상황인 것 같다. 사고가 나게 된 경로부터 사고 당시, 직후, 구조지체 및 우왕좌왕까지 죽지 않을 사람들, 아니 여러 번 구조기회가 있던 것을 죽음의 시간으로 만든 자들이 책임은 커녕 마녀사냥을 주도하고 이권까지 다투고 있으니 그저 한심하기 이를데가 없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제노사이드'를 읽은 이래 늘 관심을 갖고 작품을 구하는 작가이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그의 political correctness가 특히 마음에 들어서인데, 작품도 상당히 뛰어난 수준의 플롯과 묘사를 보여주기 때문에 여러 모로 스트레스를 날리는데 도움이 된다. '제노사이드'에서는 이라크 침략의 원흉인 부시와 체이니를 모델로 한 정부수반을 무려 드론으로 폭살시키더니 이번에도 부패한 정치인과 관료조직 - 한국으로 치면 국정원과 대공수사대를 합친 것 같은 - 을 작품에 등장시키고 교묘하게 척살한다. 속이 시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의가 공공연하게 승리하지는 못하지만, 나쁜놈들은 죽는 것이다.
그렇게 나쁜놈들은 죽어야 한다.
박근혜씨는 퇴진해야 한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고 다 고쳐지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이승만 이래 이 나라를 지배해온 친일수구세력의 뿌리를 뽑았으면 좋겠다. 나라의 곳곳에 기생하면서 국가와 국민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 같은 존재들이 이번 세월호 참사의 원흉이다.
워낙 많이 팔리는 작가이니만큼, 예전의 글을 다시 모으거나 재편집하고 새로운 포장지에 담아서 다시 시장에 내어놓는 것에 대해 너무 뭐라고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하루키 작품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점점 많이 든다.
이 책에서 새로운 것은 '더 스크랩'이라는 제목과 '1980년대를 추억하며'라는 문구뿐이다. 이것조차도 하루키가 직접 쓴 것은 아닐 것 같다.
예전부터 하루키를 읽고 즐긴 사람이라면 나처럼 호기심 반, 그리고 수집욕심 반 정도의 배합으로 사들이는 것이 아닌 이상 특별히 사서 보야아 하는지 의문이다.
세월호의 참사가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슬픔을 딛고 반국가세력과 그들이 만든 대한민국의 부조리를 뽑는 시작이 될 수 있기를. 유족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지양하되, 시간과 함께 유야무야 잊혀지는 사건이 아닌, 박근혜로 상징되는 정치수구세력, 유병언으로 상징되는 광신부패종교세력, 해수부-해경-언딘으로 상징되는 관료-민간 마피아까지 척결하는 힘이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불쌍한 아이들. 피어보지도 못하고 사라진 그대들. 부디 지금이라도 우리를 용서하고 편히 쉴 수 있었으면. 그리고 떠난 사람보다 더 힘들고 아플 유가족들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