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보면 항상 느끼지만, 업무는 언제나 한꺼번에 몰려들어온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여 현재까지 확실히 더욱 바빠진 것을 보면서, 금년에는 안정권에 들어올지 기대하고 있는데, 연말 결산을 하는 12월에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지난 주 일요일과 연휴였던 월요일을 꼬박 사무실에서 보내면서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던 것이, 주말근무 덕분에 약간은 정상화가 된 평일 저녁 때 시간을 만들어 주었기에 몇 권 챙겨 볼 기회가 있었다. 사람의 생체시계라는 것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통상 연휴 월요일 휴무 후 화요일에 출근을 하면 월요일 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일-월요일에 출근을 한 내 몸은 화요일을 마치 수요일처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체리듬과 시계를 결국 자연조건에 더 맞추는 것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건강을 위해서 말이다.
오묘한 크리스티 여사의 창작은 추리소설을 고대 이집트로 옮겨 놓았다. 대영제국에 해질 날이 없던 식민지 시대에 대한 오마쥬였을까? 이집트는 그 많던 영국의 식민지의 하나였지만, 북아프리카의 중요한 거점이었고, 그 이상,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써, 큰 의미가 있는 지역이었을게다. 거기에 사막 한 가운데 거대하게 솟아있는 피라미드는 그때나 지금이나 시간의 영속성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인간사를 느끼게 해주었을 것이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 이집트에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나이든 아버지의 첩이 일으키는 시기와 질투로 인해 끄집어내진 마음속 깊은 곳의 본능으로 인해 벌어지는, 재산과 상속자리를 둘러싼 음모와 살인이 주된 내용이다. 언제나처럼 크리스티의 교묘한 장치는 끝까지 진범을 찾기 어렵게 만들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의외로 가까운 곳에 놓인 범인을 추적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다.
가끔씩 복잡한 머리를 식히는데에는 무협지나 판타지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추리소설이나 SF도 좋지만, 오랜 작품일수록 내포하고 있는 철학이나 의미가 깊어서 선뜻 손에 잡히지 않을 때도 있는데, '가즈 나이트'급의 가벼운 판타지는 쉽게 읽을 수 있어 좋다. 굳이 작품성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 싶다. 하이텔이나 PC통신 시절에 나온 국산 판타지는 나쁘게 말하면 서양 판타지나 세계관을 빌려온 아류작 같이 느껴질 때가 많은데, 그러니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는 분야라서 더 이상의 말이 조심스럽다. 차원과 세계가 합쳐지려는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이 이번 4 권의 주된 내용이다. 나쁜 놈은 언제나 일본국적...
엊그제 읽은 카잔차키스의 '영국 기행'은 따로 정리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