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진을 올리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린 김에 몇 자 더 적어보기로 했다.
해가 질 무렵의 다운타운 전경.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2킬로미터가 채 안되는 짧은 거리지만 극장이 두 개나 있고 그 보다 훨씬 많은 레스토랑과 카페로 가득차 있는 그야말로 경량급의 강자 같은 곳이다. 흔히들 Santa Cruz는 잠깐 찍고 지나가는 곳이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는 것처럼 유명무실한 관광도시보다는 훨씬 더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곳이다.
12/31/2013의 사진인데, 앞에 찍힌 극장은 최신작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등급의 영화나 메이저 상영관에서 걸지 않는 작품을 보기에 좋다. 저 네온사인과 구조는 딱 80년대의 극장의 모습인데, 이런 곳이 하나 정도 남아있어주면 좋겠다. 다운타운에서 옆 길로 두 블럭만 가면 또다른 극장이 하나 더 있는데, 니콜로디언이라는 이 극장에서는 주로 아트영화나 독립영화를 상영한다. 다운타운을 가면 그러니까 메이저급, 마이너, 그리고 독립영화까지 선택의 폭이 꽤 넓어진다.
이곳은 다운타운에서 조금 떨어진, 차로 한 5분이면 가는 거리에 있는 베이커리인데, 이곳도 근 40년은 넘었지 싶다. 장사가 워낙 잘되어서인지 지금은 반을 나우어 베이커리 카페를 차려놨는데, 베이커리나 카페나 늘 문전성시다. 이날도 문을 닫기 2시간전에 겨우 갔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저 빵은 아침마다 새로 구워서 오는데, 이곳 주인집의 사돈댁에서 나온다고 했다. 가끔 새벽운동을 마치고 아침 일찍 갈 때가 있었는데,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카페손님과 빵손님이 어우러진 혼잡함을 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드물게도 번호표를 뽑아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얘네들도 모두 당일날 구워서 파는 것들인데, 남는 것은 아마도 근처의 푸드뱅크나 노숙자 식당으로 갈 것이다. 알게 모르게 이렇게 팔고 남은 빵을 노숙자 식당으로 보내는 베이커리나 식당이 꽤 있다. 그래서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에 베이커리를 돌면서 이들을 수거하는 승합차도 종종 눈에 띄는 곳이 미국이다. 각박하고 개인주의가 만연했다지만, 오히려 합리적이고 사회약자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은 한국보다 나은 것이 있다.
이곳의 케잌은 예술이다. 다른 곳들보다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달지 않으면서 단 맛을 내는 깊은 내공이 있다. 단 것을 그리 즐기지 않는 나도, 이곳의 케잌은 언제나 ok다. 더 유명한 곳의 케잌도 먹어봤지만, 이곳의 맛을 따라올 수는 없었다.
꾸준히 한 장소에서 좋은 제품을 팔아 잘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은 경쟁이 덜하지만, 예전에는 이곳외에도 많은 베이커리가 있었을 것이다. 근면하고 성실한 영업은 물로 끊임없는 노력과 관리의 산물이 아닐까 한다.
비록 지금은 사는 일에 부대껴서 이리 저리 다른 구상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 나는 Santa Cruz에서의 은퇴를 꿈꾸곤한다. 바다와 산 모두를 품고 있는 타운도 맘에 들거니와, 대학시절을 보낸 학교에서 반 은퇴상태로 역사공부를 하면서 한 시절 보내는 것은 로망이다. 학사부터 다시 해도 좋겠고, 석사부터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도 좋겠다.
이제 아침이다. 씻고 출근할 시간. 이렇게 옛 추억에 젖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