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구하기에는 주문이 귀찮아서 한국어로 구했다. 너무도 외진, 탄광촌이 널린, 그러니까 지금은 많이 쇠락한 애팔래치아의, 인구 5000의 깡촌에, 큰 프렌챠이즈라고는 월마트 하나뿐인 빅스톤갭이라는 동네에 한 부부가 아주 낡은 집을 사들이고는, 아무런 대책도, 경험도 없는 헌책방 장사를 시작한다.
이들의 유일한 바램은 적당히 밥을 굶지 않고, 밟고 밟히는 삶을 떠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리고 4-5년의 고생끝에 그들은 그 꿈을 이루고, 이를 책으로 써낸다.
소소한 에피소드가 재미있지만, 사실 이 책에는 귀농이나 작은 타운으로의 이주에 대한 환상 못지않게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작은 공동체 특유의 사건들에 대해 냉철한 충고를 준다. 또 이의 연장선상에서 organic하게 산다는 것이 사실 그 매력과 political correctness만큼이나 꾸준하고도 깊은 금전적인 희생, 부지런함, 그리고 지역적인 조건을 요한다는 것도 이야기해준다. 비록 헌책방을 열고 먹고살 자신은 없지만, 유기농에 대해, local market운동에 대해, 지속가능한 작은 공동체에서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부수적인 교훈을, 이들 부부와 이웃의 알콩달콩한 에피소드의 재미와 함께 얻을 수 있었다.
그저 재미를 위해, 그리고 SF적인 관점에서의 정리가 맘에 들어 구매했다. 내용은 다소 실망스러운데, 파토님의 글솜씨나 말빨은 워낙 화려한 바, 그저 딴지일보에 연재되었던 내용을 책으로 편집한 정도라는 점이 그러한 것이다. 책으로 펴낸 이상 조금 더 내용을 보강하고 새로운 포인트를 추가했더라면 보다 더 가치있는 책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대의 고대문명의 기원, UFO, 달, 화성, 지구, 등등에 대한 진지한, 하지만 엔터테인먼트임이 분명하다고 주지하는 썰은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데, 당연히 그 답은, 적어도 지구적인 관점에서는 없다. 기록도 없고, 온갖 추리가 다 가능한 고대문명의 기원이나 외계인 이야기는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처럼 큰 재미를 선사한다. 혹시 아는가. 이 책을, 이런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된 한 아이가 나중에 자라나서 아시모프나 하인라인처럼 위대한 작가가 될 지, 아니면 루카스같은 감독이 될지, 아니 천재과학자로 자라나서 화성이주계획의 중추가 될지 말이다. 비전을 주고 갈 곳을 가리키는 것만으로도 SF구라는 그 존재의 가치가 있다.
책의 시작은 그간의 휴가생활에 돈이 다 떨어진 샤이러 가족이 베를린 특파원직을 맡으면서 독일로 이주하면서부터다. 이미 히틀러의 나찌스가 정권을 잡은 30년대 말기, 오스트리아가 병합되기 직전의 베를린이 공기와 히틀러의 bluff를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본 생생한 기록은 물론, 그 당시 서방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세밀한 히틀러의 묘사, 독일국민의 인식 등 흥미로운 일차사료들로 가득한 책이다. 자료로써 뿐만 아니라 이 책은 그 문장 자체로도 훌륭한 읽기가 된다. 샤이러는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Nightmare Years"와 "제 3제국의 흥망" 같은 대작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약 600여 페이지로 상당히 긴 책이기는 했지만, 긴박한 당시 정세를 사건의 한 가운데서 기자의 눈으로 풀어낸 그 내용과 묘사로 지겹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번역이 되지 않아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렵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영문으로 도전해도 무방할 만큼 쉬운 단어를 사용했다. 다만 중간중간에 나온 독일 단어는 거의 추측해가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작금에 대두되는 한국형 파시즘의 전초작업을 생각하면서 히틀러가 정권을 잡고 조금씩 국민을 호도하면서 반대세력은 반동으로 몰아가는 - 그러니까 우리의 종북프레임 - 과정이 귀태정권의 모습과 참으로 닮았다. 다른점이라면 그들에게는 유대인이 있었고, 우리에게는 '종북'이 있다는 점인데, 비합리적인 불만의 대상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이거나 '반대당'이 되는데, 종북이 없어지면 그들이 휘두르는 백정의 도끼는 아마도 '외국인 - 가난하되 피부색이 하얀 사람이 아닌 '과 '성소수자'들을 향할 것이다. 여러모로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