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종종 즐긴다. 주종을 가리지는 않는 편이지만, 소주는 확실히 화학적으로 만들어지는 술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원래의 소주는 일본의 사케처럼 그렇게, 완전 발효 혹은 희석식이라 해도 완전 화학적으로 만들어지는 술이 아니었지만, 그네꼬의 daddy시대에 그런 술이 된 것으로 안다. 아무튼...
Wine을 마시면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술을 마시는 것 같다. 젊으면 젊은대로, 숙성한 Wine은 숙성한 그 멋 그대로 그만큼 성숙한 여인처럼. 유행과 고급한 취미를 떠나서 Wine을 마시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부드러운 풍취가 있어, 친한 친구 여자와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마시는 여성적인 위로를 받는다.
Wine만큼 부드럽고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맥주를 마시는 것은 친한 친구와의 한 잔과도 같다. 거칠고, 배가 꽉 차는 그 맛은 마치 함께 힘든 운동을 마친 동료들과의 한 잔과도 같다. 맥주도 양조방식에 따라 깊은 맛, 넓은 맛, 잔잔한 맛 등등 다양한 풍취가 있는데, 전체적인 느낌은 거친 바이킹의 술 같은 그런 것이다. 실제로 커크 더들러스가 주연했던 Vikings라는 옛날 영화의 야수적인 축제를 보면 맥주의 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소주는...뭐랄까, 술로써는 거의 빵점이다. 알코올을 희석하여 사카린 - 누구 아버지가 감옥에 갈 뻔했던 그 사카린 - 을 넣은 가짜 술이니만큼 풍류를 즐기기엔 부족하다. 하지만, 하루의 고단한 노동을 마친 후, 그렇게 한 잔 꺾는 맛은 소주를 따라올 수가 없다. 멘토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여자는 더더욱 아닌, 그저 정체불명의 한 잔이지만, 그 한 잔으로 하루의 쓰라림을 달랠 수 있다.
간만에 칠레산 카버네 소비뇽과 BV의 진판델을 한 잔 걸치고 든 잡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