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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단절 - 과잉정보 속에서 집중력을 낭비하지 않는 법
에드워드 할로웰 지음, 곽명단 옮김 / 살림Biz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로스쿨 학생 시절부터 변호사의 multi-tasking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다. 한꺼번에 다양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말함인데, 업무의 특성상 불가피한 정도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이쪽에서는 필수로 요구되는 스킬처럼 회자되는 특정직업능력에 가깝다고 하겠다. 실제로 일을 하다보면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문서작업을 진행하면서,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들어오는 각종 상담에도 주기적으로 답변을 주어야 하고, 여기에 행정적인 업무까지 요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쪽 분야에서 필요한 능력들 중 단연코 일순위에 속한다고 하겠다. 물론 전문분야에서의 해박한 지식과 경험은 당연한 것일게다.
이는 소위 말하는 전문직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기실, 내 일을 하는 지금보다 어떻게 보면 남의 일을 하던 예전에 더욱 이런 multi-tasking능력이 요구되었던 것을 보면, 대부분의 회사원, 즉 조직의 일원으로써 매일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 또한 여기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바에 의하면 이런 multi-tasking능력의 실체는 결국 (1) 일을 하나도 못하고 일하는 시늉을 하면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거나 (2)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짧은 순간 하나의 일에 집중하고, 이를 마무리한 후 다음의 task로 넘어가는 것이다. (1)의 경우, 극단적으로 말해,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문어발식으로 건드리지만, 제대로 하는 것은 하나도 없는 모습이겠고, (2)의 경우 그 반대의 극단으로써, 엄청난 효율과 집중을 자랑하는 예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1)과 (2)에 걸쳐 있는 것이 물론 현실의 우리 모습일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2)로 가기 위한 지침이라고 생각되는데, '창조적'이라는 말을 넣은 것은 몰입상태에서의 업무효율을 극적으로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본다. 사실 누가 창조적일 필요까지야 있겠는가. 자신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필요한 때에 적절히 진행하여 개인의 업무를 진행하고 조직의 일원으로써 전체의 업무에 도움이 되면 만족할 수준일테니까.
현대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한 가지 일만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단순직 알바라도 하다 못해 편의점에서 손님을 상대하여 cashier로써, 또 customer service rep으로써, 게다가 restocking까지 책임을 지면서 일하는 것이 기본인 세상이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모두가 multi-tasking을 기본전제로 한다면, 업무의 추진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일의 순서를 잘 정하고 큰 줄기를 형성한 후 이를 중심으로 한 순간몰입이다.
예를 들어, 회사생활을 하던 시절의 나의 경우 오전에는 가급적 중요한 편지나 메모 혹은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점심이 시작되는 11시 반에서 12시까지, 그리고 오후 1시부터 2시까지를 전화상담이나 이메일 답변에 할애하는 스케줄을 골자로 하여, 업무의 양과 그날의 컨디션, 그리고 상황에 맞는 업무 스케줄을 바탕으로 일한 바 있다. 물론 내가 원하는 대로만 일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종종 이를 improvise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렇게 하면서 상당히 많은 양의 일을 결과적으로는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었고, 충분한 시간을 남겨 늦지 않은 퇴근이 가능했었다.
지금은 그보다는 조금 더 중구난방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이 많을 때에는 새벽에 일어나서 문서작업을 하고, 단순작업은 회사에서 진행하면서 전화와 이메일, 그리고 홈페이지를 관리한다. 이 역시 이런 책을 읽으면서 실무에 적용하여 쌓인 나의 노하우가 되는 것이다. 꼭 같을수는 없지만, 누구나 어느 정도 이런 방식의 접근이 가능하다고 본다. 회사에서 직급이 낮을수록 자유도는 떨어지고 실질적인 관리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근무철학의 개념으로의 접근이라도 한다면 언젠가 좀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면 더욱 늘어나게 될 일거리와 관리/통제까지 조금 더 효율적으로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