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책쟁이들'은 지금에 와서 보아도 나를 책에 대한 고민으로 이끈, 그러나 장서가로서의 외로움을 달래준 고마운 책이다.  이 책에서 시작된 나의 자부심, 그리고 그 이상의 추구해야 할 독서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함은 조금 과장하면 고심참담하기 그지 없었다.  이 과정에서 로쟈, 장정일, 다치바나 다케시, 파란 여우, 이지성, 이현석을 비롯하여 지금 당장 모두 떠올리기 힘들만큼 많은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책 이야기를 읽고 내 나름대로의 철학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책을 독서 그 자체로 사랑하는 사람, 수단으로써의 독서, 목적에 이루기 위한 과감한 선택과 포기가 동반되는 독서, 공부로써의 독서라는 이론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면서, 당연히 읽을 책과 관심가는 책은 늘어만 가고, 과연 어떤 독서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답보다는 질문이 늘어가는 지금에도, 그러나 책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에 눈과 귀가 솔깃하여 관심을 갖게 된다.  이번의 두 권은 그렇게 여전히 충동성이 다분한 나의 구매에 의해 일게 된 책이다.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에서 모티브를 따온, 그러나 약간은 밋밋하게 느껴지는, 일종의 동인소설 같다고 생각을 했는데, 권두언을 읽어보니, 오마주라고 한다.  아예 대놓고, 모티브를 차용한 작품이 되는 것이다.  구도 역시, 하루키의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한 남자+한 여자, 그리고 다른 한 남자, 그가 찾는 다른 한 여자, 이들의 만남, 헤어짐, '해변의 카프카'에서 언급된 '입구의 돌'을 들어올리는 것.  극단적으로 말해서, 제목에 살짝 낚인 기분이 들기도 한다.  도서관은 만남의 장소, 고독의 장소,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등장인물을 위한 장치 이상의 것은 아닌 것 같다.  무엇인가 도서관을 중심으로 이런 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일본풍의 라이트 노벨을 읽은 정도의 느낌만 남는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읽었을지 모르겠지만, 조금 실망스럽다.  하지만, 책 자체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관심이 가는 사람은 다른 리뷰와 함께 구매에 참고했으면 한다.

 

이야기의 무대도, 시장조사와 서점 전문가도 모두 일본의 것이기에, 한국이나 미국이 주요무대가 되는 나의 독서편력에 별로 큰 관련성을 느끼지 못하는 채, 책을 다 읽어 버렸다.  하지만, 서점이 줄고,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지금, 그나마 남은 독서인구가 온라인 유통과 전자북으로 넘어가기 시작한지 오래인 지금, 일본의 사례를 가지고 우리의 현실을 비춰보는 의미는 있다.  다만, 일본 특유의 집요함과 장인정신으로 대표되는 '업'에 대한 집념은 우리와는 확실히 다르기 때문에, 어떤 'ism'을 가지고 서점을 경영하거나, 서점에서 일하는 취재원들의 자세에 대한 공감, 또는 비교분석은 다소 무리가 아닌가 싶다.  '시대의 창'에서 냈다고 보기에는 살짝 의문스러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책 역시 '서점'이라는 단어에 낚인 감이 없지는 않다. 

이래저래, 책에 대한 책이 두 권이나 더 늘어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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