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숨결 - 개정판
로맹 가리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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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만 보면, 로맹 가리의 인생은 매우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세속적인 의미로는 말이다.  제2차대전 발발 후 프랑스 군인으로서 일종의 가연금 상태를 탈출하여 영국에서 자유프랑스군의 일원으로 싸웠고, 친한 친구들이 거의 다 죽었을만큼 험한 작전들에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훈장을 받고, 작가로서도 매우 성공하여 콩쿨상을 두 번이나 받았고, 주미 프랑스 대사가 되어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제물도 요즘의 기준에는 모르겠지만, 성공한 작가로서, 그리고 명사로서 충분한 수준을 유지했을 것이라고 가정할 때, 이 역시 충족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마치 그 자신의 것이 아닌, 제 3자의 것, 특히 어머니의 강한 염을 담은, 어머니가 생각하는 기준의 성공을 위해 바쳐졌다고도 볼 수 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편모 슬하에서, 그 하나만을 인생의 모든 구원의 대상으로, 희망과 꿈을 실현을 위한 매개체로써 바라보는 교육을 받은 사람이 과연 진정으로 참된 자기자신의 삶을 살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우리가 아는 로맹 가리는 그 자신이 아닐 수도 있겠다.  아직 쟁여놓기만 한 그의 작품을 다 읽지는 못하였기에 정확한 분석을 시도할 수 없지만, 그에 대한 평론과 담화에서, 그리고 이번 '마지막 숨결'에서 그런 제 3자적인 관점을 많이 느낀다. 

 

작품이 되다 만 것도 있고,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로 짦게 끝나는 등, 작품 자체로의 가치는 모르겠으나, 이야기로서, 그리고 그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데이는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작가의 머리는 무한하지만, 유한하기도 하여, 이런 소품들을 발전시킨 것이 종종 장편 역작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이런 끄적임을 읽는 것은 그의 특정 작품이 어디서 어떻게, 또는 어떤 상황에서 구성되었는지를 유추하게 한다.  특히 강한 자살의 암시가 들어나는 몇 편의 수록작품들은 실제로 인생의 황금기를 모두 지나고, 황혼기로 향하는 특정 시기부터 반추한 그의 인생에서 로맹 가리가 무엇을 느꼈는가에 대한 강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위의 이야기는 흔하게 회자되는 로맹 가리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저 나도 그런 것을 느꼈다는 정도로 보면 좋겠다.  늘 궁금하다.  내 인생은 과연 내가 진정으로 발견한 나의 행복과 기쁨의 기준에 얼마나 가까운 모습인지 말이다.  공부도, 직업도, 삶, 현재의 모든 것들에서 과연 진정으로, 내가 아주 어렸을 때의 나처럼 나를 웃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나이를 한참 먹어버린 지금에 와서 이런 것을 찾는다는 것이 때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요즘은 자주 생각해본다.  과연 내가 앞으로 일년밖에 살지 못한다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할까? 

 

로맹 가리의 귀결은 머리에 권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겨버리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참된 자기는 여기에 없었다고 생각했다면. 

 

나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그저 기쁘게,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며 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평생 책읽기, 운동, 그리고 악기를 다루며 살고 싶다.  아마도 그런 것들을 위해 끊임없이 직업적인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머리에 권총을 대고 방아쇠를 담기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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