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내가 이승만을 부를 때에는 유사 독립운동가라는 표현을 써왔다.  quasi 라는 영어를 번역한 형태인데, 유사신학, 유사과학, 유사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유사'아류를 부를 때 쓰이는 표현이다. 

 

오늘 정말 우연한 기회에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 이승만의 두 얼굴을 보았다.  기초적인 사실의 얼개는 나도 익히 알고 있던 부분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가 없듯이, 이미 정치가로서의 그 뿐만 아니라 그 전의 그에 대한 진실까지도 이런 저런 경로로 흘려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문서와 증언에 기반한 철저한 사건사실의 고증을 통해 이것을 낱낱히 밝혀낸 것이다.  이는 민족문제연구소의 주 연구원들의 철학이기도 한데, 무엇이든 문서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을 아끼는 것을 팟캐스트 방송에서 여러 차례 접하고 인간적인 감동을 받았던 부분이기도 하다. 

 

오늘 이 다큐멘터리를 본 나의 결론은 한 마디로 이렇다.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협잡과 사기-기만으로 강탈한 모리배 이승만씨는 '유사'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도 아까운 사람이라는 것.  선교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용하여 하버드에 입학하였으나 낙제한 그는, 다시 프링스턴으로 옮겨서 박사과정에 입학하는데, 이 역시 2년 내 학위취득이 guarantee되는 엄청난 특혜를 받은 바 있다.  더 가관인 것은, 이 박사과정을 빌미로 다시 하버드에 서면으로 그가 일전에 낙제한 석사 학위를 요구하여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조건으로 이를 받았다는 것이다.  결국 전무후무한 석사/박사 동시취득을 달성한 그의 학위는, 내 기준으로 보아서는 명예학위만도 못한 무효이다.  (사실 난 철들고 난 뒤부터 그를 박사라고 부른 적이 없다).  이것은 한국에게는 큰 비극의 씨앗이 되는데, 선교하고는 무관하게, 이 학위는 이승만씨에게 이후 성공과 명예, 돈과 권력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anyway.

 

이승만이 type-writing외교를 한 것 정도로 알고 그를 유사 독립운동가라고 부른 바 있지만, 이 다큐에 의하면 그에게는 친일파 협잡 모리배라는 칭호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미국의 주류사회를 대할 때의 그와, 당시 조선 이주민들을 대할 때의 그는 180도 다른 사람이었다는데, 저 유명한 '고문 당한 손가락이 시리다'는 이때부터 쓰였던 모양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승만씨는 일본감옥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아니, 식민지 조선에도 선교목적의 방문 외에 다른 목적의 방문을 하였다는 기록은 없다.  

 

해방 후의 정국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그야말로 history이니, 여기서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다큐의 독립운동세력과 친일세력의 '백년전쟁'이라는 표현은 참으로 적절하게 느껴진다.  굳이 이야기하면 오사카 출신으로 추정되는 아키히토의 5년과 다카키 마사오의 딸의 5년, 그리고 그 뒤에 포진한 수 많은 인사의 면면을 보면 '백년전쟁'은 말 그대로 진행 중인 것 같다.  

 

오늘부터 이승만씨를 유사 독립운동가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 표현조차도 아까운 그는, 그저 BS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릴 듯.  Band of Brothers를 보면 marlarkey is for bullshit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허풍과 농담을 좋아하는 Irish계를 빗대서 등장인물인 Irish계 Mularkey를 놀리는 말이다.  이를 적절히 사용하면 syng man rhee is for bullshit정도 되지 않을까?  

 

PS 윤모 전 대변인의 이슈가 교포사회에서 큰 뉴스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사건의 전모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라서 성추행인지, 희롱인지, 강간인지 알 수가 없다.  추측으로는 강간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데, 이는 그가 귀국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추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부분 주와 연방법에서는 강간이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신고가 들어왔고 혐의가 있을 경우 출국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사절로서의 혜택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는 생각을 하는데, 일단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아야 할 듯.  결론적으로 보기 싫고 듣기 싫은 상판이 하나 TV에서 당분간이나마 사라졌다는 사실.  자칭 윤봉길 의사의 자손이라는 이 꼴통은 그 동안 꽤나 annoying했거든요.

 

PS 이승만의 자손이라는 누군가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했다는데, 미국법은 죽은 놈의 명예를 지켜주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죽은놈에게는 명예가 없다고 보고, 또 올바른 역사평가를 위해서도 필요한 법리정책이라고 보는데, 한국은 좀 다른가?  그럼 이제는 역사책을 쓸 때에도 조심해야 하는 건가?  이완용을 친일파 또라이라고 하면,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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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5-10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완용을 놓고 그렇게 말해도 명예훼손은 이루어지지 않아요.
그러나... 후손들한테는 그런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지요.
죄를 미워하지 사람을 미워하지 말랬으니까요.

그 ㅇ이라는 사람도 '사람이 불쌍한' 노릇이에요.
그렇게 해서 그이 스스로 무엇을 얻으려 했을까요.
이름 석 자 쓰기도 아깝기에 그냥 ㅇ이라고만 할 뿐입니다만,
ㅇ과 얽힌 이야기는 어떤 다큐멘터리 나오기 앞서,
한국에서도 책에서 다 밝혀졌답니다.

다만, 이런 책 읽은 사람은 아직 안 많고,
이런 책과 이야기와 다큐멘터리조차
'거짓말이다!' 하고 생각하는 분이
아직 참 많습니다.

transient-guest 2013-05-11 00:51   좋아요 0 | URL
고인과 후손을 분리하는 부분은 사실 상당히 애매합니다. 더구나 사실 그 자체를 놓고 말한다면 더욱 그렇다고 생각해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본임을 생각할 떄 저는 말조심과는 별도로, 상당부분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가끔은 죄보다 사람이 미울때도 있습니다.ㅎㅎ

BS에 대한 책에서 그런게 많이 밝혀져 있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선전이 잘 되어 있지는 않은가봐요.

올바른 역사교육과 역사관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겠지요.

달사르 2013-05-10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같은 시절 무려 7개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각종 논문에 애국의 마음을 담았던 우사 김규식에 비하니 그야말로 부끄러운 학위로군요. 엉터리 학위 따기가 그러니까, 저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던 거네요..ㅠ.ㅠ

저는, 1919년 파리강화회의 때 이승만의 행태를 보고는 정나미가 떨어졌더랬어요. 근데 도대체 그건 이승만 단독행동인가 미국과 사전교감이 있은 후의 행동인가 갸웃했는데..학위따기를 보니 어떤 종류의 뒷배인지 감은 잡히네요. 칫.

transient-guest 2013-05-11 00:52   좋아요 0 | URL
BS와 닮은 사람들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다만 기회에 따라 더 큰 사기를 치는 것이겠지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 나라는 첫 단추부터 문제가 많았네요.

미국과의 사전교감이 없었어도 Mr. bullshit은 눈치가 빠르니까 그 상황에 맞게 행동을 했겠지요.

saint236 2013-05-11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백년전쟁 다큐멘터리를 어떤 이들은 좌빨 종북주의자들의 딴지걸기라고 하더군요. 지들 맘에 안들면 종북좌파 빨갱이가 됩니다.

transient-guest 2013-05-11 22:41   좋아요 0 | URL
전지전능한 타이틀이죠. 거의 한국에서만 먹히는 타이틀이에요. 빨갱이 세상에서 처형 일순위가 되는 가톨릭 신부까지 종북 빨갱이로 치부하는 걸 보면 무뇌증이 틀림없어요..

숲노래 2013-05-17 0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여러 날 지나서 다시 붙이는 댓글이지만,
역사문제연구소에서 '다큐멘터리' 내놓기 앞서
'종이책'으로 내놓은 자료에
이 모든 이야기가 더 깊고 더 넓게
아주 찬찬히 다 나왔어요.

다큐멘터리는 그야말로 아주 간추려서 알짜만 보여줄 뿐이더군요.
역사문제연구소 사람들이건, 이 모임을 둘러싼
여러 학자들이건,
이분들이 쓴 수많은 책이 '절판'된 예전 책들인데,
저는 이런저런 책들을 예전부터 죽 보고 살피고 건사했기에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안타깝다면, 이런 책들이 절판되었어도
헌책방 다니면 아주 쉽게 만나서 읽을 만한데,
헌책방 다니려는 사람은 자꾸 줄고,
애써 헌책방 다녀도 이런 책 안 사 읽어요.

고작 '알라딘중고샵'을 기웃거릴 뿐이지요.
그러니... 역사의식도 역사교육도
아무것도 안 이루어집니다.

transient-guest 2013-05-18 01:33   좋아요 0 | URL
저는 운이 좋게 친일파 1, 2, 3권, 창씨개명, 친일파 죄상기를 처음에 나왔을 때 구해서 보관하고 있지요. 한창 시대를 바로잡아가던 시절의 추억이에요. 지금이면 다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5.18에 대한 종편/조종동/일베 선동을 보니까 씁쓸하고, 역시 갈길이 멀구나 싶네요.